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참을 수 없는 존재의 아름다움_마르첼로 바렌기展

in #art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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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같은 그림을 보면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대상의 모든 면면을 낱낱이 캡처해내는 사진의 속성을 빼닮은 그림이라면, 모름지기 대단한 관찰력 위에서 작업이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마르첼로 바렌기의 그림은 그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힐만하다. 그림이라기에는 사진에 더 가까운 바이브를 지닌 그의 작품들을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이게 그림이 맞나?' 확인하기 위해 몸이 앞으로 기우는 것을 깨닫는다.

가족 단위의 쇼핑객이 유독 눈에 띄었던 용산 아이파크몰에 나는 마르첼로 바렌기를 만나러 갔다. 누적 조회수가 3억 8천만 뷰에 웃도는 파워 유튜버이기도 한 그는 일상의 소재들을 캔버스 위에 실물과 똑같이 재현하는 화가이다. 손재주가 없는 나는 개인적으로 미술적인 감각이 뛰어난 사람을 보면 현실을 부정하곤 한다.

'저런 그림을 정말 사람이 그릴 수 있다고?'

예체능 계열 중 쉬운 분야가 어디 있겠냐마는 정말 잘 그린 그림에서 드러나는 '감'은 따라가려고 발버둥 친다고 따라잡을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바렌기의 첫 그림을 보자마자 나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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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간 친구와 서로 질문하기 바빴다.

'저게 그림이라고? 사진 아니야? 저 디테일 좀 봐!!!'

광택, 구겨짐, 그림자, 하다못해 지문까지 완벽하게 재현한 마르첼로 바렌기의 그림은 상상했던 것보다 더욱 충격적이었다. 멀리서 보면, 정말 사진이라 해도 깜빡 속을 것 같은 솜씨에 나도 모르게 지정된 안전선을 넘어 그림 가까이 다가가려는 충동을 이겨내야 하는 수준이었다. 그림을 보면서 실제 배가 고픈 경험을 한 것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재미있다는 개념을 넘어서 경이롭다는 생각을 하며 전시장을 둘러보다가, 실제 바렌기가 자신의 작업 과정을 업로드한 유튜브 영상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분명 특별한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아님에도 그의 터치는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색을 더해가며 색을 찾아간다 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바렌기는 마치 이 세상의 모든 색들이, 그리고 어떤 색을 사용해야 원하는 색을 도출할 수 있는지의 공식이 전부 머릿속에 들어 있는 사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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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전시를 보다 보면, 나도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하지만 마르첼로 바렌기의 작품들은 나는 평생 노력해도 저런 그림은 못 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꼼꼼한 관찰력으로 사물의 디테일을 파악하고 그것을 온전하게 그림으로 표현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사물의 본질적 아름다움을 느끼도록 만들어주는 그의 작품들은 말 그대로 작품이었다. 예술가는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사람이라 여기는 그의 예술관이 온전히 묻어나는 작품들을 통해, 반드시 특별한 무엇만이 작품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님을 다시 한번 느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생각해 보면, 진정한 아름다움은 존재 그 자체에 묻어있는 것 같다. 존재는 하나의 요소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물리적인 존재는 반드시 해당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부터 빛과 바람, 먼지까지 수많은 요소들이 함께 어우러져 우리 눈앞에 보인다. 그렇기에 사물을 바라보는 우리는 우연히라도, 쉽게 간과할 수 있는 경이로운 조화를 응시하는 순간, 참을 수 없는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 순간의 조화 속에서 나오는 아름다움은 그 순간밖에 느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사진기는 이러한 아름다움을 영원히 간직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발현된 기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냥 날려보내기에 너무도 아쉬운 아름다움의 기록, 그 욕망의 발현인 것이다. 따라서 마르첼로 바렌기의 극사실주의 화풍은 이 같은 인간의 욕망을 꿰뚫어보는 통찰의 결과물이다. 인간이 느끼는 아름다움의 정수를 기기가 아닌, 인간의 손을 통해 그려낸다는 행위야말로 Art, 예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일 해본다.

​길지 않은 전시였지만, 풍성했던 전시였다.
마르첼로 바렌기의 작품들은 매번 감탄을 자아냈고 그 감탄 속에서 존재가 가진 고유한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들었다.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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