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epit 블록체인 칼럼: 익명화폐의 역사 3편

in #kr7 years ago (edited)

Keepit History


안녕하세요! Keepit입니다.
매주 화요일에 연재하는 익명화폐의 역사 시리즈가 벌써 3편에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1부에서 비트코인이 투명성을 담보로 하는 대신 불완전한 익명성을 담고 있음을 다뤘다면, 2부에서는 그 불완전한 익명성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대쉬와 모네로를 소개해드렸었습니다. 이번 3부에서는 전 시간에 이어서 익명화폐 분야 최고도 기술력을 자랑하는 지캐시(Zcash)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익명성과 투명성을 동시에 잡는다, 지캐시

2013년의 어느 날, 존스 홉킨스 대학의 연구진들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그것은 바로 암호화폐에 대한 프로젝트였고, 곧 제로코인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로코인은 제로캐시라는 이름을 거쳐 지캐시라는 지금의 시스템으로 자리를 굳히게 됩니다. 특히 지캐시의 출범 전후에는 탄탄한 개발진과 JP모건의 파트너십 이슈로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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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캐시의 창업주 주코 윌콕스
image from: https://www.alexfortin.com/discover-worlds-first-100-anonymous-cryptocurrency-zcash-ceo-zooko-wilcox/

지캐시를 주도하고 있는 창업주 주코 윌콕스(Zooko Wilcox)는 암호학 관련 스타트업에 숱한 경험이 있는 베테랑이며, 암호학의 대가로 불리는 데이비드 차움(David chaum)과 함께 일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제로캐시 시절까지 비트코인 기반의 블록체인에 의존했던 것에서 벗어나 지캐시의 탄생과 함께 독자적인 블록체인을 구축했습니다. 2016년 10월 28일은 이러한 결실이 제네시스 블록(가장 처음 생성되는 블록)으로 탄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지캐시는 독자적인 블록체인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얼핏 보면 비트코인과 별 다를 바 없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발행수량이나 반감기 등이 모두 비트코인과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캐시는 결정적인 기술력으로 비트코인과 다르다는 것을 입증했으며, 같은 익명화폐로 취급되는 대시와 모네로와도 뚜렷한 차별점을 두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결정적인 기술력이란 무엇일까요? 바로 영지식 증명(Zero-Knowledge Proof)입니다. 지캐시는 이 영지식 증명을 통해 비트코인의 불완전한 익명성을 보완하고, 대시와 모네로의 단점(대시의 마스터 믹싱과 모네로의 링서명으로 인한 거래주체 불확실성) 으로 지적되던 투명성까지 지킬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였습니다.

2.암호학의 정수 영지식 증명

영지식 증명의 개념 자체는 지캐시 이전에도 학계에서 많이 의논되던 주제였습니다. 이 증명의 방식은 A가 B에게 어떤 사항을 증명할 때, 그것이 참 혹은 거짓인지의 여부만 노출하고 그 외의 모든 것은 드러나지 않게끔 진행되어야 합니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 증명을 요구받는 증명자 A가 벌일 행동들에 대한 대비책들이 강구되어야 합니다. 예컨대 A가 딴 마음을 품고 A의 증명을 확인하는 검증자 B에게 일부러 잘못된 증명을 한다 해도 B는 그것이 참이 아님을 알아야만 합니다. 반대로 A가 진실된 증명을 할 때에도 B는 그것이 진짜 참인 증명인지 알 수 있어야 합니다.

학계의 여러 사람들은 영지식 증명의 이와 같은 전제조건을 모두 만족시킨 방식을 고안했으나, 특별히 지캐시는 여러 방식 중에서 zk-snarks(zero-knowledge succinct non-interactive arguments of knowledge)라는 비대화형 영지식 증명 프로토콜을 사용하여 체계를 구축해냈습니다.

그럼 A와 B 사이에 대화도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영지식 증명의 조건들을 모두 충족시키는 방식은 도대체 어떻게 이루어지는 걸까요. 장 자크 키스케다는 ‘어린이들을 위한 영지식 증명’이라는 논문에서 이 증명 방식을 매우 단순하게 설명했습니다.

‘페기’와 ‘빅터’라는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두 사람은 영지식 증명을 실험하기 위해 ‘나는 비밀 키를 정말 가지고 있다’라는 명제를 설정하고 두 갈래 길 뒤에 비밀 문이 있는 어떤 동굴 앞에 다다르게 됩니다. 그리고 페기는 빅터에게 자신의 명제가 진실임을 밝히는 증명자, 빅터는 페기가 말하는 명제가 진실이 맞는지 확인하는 검증자의 역할을 맡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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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오직 증명의 참, 거짓 여부확인만을 위해 빅터는 동굴 외부에서 페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image from: https://en.wikipedia.org/wiki/Zero-knowledge_proof

영지식 증명에서는 해당 명제가 참, 거짓인지만 확인하고 나머지는 노출이 되면 안 되기 때문에 검증자인 빅터는 증명자인 페기의 증명과정을 보아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페기가 두 갈래 길 중 어느 하나로 들어갈 때까지 빅터는 그 모습을 보지 않고 외부에서 대기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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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비밀문에 도착한 페기는 명제의 진실확인을 위해 빅터가 요구하는 통로로 나와야 합니다.
image from: https://en.wikipedia.org/wiki/Zero-knowledge_proof

