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잔뜩 비뚤어졌다고 할 수도 있겠다

in #kr-poem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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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잔뜩 비뚤어졌다고 할 수도 있겠다. 구차한 자기 변명을 해보자면 다들 헬조선이니 하는 힘든 세상을 이렇게나 일찍 알아버린 내가, 어쩌면 염세적이고 또 어쩌면 냉소적인 것이 그렇게나 이상한 일일까.
남들보다 잘 버텨내는 것은, 그저 버텨내는 것일 뿐이다. 버틸만 해서 버티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다. 버티고 서는 것 외의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버텨내는 것이다.
나의 이야기를 꾸준히 하는 것은 나를 알아주기 바라서라고 수없이 얘기했다. 그것은 단순히 나를 보듬어 달라는 것 외에도, 나를 어서 버리라고도, 내 앞에서 주름 잡지 말라고도 그렇다.
타인의 말기 암보다 나의 감기몸살이 더 괴로운 것이 인간이라 했던가. 그래서 그런 것일까. 나는 너의 고통이 결코 나의 인생에 견줄 바 되지 않는다 생각한다.
너의 상황이 너를 충분히 괴롭게 만듦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내겐 그저 배부른 투정으로 보이는 너의 고통을, 그저 너의 한심함이 만든 너의 상황을, 너의 게으름이 만든 결과를 내게 투정하는 것에 냉소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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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은 정말 가~~끔 만 필요한 존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