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머리를 자르고

안녕하세요 @realmankwon입니다.

결혼하기 전에는 미용실도 한달에 한번씩 갔었는데 결혼 후에는, 정확히 얘기하자면 아빠가 되고 나서부터는 2달에 한번씩 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깎을때가 되어도 우선순위에 밀려서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가 더벅머리가 되어서야 머리를 하게 됩니다.

어제도 그런 상태가 되어서야 미용실을 갔습니다.
원래 머리를 해주시던 쌤은 너무 바빠서 다른 분께 머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분이 머리를 하게 되면 어떻게 머리를 해야하는데 말씀을 드려야 하는데 그게 참 애매합니다.
저도 제가 어떻게 잘랐는지 잘 모르겠거든요....ㅎㅎ
잘라 주시던 분이 잘 잘라주시면 그 이후로는 계속

"원래 해주시던대로 해주세요!!!"

라고 얘기하면 되었으니까요.

급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머리의 결과는 저의 말에 달려있으니까요.
최대한 상세하게 설명을 해드렸지만 제가 말주변이 없고 안경을 벗는 순간 어떻게 되어가는지 볼 수가 없으니...

그나마 짧게 머리를 깎는 편인데 잘 안 보이지만 머리가 좀 길어보여서 여러번

"지금 상태에서 더 짧게 깎으면 이상해 보일까요?"

를 말씀드리긴 했었습니다.

드디어 머리를 감고 머리 손질이 끝나고 안경을 쓰는 순간...
망했구나...ㅎㅎㅎ
그런데 어쩔수 없죠.
이미 깎은 머리를 붙일수도 없었고 무엇보다 정식 디자이너가 되신지 얼마 안되셨는지 손의 떨림이 보였고 계속 친절하게 응대해주시고 했던 마음이 보이니 다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해도 모순되게 머리 스타일을 말을 했어서...ㅎ
그래도 한달 뒤면 머리는 다시 나는거니 괜찮았습니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면서 겪은 일이지만 삶에서도 이와 비슷한 순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나의 일인데 다른 사람에 의해서 그 결과가 만들어지는 상황.
나의 의도와 다르게 그 결과가 나왔을 때 그 결과에 대해 시선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에 대한 저의 태도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결과만을 보느냐 사람을 보느냐...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여유로운 마음 혹은 상황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어렸을때는 결과만 봤었고 여유도 없었기에 서로 맘이 상하는 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은 듯 합니다.

그때를 생각해 보면 여유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여유라는 것이 생각해 보면 결국은 경제적인 부분과 맞닿아 있음을 느낍니다.
머리가 잘못되어도 한달 뒤면 난다는 전제가 있기에 어쩌면 별 일 아닌 듯 지나갈 수 있듯이 현재의 어떤 상황에서의 결과가 나빴을 때 그것을 감내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중요함을 깨닫습니다.
물론 원래 좋은 사람은 경제적 여유가 없어도 여유롭게 넘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기에 여유로운 상황이 되어야 그렇게 될 수 있는 사람의 부류인 듯 합니다.

지금의 암호화폐 불장을 통해서 어느 정도의 경제적 여유를 가져서 여유로운 상황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느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개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집의 대출이 없고 마통이 없이 몇년의 연봉이 있으면 제게는 어느 정도의 경제적 여유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것도 아주 큰 바람이긴 하겠지요 ^^

머리 자르고 별 생각을 다 한 어제입니다!!
다들 남은 주말 여유롭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