그런 다음 페기가 비밀 문에 도착하면 그때서야 빅터가 동굴 입구로 들어와서 참, 거짓을 확인해 볼 수 있게 됩니다. 이때 빅터는 동굴 통로 A, B 가운데 원하는 곳을 페기에게 불러서 페기가 정말 그 통로로 나오는지 확인하는 방식으로 참, 거짓 여부를 가리게 됩니다. 만약 페기가 비밀키를 진짜 가지고 있다면 빅터가 원하는 통로로 계속해서 나올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반면에 페기가 비밀키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50%의 확률로 페기는 빅터가 원하는 통로로 나오지 못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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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명제가 진실임을 확실히 증명하기 위해 위와 같은 그림1, 2, 3의 과정을 계속 반복합니다.
image from: https://en.wikipedia.org/wiki/Zero-knowledge_proof

따라서 영지식 증명은 기본적으로 확률의 법칙을 바탕으로 하는 증명 방식이라 볼 수 있습니다. 단 1번의 증명절차로 참, 거짓이 100% 가려지는 방식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과정을 무한정 반복하게 되면, 결국 페기가 증명해야 할 명제가 참인지 거짓인지 100%에 수렴되게끔 알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

3. 지캐시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

위의 예시를 통해 지캐시는 자신들만의 영지식 증명으로 A와 B끼리 거래를 하고있다는 사실, 즉 투명성을 지키면서도 그 외의 모든 것은 노출되지 않는 익명성까지 확보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장점만 가지고 있는 듯 보이는 영지식 증명도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그 확률을 100%에 가깝게 만들려면 증명과정의 엄청난 반복이 필요로 하게 되는데, 이는 그만큼의 컴퓨팅 파워가 요구됨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실제로 서비스가 확대되기에는 너무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있기도 합니다.

또한 이번 9월말에 예정되어 있는 이더리움의 메트로폴리스의 주요 내용 중 하나는 바로 영지식 증명의 도입에 있습니다. 이러한 이더리움 측의 움직임은 그동안 영지식 증명 쪽에서 탄탄한 기반을 쌓아 온 지캐시에게 위협이 되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Jubjub을 통해 익명거래의 전송속도와 메모리 사용량을 크게 줄이는 것에 성공한 지캐시
image from: https://z.cash/blog/cultivating-sapling-faster-zksnarks.html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캐시의 전망이 어두운 것은 아닙니다. 얼마 전 Jubjub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여 자신들의 핵심 툴인 zk-snarks를 크게 개선한 것이 하나의 청신호라 할 수 있습니다. Jubjub을 통해 지캐시는 그동안 문제 되었던 익명거래 전송속도를 크게 단축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다시 말해 영지식 증명 후발주자들이 단숨에 따라 올 수 없는 기술을 지캐시가 점점 구축해나가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현재 지캐시는 2018년에 Sapling을 통한 버전 업그레이드를 예고하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다시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4. 익명화폐 기술의 현주소를 찾아서


네덜란드산 컬버린이 중국으로 넘어와 유래된 홍이포
image from: https://ko.wikipedia.org/wiki/%ED%99%8D%EC%9D%B4%ED%8F%AC

1636년에 시작된 병자호란 당시의 기록을 보면 청나라의 홍이포(紅夷砲)에 놀라 조선의 병사들이 도망쳤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100년 뒤, 조선의 왕 영조 때에 이르러 홍이포를 도입했다는 사실이 실록에 등장합니다. 이렇게 도입된 홍이포의 쇠락은 1866년 병인양요에 이르러서야 조선이 외세와의 현저한 기술력 차이를 절감하면서 이루어지게 됩니다. 즉, 조선이라는 공간에서는 홍이포가 역사 속으로 퇴장하기까지 무려 200여년이 걸린 셈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국가권역별로 겨우 이루어지던 네트워크 공간은 통신의 발달, 비행기의 등장 등으로 인해 글로벌 네트워크 공간으로 탈바꿈하였으며, 이에 따라 변화의 속도는 점점 단축되기 시작했습니다. 단적인 예로 컴퓨터의 등장 이전에 활판 인쇄를 담당했던 식자공이 있습니다. 이 식자공의 인기는 한국에서 20세기에 시작됐지만, 같은 20세기인 1990년대에 컴퓨터의 등장으로 한순간에 자취를 감추고 맙니다. 앞서 말했던 홍이포의 사례와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는 시간에 하나의 존재가 사라진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컴퓨터와 인터넷의 시대를 뛰어넘어 블록체인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통한 하나의 단일된 이 세계에서 인간은 더 이상 무엇을 만들어내는 데 현실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변화의 속도도 극적으로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의 익명화폐도 이 블록체인의 세상 속에서 해가 다르게 진화해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믹싱 서비스, 링서명, 영지식 증명 등 다양한 개념을 소개해드렸지만 이것이 익명화폐의 오늘을 전부 설명해주지는 않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돌아오는 화요일에는 이 익명화폐가 써나가고 있는 현재의 역사에 초점을 맞춰 또 다른 코인으로 인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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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post thank's for share it with us , I have followed you !

Thank you. Please keep your eyes on our posts:)

밋업 참가하고 글남깁니다. 헬골아저씨랑 대화 잘봤어요ㅋ

글까지 남겨주시고, 정말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밋업에서 정말 강의 잘들었습니다^^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스팀 저도 정말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