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13] 블록체인 접근 장벽
연어입니다. 추석전에 얼굴 좀 보고가라 하시는 전 직장 상사분이 계셔서 겸사겸사 인사도 드리고 치맥 한잔 하고 온 일이 있었습니다. 제 관심사 중 하나가 블록체인과 코인투자였던걸 아시는지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면 관련된 이야기도 나누곤 합니다.
- 세상이란게 계속 변하는 법이니 그 블록체인인가 뭔가하는 것도 좀 알아야하는데 말이야, 뭔가 뭔지 모르면서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건가 싶다.
처음에는 성향도 매우 보수적이고 일하랴 가정 챙기랴 워낙 바쁘신 분이라 그려려니 했습니다만, 가만 생각해보니 이분 뿐만이 아니라 주변 대부분이 비트코인이나 블록체인의 존재에 대해 모르는 바가 아니면서도 딱히 관심을 갖지 않는 이유가 바로 '딱히 필요가 없다'는데 있었습니다.
90년대 후반 이후 모바일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던 시기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핸드폰 한대씩 장만하느라 정신들 없었습니다. 인터넷도 마찬가지였지요. 하루가 멀다하고 ~~넷, ~~통신 서비스에 가입들 하였고 더불어 PC 보급률도 나날이 높아졌습니다.
사람들이 손에 잡고 있는 것이 피쳐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는데도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지요. 사람들은 무엇이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나 뒤쳐져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번개같이 달려들어 사고 바꾸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블록체인에 대해서는 왜 시큰둥 할까요?
아마도 딱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블록체인 세상은 기존에 있던 컴퓨터와 온라인 세상에 기반한 것이니 그분들의 눈에는 딱히 새로울 것도 없을 것입니다. 설령 블록체인 프로젝트나 서비스를 접한다고 해도 이게 중앙화인 것인지 분산 처리되는 것인지 구별도 잘 되지 않거니와 설령 구분을 할 수 있다고 해도 그것에 특별한 이유도 와닿지 않는 듯 보입니다.
당장 구매해서 변화를 느끼고, 당장 교체해서 세상의 대열에 낄 수 있다는 느낌이 없으니 굳이 아픈 머리를 싸매면서까지 원리를 이해하고 소소한 불편들을 감수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거지요. 많은 분들이 R토큰을 이용해 주변분들을 스팀잇과 스팀코인판으로 이끄는 것이 쉽지 않은 근본 이유 중에는 이런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로서, 사람들은 많고 높은 수준의 정보를 남보다 빨리 얻을 수 있는 방법에는 많은 투자를 감행하는데 블록체인에 대해서는 딱히 그런 중요성을 못 느끼는 부분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시간과 돈을 들여서까지 영어를 공부합니다. 영어를 할 줄 알면 수많은 정보들, 특히 온라인의 경우 절반 이상의 정보가 영어로 작성되어 있다보니 접하고 모을 수 있는 정보가 어마어마해지지요. 영어를 통해 의사소통까지 되면 그 유용성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증폭하게 됩니다.
인터넷, 모바일 이런 것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이제 잠깐의 시간이 나면 스마트폰을 보면서 이런저런 서핑을 하곤 합니다. 단순히 시간 때우기일까요? 아마도 이들은 잠시 짬을 내는 순간에도 새로운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생각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일반인으로서 블록체인만을 통해 직접적으로 얻는 정보는 별로 없습니다. 블록체인은 우리에게 투명한, 위변조되지 않은, 분산된 정보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그런 정보가 평소, 또는 수시로 필요한 사람은 별로 없는 편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요.
우리가 늘 '킬러댑'을 기대하듯이 사람들이 블록체인을 통하지 않고서는 접할 수 없는 그 어떤 유용한 정보 서비스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앞에서 얘기한 전 직장 상사분의 '그리 급하지 않은' 푸념을 주변에서 들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알고 있지요. 블록체인은 우리 세상의 많은 부분을 커버해 나갈 것이란 것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