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시리즈 칼럼] (3) 두 번째 치명적 약점, 스케일링 이슈
비트코인은 지금 아주 중요한 갈림길에 서있습니다.
최근 비트코인은 하드/소프트 포크에 대한 걱정이 확산되며 가격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본 시리즈 칼럼은 이 이야기가 어디서 나온 것인지, 포크(Fork)가 왜 필요 것인지를 다룹니다.
궁극적으로 이것이 제 2의 '이더리움 클래식 사태'를 발생시킬지에 대해 논합니다.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글 맨 하단에 세 줄 요약 컨텐츠를 추가했습니다.
길지만 꼭 읽어보시고 UPVOTE 부탁드릴게요!
0.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과 컴퓨터 공학을 복수전공하고 있습니다.
CoinPresso의 영미권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동시에, 해외 토픽들을 최대한 빠르게 수집하고 정리해 배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코앞으로 다가온 비트코인의 포크(Fork) 문제에 관한 칼럼을 작성합니다.
시장에서 굉장히 뜨거운 논란거리이지만, 기술적 어려움에 가려져 온갖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해하지 못할 어렵고, 주관적인 정보는 일반 투자자분들께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칼럼에서는 비트코인의 가장 큰 취약점인 스케일링 이슈에 대해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작성자 : 김현빈 (CoinPresso VP / hbk960709@naver.com)
최종 편집 : 정동건 (CoinPresso CEO / ceo.jdg@gmail.com)
1. 지난 이야기
지난 두 개의 칼럼에서 우선 저희는 비트코인이 화폐성을 가지는 원리를 알아봤습니다.(https://steemit.com/kr/@coinpressokr/1)
그리고 성장한 비트코인이 갖는 하나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논했죠.
(https://steemit.com/kr/@coinpressokr/2)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비트코인은 탈중앙화된 일종의 장부 기록 체계를 통해 화폐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암호학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실제 화폐와 유사한 신뢰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죠.
하지만 특정 취약점을 이용해 거래를 교란시키는 약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지난 칼럼에서 살펴봤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시스템 보완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오늘은 단순히 취약점이 아닌, 비트코인이 더 이상 가치교환의 매개체로서 기능하지 못하게 할 수 있는 약점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2. 스케일링 문제, 무슨 뜻인가요?
스케일링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조금의 복습이 필요합니다.
블록체인의 각 블록은 최근 10분간 발생한 모든 거래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첫 칼럼에 상세한 비트코인의 원리가 나와있습니다. 복습을 권장합니다)
다시 말해 블록은 엄연히 정보의 집합이고, 때문에 용량을 차지하며, 체인의 크기를 커지게 합니다.
A. 블록 크기의 제한
비트코인의 창시자인 Nakamoto는 2010년, 각 블록의 최대 용량을 1MB로 제한하기로 정합니다.
이는 DDoS 공격을 방지하기 위한 보안조치였습니다.
만약 악의적인 사용자가 엄청난 크기의, 또는 심지어 무한한 크기의 블록을 생산하여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전송하게 된다면 채굴이 불가능해지고, 시스템이 마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비유를 하자면, 이메일 첨부파일 최대 용량에 제한이 있는 이유와 같습니다.
제한이 없다면 누군가 엄청난 크기의 파일을 전송할 경우 네트워크 전체에 부하가 걸리고, 메일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죠.
B. 비트코인이 성공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
당시에는 사실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비트코인 거래는 대략 3개당 1KB의 공간을 차지합니다.
1MB정도의 크기면 3,000개가 넘는 거래를 수용할 수 있죠. 블록 하나가 10분간의 거래를 포함하고 있기에, 이는 초당 3~7개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기존의 은행 시스템과 비교해보겠습니다.
VISA 시스템은 초당 24,000개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 네트워크 용량을 지니고 있습니다.
물론 VISA는 거대 자본이 뒷받침해주는, 엄청난 크기의 서버를 운용하는 네트워크입니다.
현재 비트코인은 물론이고 어떤 블록체인 네트워크와도 비교조차 되지 않는 사용성을 가지고 있고요.
이와 비교해 볼 때 비트코인의 성능은 상당히 초라해보입니다.
비트코인 거래가 적었던 이전까지는 이 정도면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괴짜들의 장난감도, 연구실의 프로토타입도 아닙니다.
시가총액만 해도 수십조원이며, 매일 수천억원 가량의 비트코인이 이체되고 있습니다.
Nakamoto조차도 일개 개인이 만든 프로그램이 이 정도의 파급력을 가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으니까요.
3. 구체적인 문제점
일반적인 상황에서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큰 문제 없이 작동합니다.
그러나 시장 이슈가 발생하면 네트워크에 부하가 걸리게 되고, 문제가 생깁니다.
특히 최근 이더리움에서 이런 문제를 경험하셨던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A. 거래 지연
최근 이더리움 네트워크는 Status ICO의 흥행으로 인해 대량의 거래가 발생했었고, 이로 인해 아직도 대기중인 거래들이 존재합니다.
(마치 거래가 네트워크 상에서 무시당한 것 처럼 남아있죠)
심지어 이더리움은 비트코인과 달리 Smart Contract라는, 일종의 복잡한 계약서를 거래 내역과 함께 전송하기에, 거래당 차지하는 용량이 비트코인보다 큽니다.
(이 문제는 추후 이더리움 관련 칼럼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은 단순히 속도의 저하만 불러오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B. 수수료 전쟁
모든 비트코인 거래는 전송자가 정한 거래 수수료와 함께 비트코인 네트워크로 전송됩니다.
