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이병률 - 끌림
중고책방에서 이 책을 고른 건 하얀 표지 때문만은 아니였다. 미나는 이병률의 산문을 좋아했다. 미나에 대해선 많은 게 흐려졌지만 이병률에 대해서만큼은 확신했다. 그의 사진이 아니라 그의 글이 그의 산문이 좋다고 했다. 미나는 아직 내가 나를 모를 땐 까닭없이 사랑했던 사람이다. 미나는 한 번도 만나본 적 없은데 같이 살자고 미래를 약속했고 그 말이 너무 진심이었던 유일한 여자였다.
어느날 이 책을 사고 SNS에 올렸을때 새로 알게 된 무척 호감이 가는 사람이 콕 집어 말을 했다. 이병률의 끌립을 무척 좋아한다고. 내키지 않았으면서도 책장에 이 책을 모아둔 건 이상한 부채감과 그리움 때문이었다.
너는 왜 이 사람의 산문을 좋아했을까? 지금 네가 다시 날 본다면 아니 네가 내 글을 읽는다면 그의 산문만큼 좋아해줄 수 있을까?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알았다. 이 책에 내가 알고 싶던 목적지가 적혀있고 그게 네가 내게 그때 주었던 선물이었음을. 내 마음의 방은 너무나 많고 넌 정말 오래된 장기투숙객이다. 네가 내 마음에서 사라질 일은 내가 살아있는 한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너를 찾지 않을 것이야. 그러다가 다시 널 우연히 만난다며 힘주어 안으며 말할거야.
이병률의 산문을 몇 권 읽으며 네 생각을 했더라고.
호감을 가진 다른 그 사람은 코스가 끝난 무렵 갑자기 카페에서 차 한잔 할 수 있냐고 물었고 나는 우리집 근처 가장 좋아하는 카페로 그 사람을 초대했다. 전날 그는 일이 너무 바빠서 약속을 취소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고 나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알고 있었다. 그가 다시 날 만날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걸. 그는 예술가적 마인드를 지니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그런 예술가들을 잇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을 시작한 것 같다. 그제서야 나는 왜 우리가 서로에게 끌렸는지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2022년 11월 13일
나는 힘주어 물었다. 뭘 해야 하냐고 뭘 하고 싶냐고. 가르챠주지 않았다. 한쪽은 과거이고 한쪽은 현재이자 미래였다. 그리고 나는 두 개 다 아슬아슬하게 붙잡으며 균형을 지키고 있었다. 그 상황은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머지 않이 한쪽은 완전한 종료를 맞이할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만 볼 수 있다. 난 어떤 게 과거이고 어떤 게 미래인지 헷갈린다. 시간이 지나야 알게 될 것이다. 기다린다.
꿈에서는 현실에서와 마찬가지로 갑자기 천천히 주변을 돌아보며 묵묵히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감탄한다. 자주 길을 걷다 멈춰 천천히 하늘과 새 나무를 보고 기꺼워한다. 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꿈인지도 모르고 교실 한가운데서 홀로 시간을 멈춘 채 낙엽이 지는 풍광에 감탄하며 고요를 만끽하며 이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멈춤에 감사했다. 꿈을 깨고 나서야 그게 꿈이었음을 알고 기뻤다. 더 많이 더 자주 가던 길을 멈추고 하늘과 주변을 보며 아름다움을 경탄해야지. 그렇게 내가 접속한 꿈의 배경을 더 많이 누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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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책이네요.
왠지 반가운 말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