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트 로드] 행복을 주는 연남동에서 우리는 피자와 커피를 : 풀잎맛 피자 뉴오더 클럽, 검증된 테일러 커피
부제 : 풀잎 맛나는 루꼴라 피자 뉴오더 클럽과 검증 또 검증된 테일러 커피 연남
10년동안 홍대 앞을 서성이다보니 이런저런 변화들이 곧잘 보이고는 한다. 대기업st의 크고 멋진 것들과 힙해보이는 새로운 것들이 계속 생기고 있다는 것은 기억할만한 포인트. 가장 의아한 변화라면 '홍대'라 부르는 곳의 범위가 계속해서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09년 내가 홍대에 입학했을때 '홍대 앞'은 정문 앞과 홍대 놀이터 근처 정도였다. 이곳을 '홍대 중앙'이라 해두겠다.(실제 그 지역에서 5년 넘게 장사하는 분이 쓰는 용어였다.) 나는 그때부터 '홍대 중앙' 바깥 쪽 서교동과 상수동 골목을 탐험하고는 했다. 골목 안은 대부분 주택이었지만, 가끔 인상적인 가게들이 있었다. 나는 작고 멋진 가게들을 찾아 계속 탐험했다. 여전히 자리를 지키는 멋진 가게들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이따금 찾아가는 참 좋은 가게들.
아무튼, 시간이 오래 지나 어느덧 '홍대'는 위에 지도가 말하는 영역을 거의 포괄하는 의미가 된 것 같다. 전혀 입구가 아닌 홍대입구역 9번 출구는 홍대에 오는 사람들의 만남장소가 되었다. KFC 앞 이 곳은 사람이 대단히 많아 홍대생들은 다른 곳에서 사람들을 만나고는 한다. 나의 경우 8번 출구도 대단히 애용하는데, 이제는 8번 출구에도 사람들이 아주 많아 '8번 출구 앞 코코브루니 앞에서 봐'를 가끔씩 시전하고 있다.
오래전 지도상 '서교동'이라 표시된 곳에는 사람들이 없었다. 나는 수업이 끝나면 서교초등학교와 마포 도서관을 둘러싼 돌담길을 혼자 거닐고는 했다. 서교동 성당 앞에는 왠지 안이 어떻게 생긴지 궁금해서 더 천천히 걸었다. 내게 천주교는 상당히 신비한 종교였기 때문이다.(지금은 프란치스코가 되었다;;) 지도상 '서교동'이라 표시된 곳에서 '경의선 숲길' 쪽으로 걸으면 골목들이 많이 나온다. 골목 사이 사이에는 멋진 가게들이 많았고, 내가 특히 좋아했던 심야식당 분위기가 나는 '부산오뎅'이, 지금 테일러 커피의 시작인 '포레스트'가 있었다. (부산오뎅은 지금도 그 자리에 있다.)
이 골목에 테일러 커피의 시작 '포레스트'가 있었다.
그러다 시간이 또 오래 지나 거대한 공사판이었던 '경의선숲길'은 정말 걷기에 좋은 숲길이 되었고, 길 건너 연남동에는 '연트럴 파크'라 불리는 공원이 만들어졌다. 그 전후로 집을 개조한 가게들이 많이 생겼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밀려나는 가게도 많이 생겼다. 좋아해버리기도 전에 가게들이 없어지고는 했다. 나의 탐험은 여전한데, 쉽게 좋아하지는 않으려 노력한다. 그러다가 또 언제 슉 떠나짐을 당할지 모를 일이니까.
모쪼록, 오늘 다룰 이곳은 홍대가 아닌 연남동이다. 악기상과 합주실이 많았던 곳. 2011년 나와 친구들이 '재미삼아' 데뷔겸 은퇴공연을 했던 펍도 이곳에 있었다. (지금은 유명해진 전자음악하는 친구가 드럼을 잡았었다. 지금은 바빠서 보기 어려워졌지만 언제나 널 응원해.)그 근처에 공원이 생겨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그것도 그것대로 좋을 일이다. 다만 오래 보고싶은 좋은 가게들이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 뿐.
