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놀이패
하드포크 이후 스팀잇이 뭔가 어수선한 상황이라 어리둥절하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올라오는 포스팅도 적으니 이런 틈을 타 뻘글 써보는 것도 좋겠다. 글이 없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
바둑에 꽃놀이패라는 것이 있다.
흑과 백의 단수가 어느 한쪽이 포기할 때까지 계속 이어지는 상황을 패라고 일컫는데, 흑과 백이 대등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패가 아니라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우위를 점한 상태에서 열세인 상대방이 패를 접게 되면 크나큰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의 패를 꽃놀이패라고 부른다.
꽃놀이패를 언급한 이유는 최근 벌어지는 미중 무역 전쟁을 바라보는 심정이 흡사 바둑의 꽃놀이패를 구경하는 느낌과 같기 때문이다.어렸을 때 바둑을 배웠었는데, 재밌어서 꽤 오래 뒀었다. 물론 실력은 하수다. 싸움에서 밀렸다는 상황을 가정했을 때 중국은 잃을게 너무나도 많다. 경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측면에서도 데미지가 치명적일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은 체면은 좀 구길지언정 현재의 구도에 결정적 변화가 있을 정도의 피해는 없어 보인다.
두 나라 간 무역 마찰이 점점 심화할 때 속으로 아 이거 장기전으로 갔으면 좋겠다 싶었다. 관세를 주고받으며 싸우기 시작하니까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해프닝으로 끝나나 싶었는데, 점점 규모가 커졌다. 자연히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급기야 전쟁이라고 불릴 수준으로 치고받으니, 이제는 유럽과 미주의 바이어들이 내년도 비즈니스 타겟 매출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서 무역 전쟁이 장기전으로 흘러가면 유럽과 미주의 바이어들은 대안을 찾아야 한다. 언제까지고 불확실성을 안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중국은 제조업에 기반을 두고 있고, 중국 제조업 캐파의 대안은 동남아시아다. 그리고 동남아시아 국가 중 제조업 부문의 라이징 스타는 베트남이다. 미국과 중국이 계속해서 서로의 멱살을 부여잡고 격하게 흔들면 중국 주머니에서 떨어지는 동전들은 중국과 가까운 베트남으로 굴러올 수밖에 없다. 나는 이 싸움이 길어졌으면 좋겠다. 베트남이 줍줍하다보면 내가 얻는 파이도 커지니.
중국은 패가 소진되어 가는 상황이고, 미국은 아직 카드가 많다.
스몬에 비유하면 개인적 판단으로는 미국은 레젼더리 골드 급 카드도 아직 남았는데, TPP 다. 올해 초 트럼프의 결정으로 미국이 빠진 TPP 는 핵심 내용이 국영기업 보호 금지와 정례적 임금 인상이다. 중국은 금융 위기 이후 국유 기업의 덩치를 키워왔고, 이미 높아진 인건비가 정률적으로 상승하게 되면 여타 제조업 국가들과의 사이에서 가격 경쟁력을 빠르게 상실하게 된다.
TPP 는 애초에 중국을 세계 무역 체인에서 몰아내기 위해 태동했기 때문에 중국에 치명적인 내용들만 담겨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조금 과장하자면 그저 중국을 죽이려고 설계된 협정이다. TPP 카드를 꺼내게 되면, 중국은 무엇을 택해도 아프다. 가입하자니 메인 제조업 기반이 무너지고, 가입하지 않자니 세계 주요 시장에서 경쟁이 안된다. 그리고 한국, 일본과 더불어 호주, 싱가폴, 베트남까지 가세하여 늑대가 무리를 이루게 된다. 한두 마리 늑대는 무섭지 않을지 몰라도, 무리를 이루면 상위 포식자도 잡을 수 있는 것이 늑대다.
트럼프가 계속 중국에 펀치를 날려대며, 사냥에 원숙해질 때까지 늑대들에게 먹이를 주고 키운다면, 꽤나 많은 사냥감을 물어올 것 같다. 이기적으로 생각하자면 싸움이 좀 길어졌으면 좋겠다.
중국에 살고 있습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중국에 분위기 아주 심상치 않네요.
이젠 중국국민들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네요.
터지면 그 크기가 작지 않을듯....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중국에는 지인이 없어서 자세한 얘기를 들을 라인이 없는데, 중국 얘기 좀 해주세요. 중국 사람들의 불만이 고조된다는 얘기는 언론 통해서만 들었지 살아있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네요. x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