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어리 전용극장
이전 글에서 제 단편영화 덩어리를 공개했는데요, 이 영화로 작년에 전시를 한 적이 있습니다. 요약하면 '전용관' 컨셉으로 영화 내용과 어울리게 공간을 꾸며서 영화를 상영하는 방식이었어요. 그때 찍어놨던 사진들과 자체 리뷰를 소개합니다.

휴지를 갈기갈기 찢어 붙여서 스크린을 만들고, 중간에 하얀 천으로 덮은 구조물을 만들어 그 안에서 빔으로 쐈습니다. 사방의 벽에는 제가 공황장애 앓았을 때 썼던 일기를 형광물감으로 옮겨적었습니다.

기념사진. 접니다..ㅎㅎ
마침 내 극장
내가 초등학생일 때는 아직 멀티플렉스 극장이 전국을 점령하기 전이었다. 그러니까 1극장 1상영관 1영화였다. 극장 밖에는 항상 간판장이가 그린, 현재 상영 중인 영화 포스터 간판이 걸려 있었다. 배우의 얼굴과 너무 다르게 그려진 커다란 간판을 쳐다보며 친구들과 낄낄거리곤 했지만, 간판 그림이란 잠시나마 하나의 영화를 위해 기꺼이 영화관 건물 전체를 내어주겠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다. 영화가 내리면, 간판도 내렸다. 영화와는 달리 손수 그린 간판은 복제와 재사용이 불가능한 것이었다. 때문에 간판이 걸려 있는 극장에 '그' 영화를 보러 간다는 것은 유일무이한 경험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사라져버린 극장 간판은 이번에 행화탕 뒤쪽 주택에서 열린 전시, <마침 내 극장> 기획의 출발점이었다. 영화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는 장소 자체를 중요한 요소로 만들고 싶었다. 아니, 장소까지 영화의 일부로 연장해보고 싶었다. 기획팀은 주변 다큐멘터리 감독을 섭외했고, 할당된 방을 본인의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디스플레이 할 것을 요청했다. 사실 졸속으로 진행된 기획에다가 전시 경험이 없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오픈 당일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훌륭한 디스플레이, 성공적인 전시로 마무리되었다. 관객은 투쟁 천막을 재현한 텐트 안에서 이불을 덮으며 투쟁 영화를 관람했고, 미러볼이 화려하게 반짝이는 마구간 같은 창고에서 음악 영화를 체험했다. 또 재개발 철거 지역의 오브제들이 나열된 공간에서 이제는 사라져버린 아파트에 관한 영화를 경험했다. 3일 만에 150명 가까운 관객이 찾았다. JTBC 뉴스룸을 비롯한 많은 언론사에서 기사와 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우리는 각출한 공동 자금(개인 자금을 제외한) 을 회수하는, 눈물이 주룩주룩 흐르는 영광의 순간을 누리기도 했다. 우짜뜬 겉보기(!)에는 손익분기점(?)을 두 배로 넘어섰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뭐라도 만들어서 더 팔걸..ㅠ
나는 작년에 만들었던 <덩어리>를 상영했고, 덩어리스러운 전용관을 만들었다. 히피, 무속인, UFO, 외계인, 산신령, 공황장애가 등장하는 영화 내용처럼 최대한 기괴하게 연출해보자,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막대한 노동과 개인적인 자금 출혈이 발생했다. 하지만 상상은 재미있었고 상상의 실현은 더 즐거웠다. 넘나 힘든데 넘나 재미있는 느낌, 오랜만에 이불 밖을 벗어나 뭔가 하고 있다는 느낌, 어렴풋한 생각에서 출발해 물질로 완성되는 것을 스스로 지켜보는 짜릿한 느낌이 있었다. 공간을 꾸며놓고 영화를 틀어보니 <덩어리>가 비로소 완성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2016년에 각종 영화제를 돌아다니며 롯데시네마, CGV 등 멀티플렉스 상영관에서 이 영화를 튼 적이 있었지만, 당연스럽게도 이번 상영이 가장 만족스러웠다.
이번 마침내 극장 전시를 통해 두 가지를 느꼈다. 첫째로 이곳이 내 포지션이 아닐까? 하는 생각. 항상 미술 판에서는 자리 잡지 못한 느낌이 있었고, 영화 판에서는 항상 주변인 같은 기분을 느꼈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닌가. 실제로 이번 전시를 경험하면서 내가 만든 영화 모두를 이런 방식으로 재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판만 주어진다면 언제든지 도전해 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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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특이한곳이네요! ㅎ
덩어리 전용관 에서 영화 를 보면 더 느낌이
다를것 같아요.
분위기가 새롭네요^^
철수할때 많이 아쉬웠어요. 맘같아서는 저 주택 전체를 구매해서 영원히 덩어리 전용관으로 만들고 싶었지요..
오!! 정말 덩어리 영화만을 위한 상영관이네요. 미러볼을 켰다는 상영관도 그렇고 한번씩 가보고 싶어요. 그리고 상영 준비하는거 정말 재밌으셨을 것 같아요!
네 정말 재미있었어요. 이런 상영관이 고정적으로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른 상영관들의 모습이 궁금하시다면 요기가서 구경하세요 :)
독특한 시도네요.. 그래도 손익분기점을 넘었으니 자본의 확대 재생산이 시작된 건가요..ㅎㅎ
아뇨 슬프게도 그건 아니구요 ㅎㅎ 각출했던 전시 '공동자금'에 한해서 손익분기점이 넘었고 개인적인 지출은 여전히 마이너스지요 ㅎㅎㅎㅎ 그래도 지원 하나도 받지 않고 우리끼리 해냈던 전시에서 공동자금 손익분기점 넘는 것만 해도 굉장히 예외적인 케이스였기에 축배를 들었었습니다..
화면 왜곡도 예술이네요.ㅎㅎ

네..ㅋㅋㅋ 의도치 않은 왜곡에 즐거워했답니다. 유튜브도 하시는구요!
Hello @thelump, thank you for sharing this creative work! We just stopped by to say that you've been upvoted by the @creativecrypto magazine. The Creative Crypto is all about art on the blockchain and learning from creatives like you. Looking forward to crossing paths again soon. Steem on!
안에 들어가면 어떤 느낌일지 실제로 보고 싶네요 ㅜ
돈 많이 벌어서 정말로 전용극장을 짓겠습니다 나중에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