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좌(跏趺坐)-뜨거운 감자

in #krcalligraphy2 months ago

우리가 앉는 자세는 그냥 편한대로 앉는 평좌가 있고 흔히 아시는 양반다리가 있습니다. 아빠다리라고도 하죠?ㅎ 그리고 한 쪽 다리를 다른 쪽 허벅지에 얹는 반가부좌가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따라오시겠죠? 그런데 이제 가장 뜨거운 이슈는 가부좌입니다.
오늘 우리 연공인, 수련인에게 아주 중요한 주제-결가부좌를 알아보겠습니다.
결가부좌는 가부좌를 맺었다는 뜻이니 줄여서 그냥 가부좌가 본질입니다.
가(跏)는 발바닥, 부(趺)는 발등입니다.
이 가부좌는 언제 시작된 것일까요? 인도에서는 불교가 시작되기 전에는 결가부좌의 흔적이 보이지 않습니다. 즉 불상이나 불화에서 비로소 결가부좌가 나온 것이지요. 연꽃 위에 부처님이 결가부좌를 하고 앉아 계시는 모습인데 사람들이 그 자세를 따라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왜 따라했을까요? 부처가 되려고!
요가에서는 파드마아사나라고 부릅니다. 파드마는 연꽃이며 아사나는 자세죠. 그래서 연화좌(蓮華坐)라 합니다.
부처님은 반드시 이 자세로 앉으시기에 결가부좌를 부처의 2대 자세라고도 부릅니다. 손으로 결인(結印제인) 하는 것을 포함해서 2대 자세라 하는 것이지요. 결인, 제인은 두 손을 겹쳐 양장심(兩掌心양손바닥 중심)이 하늘을 향하게 하는 것입니다.
자, 그럼 가부좌는 어떻게 트는 것일까요?
어느 다리를 어느 다리 위에 먼저 올리느냐-에 따라 그 명칭도 다른데요.
1- 오른 발을 왼쪽 허벅지에 얹은 다음
2- 왼발을 오른쪽 허벅지 위에 얹으면 됩니다.
3- 그러면 양족심(兩足心양발바닥)이 하늘을 향합니다. 물론 발등은 땅을 향하지요.
이러한 자세를 항마좌(降魔坐)라 하며 여성수련자의 자세라고 합니다.
항마좌란 마난을 버티고 이겨내는 자세라는 뜻인데 말 그대로 이 자세는 상당한 고통을 이겨내야 하는 자세이기도 합니다. 반면 이 자세가 익어지면 항마력이 급증한다고 보아도 됩니다. 그 정도 고통 이하는 다 별 것 아니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이제 반대로-
1- 왼발을 오른 쪽 허벅지 위에 얹은 다음
2- 오른 발을 왼쪽 허벅지 위에 얹어서
3- 역시 양족심(兩足心양발바닥)이 하늘을 향하게 하며 당연히 발등은 땅을 향하게 됩니다.

