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나랜스, 사람은 이야기를 한다.

jayraw (39)in #kr • 7 years ago

안녕하세요. 제이로우입니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최근 SNS가 일상이 되어버린 요즘, 누구나 손쉽게 글이나 사진, 동영상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생산하고 공유하죠. 스팀잇처럼요 :) 이런 사람들을 가리키는 용어가 있는데 바로 '호모 나랜스'입니다.

'이야기 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라틴어인 호모 나랜스, 이는 미국의 영문학자 존 닐(John Niels)의 <호모나랜스>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되었습니다. 그는 이 책에서 인간은 원래 이야기하고 싶어하고 듣고 싶어하는 본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합니다.

신문, TV 등 일방향 대중매체의 발달로 인해 개인의 말하려는 욕구가 잠시 약화됐었지만 최근 쌍방향 매체인 인터넷과 SNS가 발달하면서 사람들의 말하려는 욕구가 분출하게 된 것이죠.
과거 주변 사람들과 속닥속닥 나누던 이야기가 블로그나 카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각종 커뮤니티, 그리고 스팀잇 등 다양한 디지털 채널을 통해 더 빨리, 더 넓게 전파되면서 개인의 스토리텔링이 영향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정의

한마디로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최근에는 '디지털 공간에서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으로 통용되고 있고, 마케팅의 관점에서는 '구전성이 강한 소비자'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인간은 본래 사회적 동물이며 따라서 다른 이들과의 소통을 위해 말하고 듣는 존재입니다.

호모 나랜스의 특징

제일기획에서 15~44세의 남녀 6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호모 나랜스의 특징을 아래와 같이 요약했습니다.

"기존의 아날로그 소비자들이 에펠탑, 로마의 콜로세움 등의 유명 관광지를 순회하는 패키지 여행자라면 호모 나랜스는 골목, 골목에 숨은 자신만의 뒷얘기를 찾는 배낭여행자에 해당한다"

호모 나랜스는 '자기의 이야기'를 하기 좋아하고 또 상대가 가지고 있는 '자기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들을 양산해냅니다. 여기에서 파생된 재미있는 사례가 있는데 일본에서 2013년에 불평을 들어주는 신종 사업이 유행처럼 확산된 적이 있습니다. '남의 말 잘 들어주는 클럽'이라는 회사는 당시 10분당 1천엔을 받고 전화로 불평을 들어주곤 했는데 이들 고객의 80%는 두 번 이상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이었다고 합니다. 평균 상담시간은 7~80분이고 최장 상담시간은 9시간 50분이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사업입니다. 이처럼 호모 나랜스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좋아합니다.

호모 나랜스 마케팅 사례

최근 LG와 오뚜기의 선행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타고 빠르게, 그리고 아주 넓게 확산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두 기업은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 브랜딩과 함께 수많은 잠재고객들의 환심을 샀고 시장에서 입지를 단단히 굳혔습니다. 착하고 좋은 일을 이렇게 하고도 알리지 않다니.. 이를 본 호모 나랜스들은 답답한 마음에,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고 싶은 마음에 이를 널리 알리며 매니아 층을 파생시키기도 합니다. 반대로 특정 기업의 안 좋은 일들은 조금 더 빠르게 퍼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기업들이 SNS를 통한 마케팅을 진행할 때 이를 십분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전성이 강한 콘텐츠와 함께 '같이 보고 싶은 친구를 태그해주세요.'와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이 게시물을 공유해주세요.' 하는 등이 그런 경우입니다.

이야기 하기와 재미있는 이야기 듣기는 인간의 강력한 본능입니다. 최근 강연 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던 이유도 이에 기반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몇 시간 동안 수다를 떠는 것도, 술집이 그렇게 시끌벅적한 것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밤새 이야기를 하는 것도, 커뮤니티 사이트와 SNS에 수많은 글이 올라오는 것도 모두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야기, 기사, 전문 정보 등을 생산하던 주체가 언론사, 출판사, 교수, 전문가 등 소수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나 쉽게 스토리를 생산할 수 있고 소비할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책을 쓰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강의를 하기도 하고 그와 동시에 그것들을 소비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