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나요?"
JTBC 뉴스룸에서 이뤄진 가상통화 긴급토론 - '신세계'인가 '신기루'인가를 지켜봤다. 유시민 작가는 블록체인이란 이 좋은 기술로 음반, 도서 등등 저작권을 공정하게 관리하고 저작권자에게 합리적으로 저작권료가 배분되는 시스템 같은 걸 왜 만들지 않냐고 묻다가 '블록체인'을 이용한 시스템에 왜 꼭 코인이 있어야 하냐고, 왜 반드시 채굴자에게 '코인'으로 보상을 줘야 하느냐고 따진다. 그리고 '블록체인'과 '코인'은 분리해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재승 교수는 블록체인과 코인은 분리할 수 없다며 길게 설명하는데, 나는 아주 간단하게 이렇게 반문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냐고.
그것이 무엇이든 인간에게 이로운 시스템을 만들어 활용할 때 자본이나 노동력 없이 시스템 스스로 만들어져서 저절로 돌아가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가령 저작권료를 공정하게 저작권자에게 되돌려 주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운용하는 사업체, 아니 아주아주 공정한 정부산하 단체로 '공정저작권협회' 가 있다고 치자.
우선 저작권료가 저작권자에게 돌아가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선 프로그램 제작비가 든다. 인건비를 비롯하여 시스템을 돌릴 컴퓨터, 시스템 운영자 임금비와 사무실 임대비 등등 즉 어떤 서비스를 소비자 혹은 서비스 대상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돈이 들어 간다.
블록체인과 코인의 관계는 다름 아닌 그런 시스템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투하되어야 하는 '돈'을 정부가 내놓거나 돈 많은 자본가가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 제공에 참여한 채굴자에게 코인으로 보상하는 방식에 다름 아니다.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엔 '은행'이 있다.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은행건물을 지을 땅을 임대해야 하고, 은행에서 일할 지점장과 직원을 뽑아야 하고, 지점장과 직원들에게 매달 임금을 줘야 한다. 그에 반해 블록체인 기술에 금융서비스를 얹은 시스템은 은행 세울 땅, 은행직원에게 들어가던 돈을 블록체인 기술에 얹은 금융서비스가 돌아가도록 하드웨어(채굴기)를 제공한 사람들에게 코인으로 보상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더구나 블록체인 기술에 얹힌 금융시스템은 기존의 나쁜 은행들과 달리 정부 고위 관료라든가 정치인 기업인 등등에게 툭하며 특혜를 주고, 뒷구멍으로 대출해서 천문학적인 돈을 날려도 눈 감아주는 짓 따위 하지 않는다.
금융서비스 뿐 아니라 인간을 이롭게 하는 수많은 서비스가 블록체인 기술 위에 얹힐 수 있다. 그리고 은행 같은 기업이나 정부단체 등등 같은 중앙화한 기관으로부터 벗어나 독립된, 탈중앙화된 서비스를 돌리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돌아가는 데 기여한 채굴자들에게 보상으로 줄 코인이 필요하다. 즉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는 코인과 더불어 돌아간다.
참 유시민 작가가 언급한 저작권료가 공정하게 돌아가는 시스템은 이미 블록체인 기술에 얹혀 나와있다. 단지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같은 메인 코인 아래 묻여 있을 뿐. 그 외에도 수많은 블록체인 기술 기반 서비스들이 저마다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코인과 더불어' 세상에 나왔고 나오고 있다. 물론 과거 벤처회사들이 만든 수많은 인터넷 활용 서비스 중 어떤 것은 살고 어떤 것은 죽은 것처럼 암호화페도 같은 길을 걸을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벤처회사가 사라졌지만 지난 10여년 사이 '인터넷'이란 신기술이 세상을 바꿔놓았듯이 블록체인 기술도 같은 길을 갈 것이다.
한가지 흥미로운 건 21세기 초 인터넷을 활용한 자전거퀵 서비스를 비롯 인터넷 활용 신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소개될 때마다 환호하던 때와 달리 지금은 그때 식으로 말하자면 '인터넷 자체가 무용하고 해롭다'는 식으로 흘러간다는 점이다. 벤처붐이 불던 무렵 전자신문 같은 매체가 등장한 것처럼 암호화폐를 제대로 다루는 미디어가 나와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코인)를 소개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사실 벤처 붐을 일으킨 건 닷컴 회사들의 치솟는 주가만이 아니라 신기술이나 참신한 아이디어에 대한 대중의 찬탄과 기대도 한몫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 거품 아래서 '인터넷'이란 신기술이 무럭무럭 자라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성장한 게 아니던가.
오늘 제이티비씨 토론에 관란 글이 많네요 ㅜㅜㅜ하긴 끝난지 얼마 안되었으니 지금 딱 핫할 시간인가요?? 좋은 글 읽고 갑니다 요즘 시대에 대가 없이 이루어지는 시장이 없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컨텐츠 관련 신생사이트라고 해서 무심결에 가입했다가 이젠 가상화폐 관련 글도 처음으로 쓰게 되네요. ㅎㅎㅎ 식자들의 가상화폐 관련 칼럼들을 신문지상에서 찾아보면 대부분 채굴을 빼놓고 얘길 하더군요. 문득 이 식자들은 '노동'을 한 적이 없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크으~~~ 진짜 @roadpheromone님이 짚어주신 지적이 아주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었을텐데...ㅠㅠ 아쉽네요...ㅠㅠ
궁금증에 대해 차분하게 '설명'하는 데 익숙한 정재승 교수와 '썰전'을 밥 먹듯이 해온 유시민 작가 사이에 제대로 된 '토론'이 될리가...유시민 작가 입장에선 시청자 질문이나 참가자 질문 같은 코너가 없길 천만다행
보상에 대한 유인없이 어떻게 경제현상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참
가상화폐가 무슨 가상세계에서 저절로 뚝 떨어진 것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는 듯 ㅎㅎ
날카로운 지적이십니다. 더불어 다양한 서비스(코인) = dapp 을 대중화시킬 수 있는 2018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 좋고 수많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돈'이 드는데....바로 그 '돈'을 중앙화하지 않으면서 만들어낼 수 있는 놀라운 기술을 자꾸만 기존의 투자방식으로 되돌려 없앨려고만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