'연트럴파크'는 길게 쭉 이어진 공원이다. 걷다보면 지도상 표시된 '연남 파출소' 근처에서부터 물길이 나오고 물길을 따라 걸을수록 한적해진다. 좋아하는 초콜릿 카페인 17도씨도 나온다. 강아지들을 데려나온 주인들이 보이고, 물 위에 작은 RC모형보트를 띄우는 사람들도 있다. 커피를 들고 평일 점심 이곳을 천천히 걸으면 참 좋다.
'한적한 곳'으로 들어서기 전에 연남 파출소에서 연희동 쪽으로 향하는, 차가 다니는 길을 따라 갈 수 있다. 길을 따라가다보면 골목이 많다. 골목 안에는 개성있는 맛집들이 많이 나온다. 나는 피자를 좋아한다. 그리고 커피를 좋아한다. 오늘은 유명하고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곳을 소개하고 싶다. '뉴오더 클럽'과 '테일러 커피'
- 힙스터라면 가장 좋아할 피자, 뉴오더클럽
가게는 반쯤 지하에 잠겨있다. 저녁에는 웨이팅이 있을 때가 많다.
가격 - 라지를 먹고 음료를 한 잔씩 한다면 3만원 정도면 충분하다.
맛 - 도우가 그다지 두텁지는 않다. 과하지 않을만큼 덕지다. '하와이안', '트러플 루꼴라', '베이컨 체다' 추천.
서비스 - 매우 바쁜 와중에도 친절하려고 웃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분들이다. 충분하다.
찾아가는 길 - 찾기 쉽고 모두 평지다. 지도상에서 연희동을 향하는 방향으로 걷다가 오른쪽에 나오는 골목들을 유심히 보시라.
공간편의성 - 홀이 넓지는 않다. 테이블도 크지는 않다. 인기가 많아 웨이팅도 있다. 화장실은 홀안에 있다. 남녀가 함께 쓴다. 그러나 상쇄할 충분한 맛과 분위기가 있다.
분위기 - 낮에 갈 때와 밤에 갈 때가 다르다. 밤에 가면 클럽 헨즈에서 나올법한 음악들을 틀어준다. 불을 끄면 붉은 빛 조명이 돋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분위기 좋아합니다(..)
하와이안은 호불호가 극명히 갈린다. 파인애플의 식감과 맛이 피자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
나는 피자를 대단히 좋아하여, 새로운 지역에 가면 '피자집'을 꼭 검색해본다. 사실 뉴오더클럽은 연남동에서 피자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곳이다. 분위기-맛-가격에서 근처에 이만한 곳이 없기 때문. 이 곳피자는 화덕에 구운 '양식 피자'가 아니다. '홈파티'에 어울릴 법한 녀석들이다. 말하자면 프랜차이즈 중에서는 파파존스의 맛과 가장 가까운 것 같다. (파파존스가 프랜차이즈 중에서는 가장 맛있는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아이리시포테이토 피자를 가장 좋아한다. 도미노는 VIP등급이 될 정도로 열렬히 먹었다. 피자헛은 우리 형이 4년동안 알바를 했다. 즉 저는 헤비피자러인 것 같아요.) 그 기준에서 뉴오더클럽의 피자는 나의 입맛에 잘맞는다. 파파존스보다 맛있는 것은 당연하다. 라지 사이즈를 추천한다. 꼭 그래야만한다. 또 하프엔 하프가 옳다. 다양한 피자맛을 맛볼 수 있다.
맥주도 맛있지만, 피자에는 그냥 피클에 콜라랑 먹는 게 제일 맛있는 것 같다. 이 곳은 꽤 신선한 피클을 쓴다.
풀이 가득한 피자는 '트러플 루꼴라'다. '트러플'보다는 '루꼴라'에 초점을 맞추자.
