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D-1] 바욘역에서 기차를 타고 생장으로
파리에서 생장으로 바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대부분 바욘을 들러 생장으로 향하는 기차를 탄다고 한다. 하지만 이 마을이 생각보다 너무 예쁜 나머지 잠시 들러가기에는 아쉬울 정도라고 하더라. 하루 정도 묵었으면 하는 마음에 바욘의 한인숙소 '써니하우스'에서 머무르며 짐을 정비하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날 마음의 준비를 했다.
바욘의 거리
생장으로 떠나는 날 아침
나와 같은 일정으로 산티아고를 간다는 J와 H 그리고 호스트와 함께 식사를 하며 수다를 떠니 벌써 점심 때가 다 되었다. Serena 언니와 나누었던 대화들이 너무나 유쾌해서 단 하룻 밤만 머물러 가는 것이 아쉬웠다.
파리와 달리 아기자기하고 느낌있는 도시 바욘이 너무 마음에 든 나머지 다음에 오게 되면 좀 더 오랫동안 머물러야겠다 싶었다. 물론 써니하우스에서-
뒷정리를 마치고 각자 길을 떠날 채비를 했다. 익숙치 않은 배낭을 짊어지고 현관을 나서면서도 내일 까미노를 시작한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한숨나오는 배낭들
버스는 어느 새 바욘역 앞에 도착했다. 기차를 타기 전까지 두시간 가량 남았다. 점심을 먹을 겸 'WOK64'라는 중국인 뷔페에서 마지막으로 몸보신을 하고 가라는 Serena 언니의 말대로 J 그리고 H와 함께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그 식당을 찾으러 다녔다. 금방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가도가도 식당은 나오지 않았다.
지나가는 행인들을 잡고 물어봐도 'WOK64'의 위치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거의 40분 가량 헤맸을까, 배도 고프고 어두워진 하늘에 빗방울이 떨어질 것 만 같았다. 그러던 중 바욘역에서 한참 떨어진 고가도로 뒤쪽에서 드디어 우리가 그토록 찾았던 'WOK64'를 발견했다.
WOK64
이 때는 몰랐다. 순례길 내내 WOK이라는 이름의 중국 식당을 그토록 좋아하게 될지.
바욘의 WOK은 일반 중국집정도의 규모였다.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고 맛도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 SERENA 언니는 자주 이용한다고 했다. 볶음밥, 고기, 과일, 요플레 등등 무난한 음식들, 맛도 있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두어 접시 떠 먹었지만 앞으로에 대한 걱정 탓인지 음식이 잘 넘어가지 않기는 커녕 나는 배가 너무 불러 움직이기 힘들었다.
식사를 하는 내내 우리의 얼굴은 근심으로 가득했다.
배낭을 맬 때마다 누구 하나 먼저랄 것 없이 휴- 한숨부터 내쉬었다.
WOK 64 가격
평일 점심 11.50 유로
평일 저녁, 주말 16.80 유로
* 순례길 동안 이용한 다른 웍 식당에 비해서는 음식 종류대비 가격이 비싼 편
위치 :
6 Allée de Glain, 64100 Bayonne, 프랑스
https://goo.gl/maps/auy1YBop3Zk
바욘 기차역
대합실에 앉아 있으니 순례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몸집만한 배낭에 등산화, 그리고 배낭에 달린 자신들의 국기.
혼자 온 사람들도 있었고, 일행이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 사람들도 모두 나와 같은 곳을 가는구나."
마음이 설레면서도 긴장되었다.
바욘-생장행 기차표
대합실 벤치에 무거운 마음으로 앉았는데 옆 캐나다 여자애들이 말을 걸었다. 친구끼리 순례길을 온 건데, 우리의 나이를 듣고 꽤나 놀라는 눈치였다. 동양인들이 상대적으로 어려보인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우리를 20대 초반으로 생각했나 보다. 이 여자애들과는 이후에도 종종 마주치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생장으로 향하는 기차는 생각보다 작았지만 신식으로 쾌적했다. 기차를 탈 때 보니 장기 여행 중에 순례를 걸으러 온 듯한 한국인들이 보였다. 그들은 배낭과 함께 캐리어를 끌고 왔는데, 산티아고에 바로 짐을 부치고 가볍게 걸을 생각인 것 같았다.
당시 프랑스인 생장에서 스페인인 산티아고까지 짐을 부치는 것이 번거롭다고 들은 터라 나름 장기여행임에도 나는 가볍게 순례짐만 가지고 떠나온 터였다.
캡슐형 화장실, 쾌적했던 기차
저 아저씨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기차가 출발하기 전, 머리를 길게 땋고 팀버라인 워커를 신은- 마치 베테랑 배낭여행자로 보이는 여자가 다급하게 중국인을 찾았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중국인은 없었고, 여자는 조용히 기차에 탔다.
배낭여행자 포스가 대단했던 이 중국인 여자는 순례길 첫 날 이후로 다시는 볼 수 없었는데, 당시 순례길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친구의 권유에 의해 왔다가 헬오브 헬 피레네에서 죽을 고생을 하고는 황급히 까미노를 떠나버렸다.
내가 론세스바예스 숙소 식당에서 간식을 먹고 있을 때 그녀는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의 넷북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찾고 있었다. 그땐 뭐가 그리 심각한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내가 오기 전 J와 H가 식당에서 그녀가 친구와 전화통화를 하는 것을 들었는데, 그 대화 중의 대다수가 "FUXX!!!" 이었다고 한다.
지금 당장 데려오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고 성을 냈다는 그녀.
다음 날 아침에 보이지 않은 것으로 보아 친구가 데리러 왔나보다.
이 길을 추천한 그 친구는 무사할까?
Gare de Bayonne
Place Pereire, 64100 Bayonne, 프랑스
https://goo.gl/maps/uVmEpbUEv452
생장 피르 포흐 Saint-Jean-Pied-de-Port
기차를 타고 한 시간쯤 갔을 까, 우리의 목적지인 생장에 도착했다. 까미노 데 산티아고 프랑스길의 시작점인 생장에는 해마다 수 많은 순례자들이 방문한다고 한다. 나를 포함한 순례자들은 기차에서 내려 남프랑스의 작은 마을, 생장으로 들어섰다. 바욘처럼 날씨가 흐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는 달리 기차역에 내려서 바라본 하늘은 화창했다.
생장역에 내려 표지판을 발견하곤 '어!'
기차에서 나와 같은 순례자들이 쏟아져나왔다.
St.JEAN-PIED-DE-PORT 표지판을 보자 마음은 싱숭생숭하고 걱정이 앞선다.
서울에서 파리까지 11시간, 파리에서 바욘까지 비행기로 1시간, 바욘에서 생장까지 기차로 1시간.
대기시간, 중간 이동시간을 포함하면 14시간 이상이다.
생장으로 오기 위해서, 산티아고로 향하는 그 길을 걷기 위해서 이렇게 왔다는 사실이 어이없기도 했다.
무엇을 위해서 나는 여기까지 왔을까.
셍-쟝-삐에-드-뽀흐
프랑스 64220
https://goo.gl/maps/qH9szfgoD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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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거 제 네이버에 쓴 블로그 포스팅이군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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