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에서 책 출판하기 : 놀이적 접근
지난 긴긴 설날 연휴를 보내면서 미뤄두었던 둘째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책 만들기"
둘째는 어릴적부터 글쓰기와 그림그리기를 좋아했는데, 어느 때 부턴가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하면서 도서관에 있는 책처럼 자기가 쓴 글을 "제본" 해달란다. 그때만 하더라도 "개인출판"이 대중화 되어 있지 않던 시기라 나로서도 쉽게 들어줄 수 없는 얘기였다. 문구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스프링철은 기대에 못 미치고, 고작 몇 권 때문에 출판사나 제본소에 찾아갈 수 도 없는 노릇이고, 한 장 한 장 사진으로 만들어 앨범 서비스로 주문해 만들어볼까 했는데 편집 작업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암튼 아빠의 귀찮음과 무관심을 일찍이 간파한 딸래미는 프린터용 A4 용지를 여러 장 포개고 반으로 접어 가운데를 스테이플러로 찍는 형태의 제본에 만족해야 했다. 대략 이런 모습이다.
그렇게 5년정도가 지났고, 아빠는 숙제를 완수했다.
며칠전 아마존에서 예쁘게 제본된 책이 도착했다. 화사한 내지에 글자와 삽화 상태도 선명하고, 표지도 원본의 색감 그대로 살아있고, 제본상태도 꼼꼼하다. 뒷 표지의 고유한 ISBN 바코드가 정식으로 출판된 "도서"임을 말해주고 있다. 기대 이상이었다.
숙제의 시작은 인터넷 리서치에서 시작되었다.
개인출판하려면 개인출판사 등록과 ISBN 등록을 해야한다고 한다. 뭐가 이렇게 복잡하지? 이 장벽들을 무사히 넘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구청이나 세무소에 가지 않고 모든 과정을 마무리했다. 위의 글만으로 개념과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고마운 글이다. 국내에서도 몇 군데 "개인출판"과 "전자출판"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었는데, 교보문고에서 시도를 하다가 ActiveX 등을 설치하라고 해서 바로 포기했다. 그리고 눈을 돌린 곳은 아마존(Amazon)이었다. 아마존의 KDP(Kindle Direct Publishing)에서 30분 정도 투자하니 킨들(Kindle) 버전의 전자책을 만들 수 있었다. 내친 김에 인쇄판 도서를 만들기 위해 아마존의 자회사 CreateSpace(이하 CS)로 발걸음을 옮겼다.
CS도 아마존처럼 직관적이고 간단한 표준웹기술을 지원하기 때문에 어떤 컴퓨터 환경에서나 대부분 쉽게 진행할 수 있다. 몇 가지 생소하고 까다로웠던 점들을 메모한다.
고용주 식별번호(Employer ID Numbers, 이하 EIN)
CS에서 출판을 하게되면 아마존 등 도서 유통 채널을 통해 판매가 이뤄진다. 당연하게도 판매금액에 대한 일정 금액을 작가에게 인세로 지급하게 된다. 인세라는 수입에 대해 미국 연방국세청에 세금을 내야하는데 그를 위해 EIN이 필요하다. CS에 회원가입하면 EIN발급을 위해 정보를 입력하라고 안내해준다. 안내에 맞춰 정보를 몇 가지 입력하면 된다. 뭔가 아리송한 질문들이 몇 개 있었는데 지금은 기억이 안 난다. ^^
그리고, 내지 컬러 타입(흑백 or 컬러), 표지 디자인, 표지 양식, 책 소개글, 책 카테고리, 배포할 채널을 선택하고 책의 가격을 정하는 것으로 일단락 된다. 표지 디자인의 경우 아마존처럼 전용 에디터가 있어 미리 디자인된 템플릿 중에 고른다면 이 과정은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표지, 직접 디자인 하다
우리 작가님께서는 직접 표지를 만드시겠단다. 귀찮기도 하고... 시선을 끌기 위해서라도 템플릿 중에 하나를 고르자는 퍼블리셔(=아빠)와 작가 사이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이내 내가 포기했다.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책을 만들기 위한 "놀이"를 하고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잠시 망각한 것이다. 우리가 유일한 소비자가 될 것이니 아이가 디자인한, 세상에 하나 뿐인 표지를 만들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렇게 다시 놀이는 재개되었다.
앞 표지에는 책 내용을 반영한 그림을 넣고, 뒷 표지에는 등장인물의 소개를 넣기로 했다. 그림은 작가님이 그리고, 퍼블리셔가 편집을 거들었다.
대략 이런 형태의 그림을 300dpi로 PDF로 저장해야 하는데, 문제는 이 원본 소스의 크기를 정확히 맞추어야 한다는 점이다. 단언컨데 "출판 놀이"과정에서 가장 어렵다. CS의 출판 가이드 중에 표지(Cover) 부분이 참고가 될 수 있다.
제단의 오차로 인해 여백이 발생하는 것을 막아주는 짜투리 영역(Bleed)과 책의 두께(Spine Width), 인쇄영역(Trim)을 계산해야한다. 여기에 내지의 종류, 컬러 여부가 영향을 준다. 머리가 복잡해지고, 숨이 막힐 것 같다.