'트러플 루꼴라' 피자는 다소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건강한 맛을 좋아한다면 (이미 피자가 상당히 덕진 느낌이긴 하지만요..) 추천할 맛이다. '트러플'은 트러플 버섯을 말하는 것 같은데, 별도로 트러플 요리를 먹는 게 아니라면 '트러플 향'에 의의를 두길 바란다. (https://www.huffingtonpost.kr/dohoon-kim/story_b_11556382.html) 루꼴라 풀잎맛이 피자의 덕진 맛을 상당 부분 기분좋게 중화시킨다. 베이컨 체다 등과 하프앤 하프로 먹으면 밸런스가 좋다.
많은 분들이 그렇듯 나도 하와이안 피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파인애플 특유의 맛이 피자와 잘 호응이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 쌀국수에 고수 넣기를 싫어하는 사람들과 비슷한 심리인 걸까.. 좋아하는 사람은 열렬히,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극도로 노노를 외친다. 이곳의 하와이안은 '파인애플 맛'이 치즈와 다른 토핑 맛을 위협할 정도로 강하지는 않았다. 나는 그래서 이곳의 하와이안이 괜찮다고 판단했다.(물론 철저히 제 기준입니다)
저녁이 되면 어두운 조명으로 바뀐다. 가게 직원이 '급' 조명을 끄고 음악을 켰는데, 조명을 끄고 음악을 키는 기준은 잘 모르겠다. 재료가 떨어졌음을 알리는 것일까? 그러기엔 그 시그널이 참 힙하다. 이 곳의 분위기는 최근의 흐름인 '레트로(?)','올드스쿨(?)', '스트릿'함의 연장이다. 이러한 '사조'를 정확히 무엇이라 하는지는 모르겠다. (제보 부탁합니다.) 클럽 헨즈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인데, 그정도로 어둡거나 진입장벽이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한편, 이 곳의 피자는 이태원이라 읽고 대사관로라 쓰고, 이슬람사원 너머 저 머나먼 언덕이라 불리워짐을 당하는...곳에 위치한 UPP를 생각나게 한다. (찾아가는 과정이 즐거운 여정이다.) UPP 쪽이 더 '덕진' 맛이다. 계란을 많이 써서 그런 것 같다. 분위기는 UPP가 더 힙스터에 가깝다. 그곳은 레트로라기보다는 게임 '폴아웃'의 폐허에 지은 휴식터(?)에 가깝다. 나는 언제든 여정을 감수할 만큼 UPP를 좋아한다.
사진은 upp의 피자. UPP에 대해서는 이태원편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 검증되고 검증되고 또 검증된 테일러 커피. 테일러의 연남점.
가격 -프랜차이즈보다는 비싸지만, '경험' 대비 절대 합리적.
맛 - 테일러 커피입니다. 그리고 여기도 테일러 커피입니다.
서비스 - 프랜차이즈보다는 느슨하고, 편안한 친절
찾아가는 길 - 위 지도에서 연희동을 향해 걷다가 교차로에서 오른쪽을 보면 바로 보입니다.
공간편의성 - 기존 지점의 아쉬움이 공간의 편의성이라면, 이 곳은 넓고 쾌적함.
분위기 - 더 넓게, 테일러 커피의 '톤 앤 매너'를 누릴 수 있다. 커피와 대화를 나누는데 거슬리지 않는 분위기. 미술품과 음악은 거들 따름.
테일러 커피는 이미 너무 유명한 곳이다. 그 테일러 커피가 유명해지기전 '포레스트' 커피라는 곳이 있었다. 나는 2012년 그곳에 가끔 가고는 했다. 내가 기억하는 당시 사장님은 커피에 대한 열정이 정말 가득했다. 아마도 나를 기억하지 못하시겠지만, 자신이 추구하는 커피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짧게 나마 대화하며 느꼈다. 그리고 넓은 공간이 아니었지만 조금이라도 카페를 쾌적하게 만들려 노력했다. 왜 이 이야기를 하냐면..당시 포레스트 커피의 사각형 나무 테이블 4개를 내가 중고거래로 샀었기 때문이다. 나는 당시 자취하던 내 방을 카페처럼 꾸미고 싶다는 망상이 있었고, 포레스트에서 구매한 테이블을 어떻게 잘...배치하려했으나 도무지 잘 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다른 카페에 팔았다. 나는 한때 포레스트 카페의 물건을 가진 사람이었던 것이다(!)
