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게 만드는 사진이 사람을 매혹시킨다

in #kr7 years ago (edited)

사진의 출현으로 미술계는 발칵 뒤집힙니다. 지금까지 세상을 가장 잘 재현하는 복사 매체로 인기를 얻었던 미술이 미술의 그림보다 더 정교하게 재현하는 사진의 출현으로 충격을 받습니다.

욕설을 하는 화가도 있고 애써 외면하는 화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들 잘 알고 있었습니다. '과학의 시녀'인 사진이 미술 초상화 시장을 점령할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화가들은 고민을 했습니다. 사진이 세상을 똑같이 재현한다면 우리는 우리 스타일대로 그리겠다는 화가들이 등장합니다.

실내가 아닌 야외로 캔버스를 들고 나와서 휘몰아치듯이 순간의 인상을 그림으로 그리는 '인상파 화가'가 등장하고 사진이 촬영할 수 없는 마음 속 세상을 그림으로 표현한 '표현주의'화가들이 등장합니다. 2D의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는 다양한 각도에서 본 이미지를 붙인 '입체파'화가 또는 강렬한 색으로 무장한 '야수파'가 등장합니다.

사진을 정확한 초점과 명확한 이미지로만 촬영해야 좋은 사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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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취미사진가와 사진가들은 사진의 초점이 명확하게 맞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의도적이 아니면 사진은 기본적으로 내가 주제로 삼고 있는 피사체에 초점이 잘 맞아야 합니다. 그게 사진의 맛이자 진면목입니다. 우리의 눈으로 볼 수 없는 거시적인 피사체와 미시적인 피사체를 촬영 했는데 초점이 나갔다면 사진의 존재 가치가 없거나 떨어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초점이 나간 사진을 B급 사진 또는 잘못 촬영된 사진으로 취급합니다. 그러나 초점이 살짝 나간 사진들도 좋은 사진들이 많습니다. 초기 라이카 카메라는 정확하고 명확한 초점을 제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 살짝 나간 초점이 몽환적으로 느껴져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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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웃포커싱된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배경 때문 아닐까요? 명확하지 않은 그 배경이 있기에 초점이 맞은 부분이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그리고 그 초점이 나간 배경은 많은 상상력을 샘솟게 합니다.

초점 나간 사진이 A급 사진은 아니라고 해도 초점이 나가서 좀 더 감성적인 느낌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사진의 뛰어난 재현성을 살짝 엇나간 그 비범함이 더 끌리는 사진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초점을 맞추려다가 엇나간 사진 말고 일부러 초점이 살짝 나간 사진을 촬영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시도로 보이네요.

다 보여주지 말고 일부만 보여주고 상상하게 하는 사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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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두 사진은 지난 주말 이태원 골목길 사진 출사를 갔다가 촬영한 사진입니다. 골목을 지나가다가 습기가 가득찬 카페의 온기가 창문에 붙어 있었습니다. 이날 날씨가 영하 4도 이하로 추운 날씨라서 손을 호호 불면서 이 사진을 촬영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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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사진을 사진 커뮤니티 카페에 올렸더니 반응이 좋았습니다. 빈의자를 보고 한 참을 떠올렸다는 댓글을 한 참 봤습니다. 저도 빈 의자를 보고 한참을 바라 보다가 촬영을 했습니다. 빈 의자, 습기로 인한 흐릿한 이미지. 명확하기 보다는 불분명한 구석이 많은 사진입니다.

마치 인상파 화가의 사진 같습니다. 명확하지 않는 모든 부분에 우리의 상상력이 달라 붙어서 사진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습니다. 이런 다양한 해석, 다양한 생각을 유도하는 사진이 전 좋습니다. 보자마자 감탄사가 연신 나오는 쨍하고 맑고 화려한 사진도 좋지만 명확하지 않아서 무엇을 찍었는지 잘 몰라서 아는 피사체이지만 실제로는 잘 몰라서 상상하게 하는 사진들이 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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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카페 전체가 나온 광각 화각의 사진을 올렸으면 사진에 대한 반응이 있었을까요? 일부러 부분만 담아서 오히려 상상하게 만들게 한 것은 아닐까요? 우리는 사진에 너무 많은 것을 담고 보여주려고 합니다. 증명성이 중요한 다큐멘터리 사진은 많은 것을 담는 것이 좋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증명용 사진이 아니라면 일부만 보여주고 나머지는 사진을 보는 관람자의 상상에 맡기게 하는 것도 좋은 사진, 오래 보는 사진을 만드는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사진은 명징한 이미지를 담기에 상상을 봉쇄하는 도구입니다. 그러나 부분만 담아서 전체를 상상하게 하거나 초점을 흐려서 상상력을 주입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사진의 색을 흐리게 하는 부분과 초점 흐리기. 시도해 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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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지 말고 오히려 빼라는 말씀이군요 사진 찍는거 좋아하는 아줌마로서
참고 많이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팔로우합니다

네 덜 보여주게 해서 상상력을 자극하면 더 기억에 오래 남을거에요

잘 봤습니다.
팔로잉하고 보팅하고 갑니다. ^^

네 저도 맞팔 보팅 하러 가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저두 다시 사진을 배워야겠어요 ㅠㅠ 집에서 먼지만 쌓이고 있는데... 앞으로 좋은글 더 기대할게요!

네 초심 잡기 하고 있어요 너무 막 찍고 다녔네요.

멋진 사진 멋진글 감사합니다. ^^

^^ 요즘 다시 사진 찍는 게 재미있어졌어요. 날 추운데도 막 나가고 싶어지네요

전 사실 최근 들어선 좀 소홀해지고 있긴 해요 ㅠㅠ
정신차려야죠!! ㅋㅋ

사진 저도 관심이 많은데, 사진 관련해서는

alpha.steepshot.io

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홍보해

아 이런 곳도 있군요. 아! 여기 검색 중입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지금 가입하려고 했는데 비밀번호가 틀리다고 나와서 가입이 안되네요. 스팀잇 긴 비번 입력하는 게 맞겠죠?

아! 됐네요. 포스팅키가 따로 있군요.

@sundog2님 안녕하세요. 입니다. @joeuhw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우와 감사합니다. 뉴비입니다. 뭐가 뭔지 어리둥절한데 안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열심히 커서 새로운 뉴비들에게 좋은 선배가 되도록 노력할께요 감사합니다.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

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올릴께요

좋은 글 읽고 갑니다. 사진 찍을때 참고하겠습니다.

네 사진 강의 시리즈 스팀잇에서 해볼까 합니다. ^^ 즐거운 하루 되세요.

페북에서 보고왔어요. 사진 잘 찍는거 부러워요~ 팔로우해요~

^^ 저도 뭐 잘 찍는 건 아니지만 초보는 아니니 쉬운 사진 길라잡이 글 자주 써 볼께요

전 사람들의 뒷모습을 찍는게 그렇게 좋더라구요! 이상하게 표정보다 등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아요 ㅋㅋ

뒷모습만 담는 사진작가도 있어요. 뒷모습은 거짓말을 안 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