X의 정치
X를 다시 만난건 수능이 끝나고 나서였다.
"수능은 잘 봤어?"
첫 인사가 이거라니.
"기본이지."
"오~~그럼 한국대 정외과?"
"결과는 나와봐야 알지."
X가 건조하게 말했다.
"야 근데 지난번에 하던 얘기 마저 해주면 안돼? 정치의 속성인가 뭔가?"
"여기에서?"
X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저기 운동장 벤치로 갈까? 애들 별로 없어보이는데?"
"좋아, 대신 음료수 하나 사라."
우리는 자판기에서 음료를 뽑아들고 벤치에 앉았다.
"정치가 뭐라고 생각하냐?"
X가 물었다.
"정치? 그거 바를정 뭐 그런거 아닌가? 바르게 다스리는거?"
머리속에 한자가 맴돌았는데 정확한 글자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건 사전적 의미고."
"아, 그럼?"
"너는 평소에 언제 정치를 하냐?"
"나? 나 정치 안하는데?"
뜬금없는 질문에 답할 말이 없었다.
"너 얼마전에 롤에서 정치질 하도 많이 해서 채팅 금지먹었다며."
"아 ㅋㅋㅋㅋ 야 그게 무슨 정치냐?"
"니가 했던 바로 그게 정치야."
"엥? 뭐라는거야."
나는 토끼눈이 되어 X를 바라보았다.
"정치란 기본적으로 내 편을 만드는거야. 세사람이 입을 맞추면 없던 호랑이도 만들어내지."
"내가 롤에서 그런 짓을 많이 하긴 하는데...ㅋㅋ"
"그럼 정치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편을 많이 만들어야지."
"얼마나?"
"얼마나? 음..롤에선 한명만 내편 들어도 상대 바보만드는거 쉬운데.."
"그래, 정치를 잘하려면 상대보다 내 편이 많으면 돼."
내 대답이 나쁘지 않았는지 X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상대보다 많다라.. 야, 그럼 인맥관리만 잘하면 대통령 되는거야?"
"물론 정치적인 성공에는 훨씬 복잡한 요인들이 작용하지. 단, 인맥관리를 잘 하려면 뭐가 필요할까?"
멍청한 질문 같았지만 X는 왠일인지 잘 대답해줬다.
"인맥? 인맥관리엔 돈이지! 없던 친구도 PC방비 내주고 컵라면 먹이면 생겨 ㅎㅎ."
"맞아. 그래서 정치인에겐 정치 자금이 너무나 중요하지."
"아, 그래서 뭐 책도 내고 출판회도 하고 그러는구나."
내 말에 X는 대답없이 쓴 웃음을 지었다.
"뭐야 그게 정치자금 아니야?"
"맞아. 그런데 대선처럼 큰 이벤트에는 그정도 돈으로는 어림도 없지."
"아, 그럼 결국 불법 정치자금 뭐 그런건가?"
"난 잘 모르겠다."
갑자기 X가 대화를 마무리 하려고 했다.
"아 뭐야! 내가 너한테 음료수까지 투자했는데, 겨우 이정도 얘기만 하는거야?"
순간 내 목소리가 높아졌다.
"어? 목소리가 크다?"
"아니, 이러면 재미없지! 담엔 얄짤 없을줄 알아."
꼬리를 내린 내 말에 X가 활짝 웃었다.
"네 행동을 보니 최근에 있었던 정치적 사건이 떠오르네. 오늘은 내가 면접 스터디가 있으니 다음에 이야기 해줄게. 오늘보다 훨씬 충격적일 걸?"
"흥, 알았어. 대신, 다음엔 후불이야."
"그래그래, 더 비싼거 얻어먹으려면 준비좀 해야겠네. 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