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된 약은 얼마나 도움이 될까?

(책, 공황장애가 내게 가르쳐준 것들, 윤정애)

니트로글리세린은 아주 작은 약이다. 주로 심장질환의 협심증 환자에게 혈관 확장제로 처방된다. 공황발작이 심할 때는 마치 협심증과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 그리고 이 약물이 확실히 효과를 보였다. 조여오던 심장이 편안해지고, 경련을 일으키던 근육도 서서히 이완되는 것을 느껴졌다. 나의 경우처럼 공황장애는 다른 진단으로 오진될 수 있는 소지가 많다. 환자 입장에서는 많은 혼란을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약을 복용하고 나면 하루 종일 축 늘어져 ‘멍’한 상태가 되었다. 취침 약 역시 다음 날 아침까지 수면 리듬이 잡히지 않아 숙면을 취하지 못한 상태로 하루를 보냈다. 거의 약에 취해 지냈다고 볼 수 있다.

약은 우리 몸에서 조절되지 않는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신경전달물질이란 우리 뇌에서 분비되는 화학적 물질이다. 이런 화학적 작용은 신체와 심리적 건강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 여러 종류의 신경전달물질 간에 상호보완과 균형은 인간의 감정, 움직임, 수면 등에 영향을 미치며, 자율신경계의 항상성 유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불안을 조절하기 위한 약물로는 벤조다이제핀계에 해당하는 항불안제가 처방된다. 항불안제는 항우울제와 비교할 때 비교적 그 효과가 빠르다. 내가 처방받았던 약의 종류는 ‘알프라졸람’과 ‘클로나제팜’으로 그것들을 주로 복용했다. 약은 근육 긴장을 풀어주고 신체적인 증상을 개선하여 불안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나도 알프람졸을 먹고 있다)

보통 공황장애 약은 적어도 6개월 이상 12개월은 복용을 지속하라고 한다. 그런데 나의 경우는 3년을 넘게 장기로 복용했다. 내성도 생기는 만큼 생겼고 상황에 따라 입, 퇴원을 반복하면서 약의 개수도 늘어났었다.

어느 때는 약의 부작용으로 새벽에도 일어나 밥이나 라면을 먹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식욕 중추가 조절되지 않아 그 무렵 8kg이나 체중이 늘어났다. 사진 속 얼굴에서 두 턱을 가진 내 모습을 보고 우울감이 배가 되었다. 옷은 맞는 게 없어서 헐렁한 원피스를 주로 입어야 했다. (나는 약을 먹고 체중이 10kg이나 늘었다)

어느 날 갑자기 약을 중단하는 일은 원 시점으로 돌아가는 아주 위험한 행동이다. 공황장애 약은 의사와 상의하에 천천히 약의 용량을 줄여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 또한 환자의 의지이고 노력이 필요하다. 건강을 위한 노력은 환자 스스로가 해야 한다. 아무도 나를 대신할 수 없고, 내 삶을 어느 방향으로 이끌지에 대한 열쇠는 내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는 약을 안 먹어봤더니, 몸이 벌벌 떨리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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