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도 먹을 게 있어야지

(책, 너 없이 걸었다, 허수경)

뭘 그려?
그냥…… 네가 원하는 것.
내가 원하는 것을 그려달라고 말하는 소녀 앞에서 나는 말을 잃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꽃이 가득 핀 마당에 서 있는 작은 집을 그렸다. 그리고 그 집안에서 분주하게 오가며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여자들을 그렸고 여자들 앞에서 구슬치기를 하는 아이들을 그렸다. 작은 구름 같은 연기가 나오는 굴뚝을 그렸고, 그 옆으로 날아가는 새를 그렸다. 그림 그리기를 마치자 소녀는 나에게 말했다.

창문 앞에 호두나무 한 그루도 그려줘.
왜?
겨울이 오잖아, 다람쥐도 먹을 게 있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