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에세이] 내가 기다리는 시간

in #coinkorea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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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은 선형적이지 않다. 시간은 언제나 기억 속에서 펼쳐지거나 접힌다. 사건들은 일어난 순서가 아니라 불행했던 순서나 행복했던 순서로 정렬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 부분을 펼치면 그 사건에 감정이 입력되어 있다. 감정은 언제나 느끼고 있는 현재가 종착역이다. 한 사건이 그 때는 슬펐는데 지나고나서 보니 사실 행복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결국 나는 슬픈걸까, 행복한걸까. 중첩되어 있는 것은 감정이 아니라 그 감정을 느끼고있는 '나'라는 존재이다.

  내가 주식투자나 코인투자를 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부분이 모든 시간에 중첩되어 있는 '나'라는 존재를 인식하는 것이다. "미래시점에 나타날 '결과'를 두고 미래의 나는 지금 이 사건에 반응하는 내 행동을 어떤 식으로 해석을 할까?" 라고 생각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예를 들어, A씨는 특정코인을 분석하고 확신을 가지고 매수한다. 혼란을 피하기 위해 매수자금은 향후 5년간은 급하게 쓸 일이 없는 여윳돈이라고 가정하자. 그는 그 코인의 가격이 B지점까지는 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인 악재인지 장기적인 악재인지 잘 모르는 어떤 사건으로 투매가 일어난다. 이 때 A씨가 취해야할 행동은 무엇일까.

  1. 투매를 하지 않고 B지점까지 기다린다.
  2. 투매에 동참한다.


  만약 A씨가 1번을 선택하고 투매를 하지 않고 기다린다면 미래의 결과는 두 가지로 나뉘게 된다. 급락했던 가격이 반등해서 B지점에서 매도를 해서 수익실현을 하거나, B지점이 오기까지 아직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다. 이 상태에서는 아직 매도를 하지 않았기때문에 계좌의 잔고가 플러스든 마이너스든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는 걸 이성적으로 납득하더라도 끝이 보이지않는 터널속을 걷는 기분을 느끼곤 한다.

  만약 A씨가 2번을 선택하고 투매에 동참한다해도 미래의 결과는 두 가지로 나뉘게 된다. 투매를 한 뒤 계좌에 남은 잔고가 원금이상이든 원금이하든 투매했던 코인의 가격이 목표가인 B지점에 도달하는 경우와 B지점에 도달하지 않은 경우이다. B지점이 오면 A씨는 배가 많이 아플 것이고, B지점이 안오면 A씨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하게 된다.

  내 경우는 항상 1번을 택하기 위해 훈련한다. 명상을 하고 확언을 하는가 하면 공원에서 산책을 한다. 왜냐하면 일관적으로 1번의 관점을 유지하기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1번을 택하는 훈련을 장기간 반복해서 하게되면 존버하기 위해 투자할 대상을 꼼꼼하게 분석하게되는 효과를 낳는다. 그 결과 어지간한 공포에는 흔들리지 않게된다. 하지만 1번을 택해서 꼭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상장폐지된 종목이 있거나-아직 그런 경험이 없어서 너무 감사하다-, 영원히 폭락한 시점에 가격이 머무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일관되게 1번의 방식을 고집하면 그 중 하나에서 텐버거가 나오게 되고, 그 수익은 잃었던 모든 것을 보상하고도 남을 금액으로 기쁨을 준다.

  2번을 택하고 투매에 동참하면 큰 손실을 피했다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곧 죄책감이 따라온다. 나 자신과 지켰던 약속, 'B지점까지 가기전에는 절대로 안팔거야.'를 어기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과거에 내가 투매에 동참 후 가장 가슴 아팠던 부분은 엄청난 금액의 원금을 잃었을 때가 아니라, 원금손실이 없었는데도 팔았던 종목이 B지점조차 뚫고 로켓처럼 날아가버릴 때였다. 이런 패던이 반복되면 장기적으로는 크게 벌지 못한다. 왜냐하면 원칙과 일관성이 사라지고,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되기때문이다.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되면 갈등상황이 생길때마다 돌발행동을 하게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장기적으로 투자에서 큰 수익을 내기는 상당히 어렵다.

  앞서 말한 것 처럼 나는 "미래시점의 '결과'를 아는 미래의 내가 오늘의 나를 봤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하는게 가장 최선일까", 라는 화두를 가지고 투자에 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이 반드시 정답은 아니며 이 글을 쓰는 나 자신에게만 적용되는 원칙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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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가 다르긴 하지만, 전에 즐겨 읽었던 판타지 소설 '드래곤 라자'의 표현이 생각나네요. '나는 단수가 아니다.' 으으 제가 직접 활자로 옮기고 나니 오그라듬을 참을 수 없군요. 곱게 펴서 보팅하고 갑니다.

드래곤 라자를 모르는 전 '단수가 아닌 나'에 대한 뉘앙스를 알 길이 없지만, 철수님의 댓글을 읽을때마다 기분이 참 좋아집니다. ^^

분석에서 벗어났을 때의 행동 지침을 처음부터 고려한다면 어떨까요.

그 부분도 참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일단 분석한 대상을 매수, 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매수한 이유를 벗어나는 사건이 발생한다면 당연히 손절해야합니다.

오늘은 맨 아래에서 여기까지 읽었어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놀라워요
어느 누가 써 책을 낸 글에 전혀 뒤지지 않는 필력이셔서요
책으로 묶어도 멋질 것 같아요
저는 분명 여러권을 구입해서
지인들께 선물할 거예요

덕분에 얼마의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제 시간의 일부가 포만감이예요

언젠가는 생각이 책으로 뭉쳐질 날도 있겠지, 바램만 가득했었는데 스티밋에서 구체적인 시도를 하게된 것 같습니다. 승화님의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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