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기

in #kr6 years ago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노력한 적이 있다면 그 노력이 얼마나 힘이드는 일인지 알 것이다.

10년 전 쯤 정말 온 힘을 다해서 나와 좋지 않은 관계의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적이 있다. 이래서 그렇겠지, 그러니까 이랬겠지, 저래서 그랬겠지 등등 여러가지 경우를 나열하며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했다.

근데 어쩐일인지 아무리 이해하려고 할 수록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알수없었다.

이해하고 양보할 수록 상대방은 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 무엇이 잘못 된 것일까.

내가 잘못이해한 것 같다며 다시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고 고민했다.

그리고 점점 지쳐갈 무렵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가까운 친구에게 털어놓으며 물었다.

“나는 이 사람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아. 어떻게 생각해?”

그런데 친구가 오히려 다시 내게 물었다.

“니가 뭔데 저 사람을 이해하려고 해?”

나는 그때 잠시 말문이 막혔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멍한 얼굴로 친구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친구가 이어 말했다.

“그 사람은 너랑 기준이 맞지 않는 사람인데,
너는 니 기준에서 저 사람을 이해하려고 하잖아. 그럼 이해가 안되는게 당연하잖아..?”

나는 지극히도 내 기준에서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했던 것은 맞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내 기준에서는 상식 밖이었고 이해할 수 없었다.

그치만 나는 저 사람과 이렇게 좋지 않은 관계로 마무리 하고 싶지 않았고 해결책을 찾아 좋은 관계로 끝을 내고 싶었다. 두번 다시 보지 않아도 상관은 없었지만 그래도 악감정을 갖고 끝내기는 싫었던 것이다. 그치만 그마저도 그저 나를 기준으로 한 내 삶의 방식이었다.

남과 나쁜 관계로 끝내는 것을 싫어하는 나의 성격.

반면에 그 사람은 어차피 안볼 사이인데 끝이 어찌되든 무슨 상관이야? 하는 성격.

그래서 결말은 어떻게 되었을까?

좋은 결말 같은 것은 없었고 서로 좋지 않은 감정으로 두번 다시 보지 않는 그런 남보다도 못한 사이로 끝이났다.

과정은?
나는 홀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그 사람을 이해하겠다는 건방진(?)생각을 했던 것이고, 그 사람은 나를 두번다시 상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시원하게 폭격을 날리고 홀가분하게 떠나갔다.

모르긴 모르지만 나는 싸움에 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참으로 쓸데없이 소모된 감정과 시간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이 일이 있은 후 나는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충분한 상황이 주어지고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면 홀로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아주 가끔 그렇기 때문에 삶이 조금 무미건조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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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같은 경우엔... 제 생활패턴이나 여러 상황에 비췄을 때 잘 맞지 않는 사람이 계속 제게 연락오거나 만나자고 조르거나 하는 때가 있었어요. 학생땐 물리적으로 끊으려해도 이래저래 마주치기 너무 쉬웠기에 세워둔 선긋기 원칙이 무너지기도하고 그랬는데, 그나마 사회에 나오고나서는 선긋기가 조금 수월해졌더라구요.
저의 선긋기에 대한 딱 반대상황이 사라님의 이야기인가봐요.
이해를 함의 시작점에 서로에 대한 친밀도 기대값이 서로 달라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도 듭니다. 이게 사람과 사람 사이라는게 일방통행은 참 힘들잖아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