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서 보여준 일본다움과 한국다움

in #kr-sports6 years ago

(출처 :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sports/soccer/851454.html)

2018 러시아 월드컵이 어느새 반환점을 돌아 막바지로 치닫고 있습니다. 전통의 강호들이 몰락하면서 중간급 보스들로 치부받던 팀들이 이번에는 우리가 우승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하는 결과가 나오네요.

한국은 독일을 집으로 돌려보냈고, 홈팀 러시아는 스페인을 집으로 돌려 보냈습니다. 그 밖에도 아르헨티나, 포르투갈 등 전통의 강호들이 모두 짐을 쌌습니다. 이제 남은 우승후보군의 팀은 프랑스, 벨기에, 브라질 정도가 남은 것으로 보이는데, 유로 2004의 그리스 처럼 언더독의 반란은 대회 막바지까지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대회 아시아 팀들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일본은 1승1무1패로 페어플레이 논란 속에 16강을 갔고, 벨기에를 잡을 뻔 하기도 했습니다.

이란은 스페인, 포르투갈이 함께 있는 죽음의 조에서 1승1무1패로 선전했고, 사우디도 1승을 챙겼습니다. 예상 밖으로 호주가 단 1승도 챙기지 못하고 C조 최하위로 일정을 마쳤습니다.

한국은 1990년 이탈리아 대회 이후 최악의 대회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1승을 얻었습니다. 사실 이번 대회 분위기와 전력상으로 볼 때 한국은 '3전 3패'를 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는 팀입니다. 정말 형편 없었죠. 오히려 지난 2014년 대회때보다 더 최악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마지막까지 감동을 보여준 선수들에게 감사를 표해야 겠습니다.

유사했던 월드컵 준비 과정과 극명히 달랐던 성과

(출처 : 허핑턴포스트 https://www.huffingtonpost.kr/2017/10/28/story_n_18404338.html)

일본은 문화의 영향인지는 모르지만 내부 비판에 인색한 사회이죠. 정권의 부패가 생겨도 우리처럼 시위를 한다거나 하는 문화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축구도 마찬가지로 언론이나 여론에서 팀을 흔드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결과가 나올때까지 팬들이 지켜보는 편이죠. 그런데 이번 '할릴호지치 재팬'은 좀 달랐습니다. 팬들은 할릴호지치의 축구에 의문을 표했죠. 피지컬을 강조하는 '듀얼 축구'가 일본인에게 맞는가 하는 부분이었는데, 결국 할릴호지치는 월드컵을 2개월 앞둔 시점에 경질됩니다. 일본에서는 굉장히 드문 케이스이죠.

그런데 월드컵에서 보게 된 일본축구는 이전 '스시타카' 축구와는 상당히 달랐습니다. 기존의 빠르고, 패스 위주의 축구인 것은 동일하지만, 과거보다 투지가 있었고, 저돌적인 면이 좋아졌죠. 할릴호지치 감독이 수년간 팀을 만든 것이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의 내부 비판이 독특한 광경이라면, 한국의 그것은 자연스럽고, 당연스러운 일입니다.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을 맡아 성공을 거둔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죠. 감독의 역량을 발휘하기도 이전에 여론과 언론의 뭇매를 맞고 휘둘리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지난 2014년때와 마찬가지로 월드컵 10개월 전 감독직에 앉은 신태용 감독은 독이 든 성배를 마신 셈이 되었습니다.

지난 4년의 차이

(출처 : SBS 스포츠 http://sbssports.sbs.co.kr/news/news_content.jsp?article_id=S10000812777)

2014년 일본은 98년 대회 이후 가장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다시 재건에 들어갔습니다. 당시 AC밀란에서 뛰던 혼다와 맨유에서 뛰던 카가와 신지, 레스터의 오카자키 등이 중심이 되었던 팀은 이제 유럽 빅리거만 10명 이상이 되는 팀으로 성장하였습니다.

반대로 한국은 4년 전 에이스 역할을 했던 기성용과 성장한 손흥민만 건재했을 뿐, 무엇하나 나아지거나 달라진 점이 없습니다.

프랑스리그의 권창훈, 석현준이 못나온 상황에서 이제 막 프로에 갓 데뷔한 이승우에게 모든 기대를 걸어야 하는 아이러니.

오히려 이번 대회 문선민, 주세종, 윤영선, 조현우 같은 눈에 띄지 않았던 K리거들이 월드컵에서 활약했다는 점은 지난 4년간 한국 축구가 얼마나 고여 있었는지를 극명히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4년 간 선수들을 발굴하고, 대표 선수로 성장시키고, 해외로 보내는 노력들이 이루어졌다면 우리도 일본처럼 더 나은 경기들을 보일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일본의 양면성

(출처 : 연합뉴스 http://www.ytn.co.kr/_ln/0107_201805191555149478)

뭐 이제는 너무 자주 나오는 주제이기도 하지만, 일본의 욱일기 논란은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니죠. 하지만 꾸준히 지적하고, 사라지는 날까지 공론화 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지난 2017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에서는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가와사키 팬들이 욱일기를 내걸었다가 벌금을 받기도 했습니다. 팬들도 문제가 있지만, 반성 없는 일본이란 나라가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으로 일본 팬들이 보여준 수준 높은 시민 의식은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찬사를 받기도 했는데요.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칩니다. 정말 놀랐던 부분은 지난 벨기에 전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가는 일본 대표팀의 락커룸 입니다. 이건 정말 충격적입니다.

