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같은 논리
짜장면,
중국에 없다고?
94년이었다. 난 당시 국민학생이었는데 친구와 논쟁이 붙었다. 결국 내 완패로 끝났지만. 주제는 <중국에 짜장면이 있다, 없다?> 였다. 당시 중국에 다녀온 친척 어르신들을 통해 중국에 짜장면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심지어 어른들도 놀랐다. 상식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얘기였기 때문이다. 쇼킹한 뉴스를 접한터라 아이들앞에서 떠벌리고 싶었다.
지금은 중국에 짜장면이 없다는 것이 상식이다. ‘작장면’이라는 짜장면의 기원이 된 비스무리한 음식만 있다는 것으로 결론 났다. 하지만 당시엔 아니었다. 92년에 중국과 수교하게 된 탓에 중국이란 나라가 그리 유명하지 않았다. 지금 같은 경제대국도 결코 아니었다. 아마 당시엔 중국보다 중국집과 짜장면이 훨씬 익숙했을 것이다.
“나 들은 얘긴데, 중국에 짜장면이 없대! 우리나라에만 있는 음식이래!”
나는 94년의 어느 날 교실에서 충격적인 뉴스를 전했다. 아이들 사이에선 혼란이 생겼다. 지금껏 알던 세계관을 뒤흔드는 말이었을 것이다. 중국을 짜장면과 동일하게 생각했던 당시 아이들에겐 감당 못할 충격일 수 있었다. 한 아이가 맞섰다. 같이 어울리던 친구였다. 이름과 별명, 얼굴까지 모두 기억나는 실제 친구.
“중국이 짜장면 때문에 유명해진건데 뭔 소리야?”
하며 맞섰다. 난 어른들에게 그런 얘기를 들었으며 내 얘기가 옳다고 했다. 하지만 그 아이는 근거를 제시했다. 동네에 수십개 있는 중국집들, 중국에 짜장면이 없으면 왜 중국집이냐. 이름 없던 중국이란 나라가 짜장면 때문에 유명해진 것이다, 미국의 햄버거와 같은 것이다. 이렇게 주장했다.
난 어버버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친구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결국 난 그 논리에 굴복해 논쟁에서 지고야 말았다. “어른들이 잘못알았나봐” 라고 했다. 지금 생각해도 열받는 일이다. 진실은, 개화기 중국인 노동자들이 한반도에서 먹던 음식이 한국인 입맛에 맞게 변형돼 내려온 것이 지금의 짜장면이라 한국식 짜장면은 중국엔 없다, 이다. 물론 한참 나중에 알게 된 진실이지만.
진실이 그럴듯한 논리 앞에 무릎 꿇을 때도 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이것이다. 아무리 틀린 논리라고 해도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 그럴듯한 놈이 이긴다. 나서서 깽판치는 놈이 있다면 잘못된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다.
암호화폐를 거품이나 신기루로 치부하며 사라져버릴 것이라고 핏대 세우는 이들이 많다. 도박이며 투기판이라고 한다. 실물이 없는 유령이며 법정화폐를 대체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과열된 상황이라 정부가 나서서 개입하거나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렇게 주장하는 이들의 근거는 있긴 있다.
앞선 짜장면 논리와도 같다. 애초에 틀린 사실로 세상을 바라보려 하니 결코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얻을 수 없다. 암호화폐는 주식이나 외환과 비슷한 면이 있지만, 같지는 않다. 이것을 기존의 논리와 상식으로만 이해하려 하니 혼선이 생기고 헛소리를 지껄이게 된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투기판이 있는가. 개미가 세력에게 놀아나는 주식판은 암호화폐보다 더 한 투기판이며, 선물 옵션등은 실제 도박과 다르지 않다. 화폐또한 알고보면 실체가 없는 일종의 개념에 불과하다.
전보 기술이 나와 공간의 제약없는 연락이 가능해졌을때, 다들 사기라고 했다. 실제로 고소까지 당했다. 당시 상상력의 한계였다. 전기선으로 메시지를 전한다? 가짜 같아 보인다. 인터넷 기술도 처음엔 사기였다. 모니터속엔 세상이 없을 것이라 했다. 이런 이들은 항상 있었고, 신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은 다시 꼬랑지를 내릴 것이다.
쥐똥 수준의 논리로 무장해 지게를 메고 다니며 산나물을 캐는 방식의 가치관을 가진 이들이다. 도시가 생기고 빌딩이 들어서며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보며 말세며 세상이 끝났다고 한다. 세상이 바뀌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앞선 시대의 논리에 매몰되어 있어 그렇다. 안타깝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 다단계 사기 프레임을 덧씌우는 그런 식의 누명이 싫지만, 가끔은 즐겁다. 지금은 짜증나지만, 나중을 생각하면 기쁘다. 미래에 블록체인 기술이 세상을 바꿨을 때, 그들이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말을 할지가 궁금하다. 물론 생각 없는 이들이니 반성또한 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94년에 국민학생.. 92학번은 웁니다. ㅠ.ㅠ
참고로 그 시기에도 중국은 유명했어요, 아마 나이에서 오는 인식의 차이일겁니다. 서로 인지하는게 다를 수 밖에 없으니까요.