나는 카페의 1층보다 2층을 더 좋아한다. 창가 밖에 오고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기 좋기 때문인 것 같다. 가벼운 비가 오면 더 좋다. 비오는 날 카페에서 창 밖을 보며 마시는 아메리카노는 참 좋다. 마주보는 테일러 중 왼쪽 파란 유리를 낀 건물 지점이 2층으로 연결된다. 아마도 저 곳이 연남 2호점인 것 같다. 추측하는 이유는 연남동에 있는 테일러 커피는 처음 가봤기 때문이다. 어떤 기대감을 안고 들어섰다.
테일러의 굿즈들. 이제 개인카페의 레벨은 아니게 된 것 같다. 아무렴 어때. 나는 테일러를 좋아하니 된 것이다.
테일러 커피 1호점이 생겼을 때, 그곳에서 산 '봉투밀봉' 커피는 향이 참 좋았다. 봉투에는 숨구멍(?)같은 것이 나 있었고, 나는 커피를 사서 봉투를 누르면 새어나오는 향을 즐겼다. 스물 세살 커피알못이 느끼기에 향은 달콤한 신맛이 나는 과일 향 같았다. 나는 그 '행위'가 좋았다. 컴퓨터를 할 때 커피 향을 맡으려고 옆에 커피 봉투를 두기도 했으니까.
솔직히 나는 '커피의 맛'을 대단히 섬세히 구분할 정도로 맛의 해상도가 뛰어나지 않다. 스타벅스가 주는 '표준화된 탄 맛 커피'도 나는 좋다. 그런 내가 느끼기에 (정말 정말 주관적으로) 테일러의 가장 일반적인 아메리카노는 '진하고', '산미'가 있다. (맛에 대한 보다 전문적이고 자세한 견해는 다른 분들을 참고해주시길 부탁드리며..) 나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나는 테일러의 음료 중 코코 프레도를 가장 좋아한다. 포레스트 커피 시절, 사장님에게 다른 음료 없나요? 라고 물었을때, 사장님은 '코코 프레도'를 추천해줬었다. 코코 프레도는 코코넛 밀크 향에 커피맛이 배어나는 음료였다. 과하지 않게 달았다. 그 이후로 내게 테일러 커피는 '코코 프레도'가 생각나면 가는 곳이었고 당연히 연남점에 처음와서도 나는 코코프레도를 마시기로 했다.
이 날은 아이스아메리카노와 호두 파이. 신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후배와 함께였다. 일반적으로 커피 맛이 일정 이상이 되면 보통 사람들은 그 차이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나는 커피 맛이 특별하면 '뭔가 더 좋은데?' 까지는 알고 정확히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는 모른다. 다만 코코 프레도는 누구에게나, 특히 여성 분들이 느끼기에 참 새롭고 맛있다는 평이 주였다. 신학도 후배도 그렇게 말했다. 물론 내가 처음 느끼기에도 그렇다. 6년이 지나도, 지점이 달라도 코코 프레도는 코코 프레도였다.
테일러 커피 잘 해나가고 있구나. 나도 쑥쑥 커야지.
얼마전의 첫 탐험 이후 연남 점에는 2번을 갔다. 한 번은 글을 쓰는 작가와 갔다. 사랑과 여성, 관계에 대한 글을 많이 쓰는 분이다. 그 날은 비가 오는 날이었고, 그 날도 나는 코코 프레도를 마셨다.
내게 테일러 커피는 언제나 내게 '코코 프레도'. 6년 동안 지난 시간, 봉투에 담긴 커피향으로 기억되는 곳이다.
테일러 커피 연남점에서도 나는 그것을 느꼈다. 테일러면 된 것이다. 나도 포레스트에서 테일러 커피가 이룬 발전과 변화처럼, 앞으로 더 잘해나가야지 하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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