채굴자는 이 거래를 검증해주고, 새로 생성되는 비트코인과 수수료를 보상으로 가져갑니다.
다시 말해, 채굴자는 전송자가 비싼 수수료를 매긴 거래를 우선적으로 검증하려 합니다.
거래량이 많아질 경우, 수수료를 낮게 책정한다면 처리가 한참 미뤄질 수 있는 것이죠.
이는 사용자들간에 거래 수수료 시장이 형성되게 합니다.
거래를 빨리 처리시키기 위해 비트코인 유저들은 수수료를 놓고 서로 경쟁하게 됩니다.
네트워크 초기 시절, 비트코인 거래 수수료는 채 10원이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수수료가 몇백원에서 심지어는 몇천원에 이르기도 합니다.
비트코인의 가격도 상승한 동시에, 수수료로 지불해야 하는 비트코인의 양도 증가했기 때문이죠.
비트코인이 기존 금융 시스템에 비해서 매력적이었던 큰 요인은 저렴한 송금수수료였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수수료가 증가한다면, 국경 너머로 물질적 가치를 저렴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사라지죠.
이 때부터 비트코인은 그저 그런, 오히려 사용법이 더 어려운 디지털 화폐로 전락하게 됩니다.
그래서, 비트코인 큰손들은 극약처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4. 탈중앙화된 정책결정
해결책을 논의하기에 앞서, 우리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핵심적인 특성 하나를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비트코인은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회사가 정책을 결정하던 것과 다른 의사결정 방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앙에서 통제하고 방향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는 주체가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소프트웨어에 문제가 발생하면 개발하는 회사는 일방적 업데이트를 통해 문제를 해결합니다.
혹은 새로운 정책을 결정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죠.
기존의 시스템, 위에서 언급한 VISA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VISA에서는 결제 오류가 발생하면 회사의 소프트웨어 부서에서 오류가 난 부분에 대해서 수정작업을 독단적으로 진행하면 해결됩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이렇게 모든 결정을 담당할 수 있는 책임자가 있지 않습니다.
VISA에서 앞으로 모든 카드결제에 1$의 수수료를 부과한다고 결정하면 사용자들은 이를 따라야 합니다.
혹은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Mastercard와 같은 경쟁사를 사용하거나요.
하지만 비트코인은 이런 형태의 결정이 불가능합니다.
소프트웨어의 취약점들을 단순하게 일괄적으로 수정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혹은 증가하는 거래량을 막기 위해 10BTC 이하의 크기를 갖는 거래를 모두 막는다는 식의 대응도 불가능합니다.
단순히 거래장부만이 아니라, 의사 결정권 또한 사용자들에게 분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A. 비트코인의 의사결정 구조
비트코인은 채굴 능력에 따라서 의사결정권이 차등분배됩니다.
이를 좀 더 전문적인 용어로는 해싱파워라고 하죠.
(해싱에 대한 개념은 첫 번째 칼럼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이 해싱파워는 일반적인 회사에서의 지분에 의한 의결권으로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법인의 주주총회에서는 어떤 사안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50%를 초과하는 동의표를 얻어야 합니다.
(물론 이 수치 아래에서도 의사결정권을 얻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안전해지는 상황을 논하겠습니다)
이것이 '51%'가 유명해진 이유입니다.
예를 들면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대한 악의적 공격을 생각해보겠습니다.
만약에 비트코인을 망가뜨리고 싶은 누군가가 공격을 감행하려면 50%를 초과하는 해싱파워를 장악해야 합니다.
<내용 추가>
물론 이런 상황은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유명세를 얻은 비트코인은 수많은 채굴자가 참여하고 있어 50%를 장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또한 장악한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로 비트코인과 이해관계를 함께 하는 세력이 굳이 시스템을 망가뜨릴 필요가 없습니다.
B. 탈중앙화의 이면
탈중앙화라는 단어는 굉장히 매력적으로 들립니다.
왜냐하면 기존의 중앙화된 시스템에서, 대다수인 일반 사용자들은 플랫폼을 선점한 사업자들에게 좌지우지 되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탈중앙화를 지나치게 낙관하는 것 또한 위험합니다.
카리스마 있는 리더 한 명에 의해 방향성이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은 다급한 순간에 의사결정에 잡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죠.
5. 싸움 구경
지금까지 살펴본 비트코인은 기술적인 관점에서 화폐로 기능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충분히 갖췄습니다.
그리고 발생했던 몇 가지 취약점 또한 기존의 중앙화된 소프트웨어였다면 충분히 가볍게 수정되었을 사항입니다.
하지만 지금, 정치역학적인 관계에 의해 비트코인의 미래를 무조건 낙관할 수는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비트코인과 함께 달려온 기나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을 준비가 됐습니다.
비트코인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여러 집단은 자신들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서로 다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포크(Fork)라고 합니다.
이들이 어떤 이유로 싸우고 있고, 어떤 방법을 제시하고 있고, 그 싸움의 결과가 투자자인 우리에게는 어떻게 다가올지.
다음 칼럼에서 계속됩니다.
가상화폐 시장에 새롭게 진입한(그리고 진입하려는) 친구들에게 보여줄만한 연재입니다. 방금 세 편 다 읽었는데요. 이거 쓰시면서 추려내는 게 조금 힘든 작업이었을텐데 필요한 내용만 쉽게 잘 요약돼있네요. 많이 공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세줄 요약 잘 읽었습니다. (솔직하게 ㅋㅋ)
유익한글 항상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