- For black and white-interior books:
- White paper: multiply page count by 0.002252”
- Cream paper: multiply page count by 0.0025”
- For color-interior books:
- Multiply page count by 0.002347”
- Cover Width = Bleed + Back Cover Width + Spine Width + Front Cover Width + Bleed •
- Cover Height = Bleed + Trim Height + Bleed
다행히, 이런 복잡한 계산을 해서 가이드 템플릿을 만들어주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https://www.createspace.com/Help/Book/Artwork.do 여기서 내지 종류(Bleed가 있는 양식 추천)와 트림 사이즈(나는 6 x 9 선택), 그리고 아까 책 등록하는 과정에서 CS가 안내해주는 책 내지 페이지 수, 내지 종류를 선택한 후, "Build Temple"을 누른다. 그리고, PDF와 PNG형태의 가이드 템플릿을 다운받을 수 있다.
이 가이드 템플릿의 왼쪽이 뒷표지이고, 오른쪽이 앞 표지이다. 하얀색 부분에 중요한 텍스트가 들어가도록 하고, 뒷표지의 바코드 부분은 피해서 편집한다. Layer 기능이 있는 그림 편집기를 사용하면 쉽게 맞출 수 있다. PDF로 변환해 업로드하면 이제 CS측의 검토 결과를 기다리는 일이 남았다. 검토결과를 받기까지 3~4일 정도 소요되는데 문제가 없으면 최종본을 작가가 확인(Proof of Your book)하는 기회를 얻게 되고, 확인을 해주면 아마존을 포함한 다른 판매 채널로 배포가 시작된다. 동시에 CS에서 바로 책 주문이 가능하다.
책, 구매하기
보통 출판사를 통해 출판을 하게 되면 작가에게 무료로 몇 권을 나눠주지만, CS에서는 작가에게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책 가격을 최저가격인 $9.83 으로 설정했는데 작가에게는 한 권에 $3.93에 제공된다. 10권을 가장 빠른 UPS로 배달시켰더니 배송비 $59.99를 포함해 $99.29가 들었다.
출판 놀이를 마무리하며
아마존이 한국에 들어오면 배송비가 매우 저렴해질 테니 더 기대된다. CS에서 직접 디자인한 표지를 만들고 업로드하는 과정이 번거롭고 귀찮다. 더 단순화하고 직관적이게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 그 점은 아쉽다. 사진 앨범 만들 듯이 표지와 내지(글과 그림)를 선택하는 것만으로 뚱땅뚱당 만들어주는 서비스가 있다면... 그런 서비스를 누가 만든다고 하면 네오플라이에서 투자 검토하고 싶다^^. 또, 국내는 서점마다 다른 형식의 파일을 취급해서 파일을 변환하고 재편집하고 업로드하는 일이 매우 번거롭단다. 이런 점도 개선되어야할 포인트이다.
삽화를 아날로그 감성으로 그릴 수 있도록 몇 달전에 생일선물로 그래픽 태블렛(Wacom Intuos Pen & Touch)를 선물했는데 잘 한 것 같다. 삽화들이 맛깔스럽게 책의 내용을 살려주고 있다.
"도서관에 있는 책"처럼 제본된 책을 받고 아이가 만족하는 표정을 보는 것 만으로 뿌듯하다. 책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의 이름을 외워서 이런 저런 질문을 하고, 내용에 공감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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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that is my post. You, a robot are a smarter than I thought. Thanks :)
여기에서 뵙는군요.. 환영합니다.
그리고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는 로움입니다. ㅎ
박사님, 반갑습니다. 저 그 카톡단톡방에도 참가하고 있습니다 ㅎㅎ
제 톡방에 있으신지는 몰랐네요.. 감사합니다. ㅎ
글 잘 봤습니다. 제 아이가 본인이 책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길 바래봅니다 ㅎㅎ
한국말고 한국사람들에게 글을 쓸 때엔 이왕이면 kr-로 시작하는 태그를 많이 써줘야 한 사람이라도 더 방문시킬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kr-book 태그도 많이 쓰이는 편이구요. 많이 쓰이는 태그들은 https://steemit.com/kr/@phuzion7/kr 여기를 참조해 보세요.
네. 글쓰기 버튼 누른 직후에 알았습니다 ㅎㅎ. Kr-book도 있군요. 고맙습니다!
와 아마존에선 별거 별거 다하는군요
이래서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아마존이라고 하는건가?
ㅋㅋ
그러게요 ㅎㅎ
@saekil 5년 전의 숙제를 완수했다는 문장에서 아이에 대한 부모님의 사랑이 많이 느껴지는 글이군요. 또한, 아마존이라는 회사가 어느 영역까지 들어가서 자신들의 비즈니스를 확장할까 하는 놀라움을 느꼈네요 !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저도 나중에 아버지가 되면 아이들의 자그마한 말을 놓치지 않고 들어줄 수 있도록 해야겠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