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 커브, FA를 앞둔 류현진의 비장의 카드

in #kr-baseball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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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2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주 글렌데일 캐멀백랜치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의 시범경기에서 5이닝 5피안타 1실점 6K (75구)로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되었다.

이번 경기에서는 류현진에게는 승리 이상의 값진 소득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고속 커브 구사에 대한 자신감이었다.

오늘 경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1회초 트라웃을 3구 삼진으로 잡아낸 장면이다. 류현진이 트라웃에게 헛스윙을 유도하면서 삼진을 잡아낸 결정구가 바로 고속 커브였다.

류현진은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커브의 회전 수를 증가시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류현진이 회전 수를 높인 고속 커브를 구사하고자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커브의 회전 수를 높이면 커브 궤적이 지난 시즌까지 구사했던 커브보다 짧아지는데, 이 공이 타자 입장에서는 공이 처음 릴리즈 될 때 패스트볼로 인식되다가 뚝 떨어져서 헛스윙을 유도하게 되는 것이다. 즉 고속 커브가 효과적으로 장착되면 타자의 착각을 불러일으켜 삼진 혹은 범타를 유도하는데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지난 시즌 커브로 재미를 많이 본 팀이 바로 월드시리즈 우승팀 휴스턴 애스트로스이다. 휴스턴의 투수 랜스 맥컬러스의 경우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7차전에 커브를 연속 24개 던지며 경기 종료까지 월드시리즈 진출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를 6개 따낸 바 있다. 이 때 맥컬러스가 던진 커브가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유행하고 있는 너클 커브이다. 이 너클 커브는 전통적인 커브에 비해 낙차 폭은 크기 않지만 회전 수가 높기 때문에 위력적인 직구와 함께 볼배합을 가져간다면 상대 타자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랜스 맥컬러스 뿐만 아니라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에서 위력을 발휘했던 휴스턴의 저스틴 벌랜더와 찰리 모튼도 지난 시즌 분당 회전 수가 메이저리그 최상위권인 커브를 구사했다. 그리고 벌랜더, 모튼, 맥컬러스는 월드시리즈에서 30이닝 10실점 (ERA 3.00)을 기록했다 (나머지 투수들은 34이닝 23실점, ERA 6.09 – 김형준 ‘인사이드 MLB’ 인용)


(랜스 맥컬러스의 24구 연속 너클 커브)

커브 평균 분당 회전수(500구 이상) (김형준 ‘인사이드 MLB’ 인용)

2874 - 찰리 모튼(HOU)
2874 - 랜스 매컬러스(HOU)
2857 - 릭 포셀로(BOS)
2802 - 저스틴 벌랜더(HOU)
2798 - 리치 힐(LAD)
2792 - 스티븐 스트라스버그(WSN)
2769 - 마이크 파이어스(HOU)

시즌을 앞두고 류현진이 고속 커브의 제구에 대한 자신감을 가졌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특히 메이저리그 현역 최고의 타자인 트라웃을 상대로 고속 커브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는 건 앞으로도 류현진에게 큰 자신감으로 작용할 것이다.

고속 커브 장착에 있어서 류현진이 올 시즌 내내 고려해야 할 것들이 있다.
첫째, 고속 커브의 릴리즈 포인트를 패스트볼 릴리즈 포인트와 거의 동일하게 가져가는 것이다.
고속 커브의 제구와 회전수가 뛰어난데 패스트볼의 릴리즈 포인트와 확연하게 차이난다면 분명히 시즌 중반에 분석을 당할 수 밖에 없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시즌 내내 선발 가장 주안점을 둬야할 것이 커브와 패스트볼의 릴리즈 포인트를 일정하게 가져가는 것이다. 이것이 고속 커브의 위력과 더 크게는 성적 향상에 있어서 류현진에게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패스트볼의 회전 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고속 커브를 구사하면서 패스트볼의 위력이 반감된다면 고속 커브의 효과성마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투수가 가장 많이 던지는 구종이 패스트볼인데 패스트볼의 구속과 회전 수가 떨어지면 커브의 효과성마저 감소할 수 밖에 없다. 류현진의 팀 동료 리치 힐의 경우 패스트볼의 구속은 낮지만 회전 수가 높았기 때문에 커브의 위력도 배가 되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로테이션을 거치면서 루틴과 체력 관리에 힘써야 할 것이다.

셋째, 다른 구종과의 부적인 상호작용이 일어나지 않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두 번째에 언급했던 것과 같은 맥락인데, 고속 커브를 구사하면서 패스트볼의 위력뿐만 아니라 기존에구사했던 서클 체인지업과 슬라이더의 효과성이 감소하게 된다면 볼 배합에 있어서 약점을 가지게 된다. 고속 커브를 던지면서 서클 체인지업과 슬라이더의 위력까지 상승하는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면 가장 좋겠지만, 최소한 고속 커브를 던지면서도 기존의 변화구 구종도 지난 시즌과 동일한 수준으로 구사할 수 있어야 성적이 향상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레퍼토리의 다양화는 포스트 시즌에서도 상대 타자들을 영리하게 다룰 수 있는 무기가 되고, 시즌 후 FA 시장에서 류현진의 가치를 높이게 할 것이다.

아직 본격적인 시즌이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원론적인 이야기만 할 수 밖에 없었다. 시즌이 시작되면 경기 내용을 통해 류현진이 던지는 각 구종의 효과성을 생각해보면서 글을 써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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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경기 44타석 무삼진 기록중인 트라웃을 상대로
삼구삼진을 잡아냈었죠 :)

사실 그전까지 류현진이 트라웃에게는 극강이었는데, 그래도 오늘 경기 첫 타석에서 삼진 잡아낸 건 고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시즌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트라웃도 자기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시점이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