이 자세를 길상좌(吉祥坐)라 합니다. 항마좌가 고통이라는 마난을 극복함에 초점을 맞춘 표현이라면 길상좌는 그 자세가 부르는 각종 상서로운 이익을 표현한 것입니다. 남자수련자가 취하는 자세입니다. 남과 여는 인간계의 양과 음이기에 이렇게 자세도 상반됩니다.
*여기서 잠깐! 수련계에 오심향천(五心向天), 또는 오심조천(五心朝天)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게 바로 이 자세를 이릅니다. 두 손바닥과 두 발바닥, 그리고 정심(頂心정수리)이 하늘을 향하게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많은 수련자들은 이 가부좌라는 관문 앞에서 너무나 힘들어 합니다. 반년, 일년, 또는 몇십년을 했어도 이 가부좌의 고통과 공포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 여러분과 함께 이 뿌리깊은 이슈를 잘 파악하고 홀짝! 뛰어넘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가부좌시 어디가 어떻게 힘든 것일까요?
사람마다 같지는 않은데 보통 다리의 하중을 감당하는 발목자리 복사뼈가 가장 아픕니다. 또 허벅지 외부가 시큰하니 아프며 지면에 닿는 엉덩이 부분도 뭉긋하니 아파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여기서 아프니까 아프구나…하며 도망갈 생각을 할 뿐 왜 아픈 지 그 뿌리를 파헤치는 분은 드문 것 같습니다.
모든 아픔은…………………………………………….그 업력이 원인이라고 합니다.
이 기본적 전제를 믿을 수 있습니까? 병도 재난도 마찬가지이며 사소해 보이는 이 가부좌의 고통도 그 틀을 벗어나지 않으니 바로 업력의 비명입니다.
업력이 쌓이고 쌓여 뼛속까지도 군데군데 시커멓게 되었을 때 이 사람은 그 업력이라는 빚을 갚아야 하는 책임에 직면하게 되는데 그 책임지는 일이 사실상 고통 그 자체입니다. 수련자가 아닌 사람이 가부좌를 하면 곧잘 해내기도 하지만 막상 수련을 하여 상승하고자 할 때면 어김없이 가부좌의 고통이 엄습하곤 합니다. 수련이란 지금 이 하계를 영원히 벗어나고자 하는 몸짓이기 때문에 빚쟁이 업력들이 가만 놔둘 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수련하려 가부좌를 틀었을 때 그 고통이 심각할 정도로 몰려 오는 건 당연한 절차입니다. 이 막대한 업력을 치렁치렁 감고 더 자유로운 층차로 어찌 이동할 수 있겠습니까?
다리의 몇 부분으로 업력이 빠져나갈 수 있다면 그건 상당히 신사적인 업력해소라고 봅니다.
거기가 아니라면 허리 요추추간판 탈출증을 통해 업력을 해소할까요? 위장이 쓰라려 오면서 업장을 내보내는 게 낫겠습니까? 눈에 업력을 두면 눈이 실명할 것이고 입에 업력이 고이면 치아가 다 빠져나갈 것입니다. 어디로 빠져나가도 고통스러운데 이 가부좌의 고통은 격을 적엔 환장할 듯 아파도 후에 아무 흔적이 남지 않으며 뒤끝이 깔끔한 장점이 있습니다.
어느 여성이 수련시 가부좌가 너무도 고통스러워 다리를 풀려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옆에서 지켜보던 여섯살박이 딸이 말리더랍니다.
“엄마! 다리 풀지 마! 지금 엄마 다리로 까만 올챙이들이 막 나오려고 하다가 멈췄어! 그것들 내보내야 해!”
그 까만 올챙이 같은 것이 바로 업력덩어리입니다. 아픔을 주며 빠져나가던 업력은 다리를 풀면 다시 몸 속으로 쏘옥 돌아가 버려 모처럼의 빚잔치 수련이 헛되고 맙니다. 그러니 가부좌의 고통을 이겨내세요. 그것은 너무도 자비로운 고통입니다. 그 고통을 잘근잘근 씹으며 음미해 보세요. 눈물이 찔끔 나더라도 그 해소의 과정, 용서의 과정을 감사히 받아들여 보세요.
예전에 산속에서 용맹정진하던 스님이나 수행자들은 자신이 업력 대부분을 가부좌의 고통을 통해 배출했다고도 합니다. 거긴 별로 다른 심리적 갈등이나 고통이 없으니까요.
더구나 고마운 것은 빠져나간 업력의 시커먼 것이 그냥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니라 배출되는 동시에 몸을 감싸는 덕(德)으로 전화된다고 하지 않습니까? (책 참조)
아이들도 아프면 큰다고 합니다. 그것은 어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네 인생, 이 육체 한장 입고 갖가지 고통을 맛보는 이 삶이라는 것이 그래서 축복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대량으로 업력을 갚을 수 있는 장소가 어디 흔하겠습니까?
물론 감당불가의 산더미 같은 업력은 지옥에서 갚아나간다곤 하지만 친애하는 당신이 그곳으로 가는 것을 권장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너무 큰 고통은 또 다른 업력과 번뇌를 촉발할 지도 모르니까요.
우리가 가부좌를 몸에 익히는 과정에서 시커먼 업력을 씻어내 밀린 빚을 뭉턱뭉턱 갚고 나아가 덕으로 전화하여 만가지 복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더 나아가 내친 김에 제대로 된 수련의 길을 찾아 일로매진하여 정과(正果)를 이룬다면 그 얼마나 아름답고 가치로운 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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