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ais Vu

in #kr-daily3 years ago (edited)


오늘은 참 이상한 하루였다. 피곤한 하루라는 말보단 역시 이상한 하루라는 게 정확하다.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을 걸 예고된 일이었지만, 그것 치곤 컨디션이 아주 나쁘지 않았다. 그렇지만 새벽 5시에 너무 덥고 답답해서 깰 수 밖에 없었고, 갑자기 밀려드는 서러움에 울컥 아이처럼 눈물이 나서 한바탕 울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감정이 말랑해진건지, 아님 감정이 말랑해진 김에 몸 상태도 맞춰 안 좋은건지. 또 몇 번이나 이런 걸 겪어야 하나 답답해지는 한편 이렇게 쏟아낼 수 있는 사람이라 다행이란 이율배반적인 생각이 들었다. 울고 나서 다시 한참 자고 일어난 덕택에 제법 개운했다.

버스는 바로바로 왔고 무더운 날씨에도 그리 무덥지 않아 뜨거운 음료를 주문했다. 원고를 쓰기 시작한 이래로 오늘은 한 글자도 쓰지 못했다. 여전히 무슨 내용을 써야할 지 모르겠다. 내일은 두 개치 분량을 써야지.

음악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알면서도 매번 감탄한다. 음악은 순식간에 시공간을 뛰어넘어 심장으로 박힌다. 번역기 따윈 필요 없이 직관적으로 순식간에 많은 이들에게 전파된다. 아침, 예방주사를 맞아 수도꼭지를 잠가둔 덕에 감정이 흐르지 않았다. 춘자님의 음감회를 감상하며 음악이 좋을 줄은 알았지만 다른 의미로도 너무 지나치게 좋았고 생각보다 너무 내밀하고 깊은 감정이 교류하는 시간이었다. 다른 사람의 플레이리스트도 전부 듣고 싶어졌지만, 역시나 위험할지도. 머릿속으로 나의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보았다. 사실 행복할 때보다 슬프거나 우울하고 외로울 때 음악을 훨씬 많이 들어 온통 애잔한 음악이 흐른다.

인사이드아웃의 결말처럼 내게 행복은 온전히 기쁨 설렘 신남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가장 행복한 순간엔 역설적으로 슬프거나 비참한 감정 외로움 감정이 엮어있다. 또 많은 경우, 사후 장면에 bgm을 삽입해서 기억하는 편이다. 이 노래는 내게 행복인데,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린다. 그리고 이 곡은 bts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노래이다. 내가 죽지 않게 인공호흡해주던 그 아름답고 처절한 시간의 장면을 노래로 표현하면 꼭 이곡이 될 것 같기에 많이 아낀다. 지금 나는 그때 그 감정과 조금도 닮지 않았음에도 이 노래를 들으면 힘들지 않게 그때를 바로 소환할 수 있다.

우울하거나 힘들 때 위로해주기보다 기쁘거나 축하할 일이 생길 때 진심으로 사심없이 기뻐해주는 친구가 되어주기도 갖기도 더 어렵다는 말에 동의하면서도, 역시나 마음을 쏟은 사람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할 땐 항상 이 노래같은 오그라드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말로 내뱉었다.

"좋은 일이 있을 때도 기꺼이 연락해주길 바라지만, 전 아무도 없이 혼자 남은 것 같은 날, 너무 힘들어 무너질 것 같은 날, 마지막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저이길 바래요."

내가 강하거나 대단한 사람이기 때문은 아니고, 성자 컴플렉스 따위에 시달리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내가 받은 게 그거고 배운 게 그거고 다른 이에 비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게 그거이기 때문일 뿐이다.

돌아오는 길에도 좌충우돌 이상한 일이 꽤 있었지만 어쨌든 무사히 집으로 왔다. 오늘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하늘은 많이 보지 못했지만 한강은 많이 봤다.


-2021년 7월 30일, by St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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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오이님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