보통 패한 팀의 락커는 거의 폭격 수준입니다. 이러한 수준 높은 의식은 일본이란 국가에 대해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잘못한 것은 잘못 했다 말하되, 잘한 부분은 또 잘했다 해야겠죠. 세계 시민들이 앞으로 일본이란 나라에 대해 긍정적 생각을 더 크게 갖게 될 겁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엄청난 질타를 받았던 부분이 있죠. 폴란드 전에서 보여줬던 무의미한 시간 끌기. 굉장히 노골적인 부분이었지만, 일본으로서는 그럴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다만 그 무대가 경기를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날아와 수십만원짜리 경기를 보는 월드컵이라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역사에 대해서는 자의적으로 해석하지만, 높은 시민 의식을 지니고 있으며, 실리를 추구하는 일본이란 나라를 아주 단편적으로 잘 보여주는 대회였습니다.

왜 우리는 항상 짠해야 하는가

우리를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라 합니다. 남을 해 하거나 침략하지 않지만, 침략당하는 역사가 많은 나라입니다. 우리의 과거 역사를 돌아보면 각종 침략에 한시도 평안할 날이 없었죠.

축구를 보면 예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우리는 항상 약체 팀이며, 그것을 인정해야 하며, 실력이 안되니 정신력으로 버텨야 한다. 그게 한국 축구다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번 대회를 보면, 이렇게 최악의 상황으로 월드컵을 맞이 했던 때가 있었을까? 과연 1954년 전란 중에 치뤘던 월드컵이 이런 분위기였을까 싶을 정도였죠. 그런 와중에도 세계랭킹 1위를 꺾은 선수들에게는 격려를 아껴서는 안될 겁니다. 이날의 경기는 오롯이 23명의 선수들이 만들어 낸 결과물입니다.

다만 중요한 부분은 우리는 또다시 탈락했다는 것이죠. 결론적으로 패했고, '졌잘싸'는 공허합니다. 우리는 또 진겁니다.

바람이 있다면, 악착같이 달려들어 감동을 주고 패하는 경기 보다, 조금 실수하고, 경기가 안풀려도 결국 이기는 그런 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선수들의 몫이 아닙니다. 시스템의 문제이며, 협회에서 나서야 할 문제이죠.

우리의 약함을 자랑스럽게 말하는 이들에게

(출처 : 풋볼리스트 http://v.sports.media.daum.net/v/20180628130547084)

간혹 축구인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인가 싶을 때가 있습니다. 약하다는 것을 누구나 알지만, 그러면 축구인이라하는 당신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궁금한 것이죠.

이번 대회 우리는 분명 약팀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그런 와중에도 성과를 냈었고, 우리의 과거는 그럼에도 월드컵 4위, 16강 진출 등의 성적을 내 왔습니다. 우리가 강팀으로 성장 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는 겁니다.

우리는 다시 과거 어느 때도 없던 최약체의 시절로 돌아 왔습니다. 다만 우리가 약체이기에 월드컵에서 지는 것이 당연하고,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쓰러져 죽을 정도로 뛰어야 한다는 말을 너무 당연하게 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냉정하게 돌아보고 2002년과 2018년 한국 축구의 현 주소를 따져 봐야 할 겁니다.

다시 4년 뒤를 기약하며

(출처 : 노컷뉴스 http://www.nocutnews.co.kr/news/4993671)

벌써부터 축구팬들은 4년 뒤를 생각하며 설레고 있습니다. 4년 뒤에는 이승우, 백승호, 정우영(바이에른 뮌헨) 등이 올라올 것이며, 손흥민과 황희찬, 권창훈 등이 건재할 것이고, 조현우는 유럽에 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강인이 잘 성장해서 올라올 것이다.

사실을 말하면, 8년 전에도 그랬고, 4년 전에도 그랬습니다. 똑같은 이야기 했었죠. 그리고 현실은 지금의 모습입니다. 저 선수들이 있다 하더라도, 축구 협회가 바뀌지 않고, 팬들의 의식 수준이 바뀌지 않으면 4년 뒤에도 저 선수들을 데리고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겁니다.

축구 팬들이 이강인의 스페인 귀화 찬성하는 이유는 진짜 떠나길 원하는 것이 아닐 겁니다. 변화되지 않으면, 백번 이강인이 아니라 호날두가 나타나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입니다.

더불어 2014년 월드컵이 끝난 뒤 정몽규 회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백서를 출간 했습니다. 이번 대회의 문제점을 되 돌아보고, 다시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는 의미였다고 하죠. 4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며 그들이 했던 말들은 자리를 보전하기 위함이었는지, 정말 달라지기 위함이었는지 의문이 생깁니다.

정몽규의 공허한 외침이 2018년에도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더 나은 4년 후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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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없게 만드는 걸림돌.. 축구협회..
바뀌지 않으면 말씀하신 것처럼 제자리 걸음 오히려 후퇴할 수도 있겠어요;;

한국축구의 가장 큰 위험요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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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일본이 2개월전에 감독을 경질했었군요..상당히 의외네요.

우리의 경우는 뭐,,당장 성과 안나와도 좋고
오래 걸려도 좋으니 개선의 의지를 좀 명확하게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외국감독빨로 또 어떻게 해보려는 것 같은 소식이 들리던데 저런거보다 좀 근본적인 부분을 살폈으면 좋겠네요

두번 연속 월드컵의 실패를 다시 보면서 유소년 시스템을 키우고 협회를 갈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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