아하 그렇군요^^ 혹시 그 시기엔 '중공'으로 유명했나요? 당시 저로선 중국하면 곧 짜장면이었던터라..ㅎㅎ 좋은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뭐.. 지금도 우리 세대는 심심하면 걍 중공이라고 불러요. ㅎㅎ
확실히 저희 세대가 어릴땐 다 중공이었습니다. 그렇게 배워서 익숙하네요.
그렇군요..ㅎㅎ 그리 오래전도 아닌데 상당한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역시 세상은 빨리 변하는가봐요..^^
와...소재와 비유가 적절한 정말 멋진글입니다. 말씀처럼 그럴듯한 논리에 진실이 무릎을 꿇는 지금 이 현상이 너무나도 마음아픈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미래에 그들은 자신들의 잘못된 판단에 분명 후회할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사필귀정 아니겠습니까ㅎㅎ좋은글 잘보았습니다 콜드님.
오오 빠른 댓글 감사드립니다.ㅎㅎ 말씀 그대로 되길 소망합니다. 바보 같은 이들이 후회하며 결국 올바른 판단을 내리게 되길 바랍니다. ^^ 방문과 댓글 정말 감사드립니다!!
강남의 아파트도 이와 비슷했죠. 위로 올라가는 건물 즉, 땅이라는 실체가 없는 아파트를 믿지 못했었죠. 그러나 미리 강남의 아파트로 이주한 사람들은 훗날 땅 값이 천정부지 오르며 부자가 됐죠. :)
암호화폐도 꼭 그렇게 되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소한 저는요. :D
좋은 글 감사합니다. 날이 많이 춥네요. 감기조심하세요! :)
넵 정확한 예시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나 저희 부모님 세대들도 그런 말씀들을 하셨죠. 그리 오래된 얘기도 아닌듯 합니다. 암호화폐도 꼭 그렇게 되리라 믿습니다. 우리 모두 앞선 안목을 가진 선구자들이 아닐지!ㅋㅋ 방문과 댓글 정말 감사드립니다. 팔로우 할께요~~
음 저도 지금의 것을 악의 프레임으로 덧씌우려는듯한 정부의 조치에는 화가나는 입장입니다 진짜 적절한 비유로 글쓰신거 같아요 미래를 보면서 힘을 내는거죠
그렇습니다.. 항상 공감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지금은 손가락질 당하고 안좋은 소리도 듣지만, 나중을 생각하며 참습니다. 이만한 수익에 이정도 수모야 참아야 하는것 아닐까 싶고요^^ 우리 모두 힘냅시다!! ㅎㅎㅎ
멋진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대의 패러다임에 뒤쳐진채 기성가치의 색안경만 보고 현상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칭찬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한마디로 딱 정확하게 정리해주시네요. 기성 가치로만 보지 말고.. 그냥 모르면 가만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아이참. 왜 짜장면에 비유하셔서 짜장면 먹고 싶게 하십니까 ㅋㅋㅋㅋ
저도 사진 올리며 침이 꼴깍 했더랬죠..ㅎㅎ저녁은 짜장면 대신 짜파게티라도 먹어야겠습니다~~ 방문 감사드립니다 !!
우리가 먹는 짜장면은 한국음식이지, 중국에는 다른 형태의 비슷한 음식이 있지만 짜장면이라는 것은 없어요. 현재의 가상화폐 시장을 나이먹은 사람들은, 주식시장처럼 들어가기만 하면 망하는 투기판 정도로 오해하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그렇습니다. 언론의 자극적은 보도와 정부 각 부처간의 엇박자가 맞물려 나온 결과인것 같습니다. 정부가 오히려 투기를 부추기는 꼴이라니 참 웃깁니다ㅜ
알고있는 상식과 지식의 수준에서는 그렇게 보이는대로 믿고 행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지요.
저 너머에 진짜 지식과 정답이 있는데.. 그걸 현재의 편안함이나 다른 이유때문에 안보려고 하고 독단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문제이겠지요.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댓글입니다. 감사드립니다. 그들의 안일함과 무지함을 탓해야겠네요..ㅎㅎ 알지 못하는 것에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는데, 알지도 못하며 떠들어대는게 참 싫습니다ㅜㅜ 방문과 댓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러면서 본인들은 탕수육에 팔보채먹고! 그죠? ^^ 재미난 글 잘보았습니다~
ㅎㅎ댓글 감사드립니다~~
틀린 정보를 바탕으로 조리있게 잘 우기는 친구들이 있죠. 그런 애들한테 지면 화딱지 나요.
그렇죠.. 아무리 옛날 일이어도 두고두고 열받습니다. ㅎㅎ 팩트를 기반으로 한 토론이 되어야겠지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