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생각] 231030 _ 운이 좋은 월요일 아침

아침 출근길 또 내리막 있는 굴다리를 향한다. 저 앞에서 짐을 잔뜩 실은 리어커를 끌고 할머니가 오신다. 잠깐 기다렸다. 내리막 지하도를 지나시면 도와드릴 생각이다. 내리막은 할머니가 짐 많은 리어커를 끌고 내려가기엔 많이 위험하다. 역시 지하도를 내려가신다. 도와드리겠다 하고 리어커를 건네 받았다.

"할머니 여기 짐 많으면 내려가는데 많이 위험하죠"
"네 짐 많으면 확~~ 하고 내려가서 위험하고 힘들어요"

혹시 몰라 앞으로 짐이 많으면 꺼꾸로 끌고 내려오시라고 알려 드렸다. 그것도 쉽지 않지만 급하게 내리막을 내려가다 다칠 수 있는 상황은 최소한 방지가 가능하단 생각이 들었다. 연세를 여쭤보니 74라고 하신다. 여쭤보지 않았는데 할아버지는 86이고 치매가 좀 있으시고 그래도 폐지 줍는데 하루 4번씩 나가신다고 한다. 친구가 집으로 왔는데 할아버지를 불편하게 하는 친구라 안오면 좋겠다는 이야기부터 2km가 넘는 곳에 하루에 4번씩 폐지를 가지러 가고 사위가 고물상에 폐지 나르는걸 도와주었는데 엄청 힘들어했고 용돈 올려드릴테니 그만 하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마지막으로 그래도 난 할아버지와 재밌어서 계속 할 꺼라는 말씀으로 이야기는 마무리가 되었다.

지하도 입구 내리막을 지나 역광장을 지나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5분정도를 리어커를 끌어드리며 나눴던 대화다. 대화라긴 보다 그냥 내가 말씀하시는걸 들으며 추임새같은 대답을 하는 그런 대화였다.

' 할머니 건강하시고 조심해 가세요' '고마워요 ' 이렇게 할머니와 헤어졌다.

새벽4시부터 2km가 넘는 거리를 4번 왕복이다. 건물 청소를 하시다가 그 건물에서 나오는 폐지와 고물을 받아오신다고 한다. 거리가 좀 멀지만 그래도 고정된 양이 있는 것 같다. 어찌보면 그나마 괜찮은 경우라 할 수 있겠다. 하루종일 폐지를 찿아다니는 것 보단 괜찮다는 생각이다.

정말 재미가 있으신지 모르겠는데 건강하게 오래오래 하고 싶으신 일 하시면 좋겠단 생각을 해본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유튜브로 평소 듣던 방송을 들으며 괜히 내가 좀 한심하단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난 꽤 오랜시간 열심히 살고있지 않다. 언젠가 동생녀석이 '형님 번아웃상태 같아요'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내 생각에 그런건 아닌데... 그런것 같기도 하고... 암튼 조금 복잡하다.

안식년이란 핑계아닌 핑계를 대긴했다. 요즘들어 조금 답답하긴 하다. 원래 에너지가 강제적으로 뿜뿜하는 생활을 하던 사람인데... 너무 오래 은둔?생활을 했다. 적성에 맞는것 같긴한데 심심하다. 살짝 불편하다.

열심히 하루를 사시는 할머니를 뵙고 조금 부끄럽고 창피하고 반성도 하고 그랬다. 내가 목표를 조금 세부적으로 세우면 끈기있게 잘 하는 성격이다. 오늘은 그림을 좀 그려봐야겠다. 앞으로 어떻게 살지... 그리고 그 그림에 작은 나무도 집도 꽃도 조금은 세부적으로 채워봐야 겠다.

오늘은 월요일 한 주 시작이다. 난 운이 좋은 사람이다. 아침에 할머님을 뵙고 좋은생각으로 시작했으니 참 감사하고 운이 좋은 월요일이다. 이젠 작은 행동만 있으면 된다. 모두 행복하고 즐거운 한 주 되시길 바란다. 그리고 모두 화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