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풀어보는 논술/구술 면접 (8) - 2017년 고려대 수시 융합형 인재전형 구술고사 해설 [인문계 02]
오늘 다룰 내용은 2017년 고려대 수시 융합인재전형 구술고사 인문계 오후 면접 문항입니다. 답안 작성은 편의상 문어체로 하겠습니다.
(가) 로봇 기술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인간의 노동을 대신해 주는 로봇 덕분에 미래 사회는 보다 편리하고 풍요로운 세상이 되리라고 기대한다. 이와 반대로 보다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사람들은 미래에는 로봇이 인류를 지배하고 지구의 새로운 주인으로 등극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미래에 로봇이 전적으로 인간의 도구로만 사용될지 혹은 인간의 지배자가 될지는 아직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
(나) 가혹한 형벌이 시지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데스는 명계에 있는 높은 바위산을 가리키며 그 기슭에 있는 큰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밀어 올리라고 했다. 시지프스는 온 힘을 다해 바위를 꼭대기까지 밀어 올렸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에 바위는 제 무게만큼의 속도로 굴러 떨어져 버렸다. 시지프스는 다시 바위를 밀어 올려야만 했다. 왜냐하면 하데스가 “바위가 늘 그 꼭대기에 있게 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시지프스는 영원히 바위를 밀어 올려야만 했다. 다시 굴러 떨어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산 위로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하는 영겁의 형벌은 끔찍하기 짝이 없었다. 번번이 결과는 마찬가지지만, 시지프스는 이 일을 그만둘 수가 없었다.
(다) 인간의 존엄성은 인간의 자율성에 있다. 그런데 똑같은 일, 똑같은 고통스러운 육체적 혹은 정신적 노력의 집중도 일하는 당사자의 주체적 사고방식에 따라 자율적이거나 타율적일 수 있다. 그러나 태도나 사고방식은 무턱대고 주관적이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특히 자기 자신을 포함한 여러 가지 삶의 객관적 여건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근거를 가져야 한다. 어떤 일은 일하는 사람 본인이 주관적으로 존엄성을 지녔다고 믿어도 객관적으로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또 어떤 일은 일하는 사람 본인이 존엄성이 없고 천한 것이라고 생각해도 객관적으로 존엄성을 갖추어 고귀하다고 판단될 수도 있다.
(라) 한 부자가 호화로운 보트를 타고 해변에 도착했다. 그는 어부가 야자수 아래서 누워 있는 것을 보았다. 부자는 빈둥거리는 어부가 처량해 보여서 물어 보았다.
부자: 왜 이 귀중한 시간에 고기를 잡지 않는 거요?
어부: 오늘은 충분히 잡았는데요.
놀란 부자가 물었다.
부자: 왜 더 잡지 않는 거요? 충분한 시간도 있는데?
어부: 왜 그래야 하는 거죠?
부자: 돈을 더 벌어서, 더 큰 배를 사고, 더 큰 바다로 가서 더 많은 고기를 잡으면 당신도 나와 같이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요.
어부: 왜 당신같이 부자가 되어야 하죠?
부자: 편안하고 한가롭게 삶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요.
어부: 난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는 걸요.
(마) 우리나라 국민을 대상으로 여가에 대해 사회 조사를 한 결과, 평소 여가 활용에 대해 만족한다는 응답보다 불만족 한다는 응답이 높았다. 가구의 월평균 소득에 따른 불만족의 주요 이유는 아래 표와 같이 (A)와 (B)를 비롯한 시설 및 정보 부족, 체력 및 건강문제, 기타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1. (나)를 참고하여 (가)에 나타난 인간과 로봇의 관계가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이야기하시오.
[조선생 답]
시지프스는 하데스의 명령에 따라 결과를 알면서도 평생 동일한 일을 반복해야 하는 운명이다. 그리고 그 일은 온 힘을 들여야 할 수 있는 일이다. 미래 사회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게 되면 지금껏 인간이 시지프스처럼 어쩔 수 없이 결과를 알면서도 계속 해야만 하는 힘든 일을 로봇에게 맡길 수 있게 된다. 인간은 그 고통을 알기에 이를 하며 괴로워하지만 로봇은 그런 인식 자체가 없다. 노동에서 해방된 인간은 보다 폭 넓은 다양한 문화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부분 대체함에 따라 이제 산업은 첨단 기술을 제조하고 응용하는 산업과 문화산업으로 크게 재편될 것이며, 보다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이다.
2. (나)의 ‘시지프스’와 (라)의 ‘부자’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설명하시오.
[조선생 답]
평생 동일한 일을 반복하며 살아야 하는 시지프스와 유유자적하며 자신의 인생을 즐기는 부자와는 언뜻 보면 공통점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둘 다 행복한 삶을 갈망하는 것은 동일하다. 시지프스가 평생 무거운 바위를 산 꼭대기로 들어올리며 갈망하는 것은 더 이상 그렇지 않아도 되는 삶일 것이다. 그리고 부자는 시지프스처럼 하기 싫고 괴로운 을을 하지 않고도 자신이 추구하는 행복을 얼마든지 누릴 수 있다. 다만, 부자와 어부의 대화내용으로 볼 때 부자는 시지프스와 같은 삶을 거쳤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누리고 있는 그 행복을 위해 동일한 일을 반복하며 살았고, 시지프스와는 달리 희망을 품고 그 일을 했을 것이다.
3. (다)를 바탕으로 (라)의 ‘부자’와 ‘어부’의 입장을 각각 분석하고, 지원자는 둘 중 누구의 입장에 동의하는지 자유롭게 이야기하시오.
[조선생 답]
부자는 어부가 고기를 잡는 일을 힘든일, 괴로운 일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그 괴로운 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남는 시간을 활용해 최대한의 성과를 거두고 자신과 같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여유롭게 살도록 조언을 하고 있다. 부자의 입장에서 어부의 고기잡는 일은 여유로운 여가생활을 즐기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어부의 입장은 다르다. 어부는 자신이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정도로만 일을 한다. 그가 고기잡는 일을 즐겨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최소한 자신의 삶을 여유롭게 누리며 살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의 입장차이는 현실을 즐기느냐, 미래를 위해 희생하느냐의 차이라고 볼 수 있겠다. 나의 성향은 부자와 비슷하지만 어부처럼 현실을 즐기며 살아가는 쪽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4. (라)를 참고하여 (마)의 ‘여가 활용 불만족의 주요 이유’로 (A)와 (B)에 적절한 것을 각각 제시하고, (A)와 (B) 사이에서 발생하는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가)와 연관 지어 제안하시오.
[조선생 답]
소득수준에 따라 불만이 더 많아지는 요소인 (A)는 여가시간, 그리고 그 반대로 소득수준에 따라 그에 대한 불만이 적어지는 요소인 (B)는 금전적 여유일 듯 하다. (가)의 지문처럼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게 되면 소득수준이 높은 이들에게는 좀 더 많은 시간을 제공해줄 것이고, 소득수준이 낮은 이들은 낮은 소득으로도 충분한 여가를 누릴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제공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로봇이 제공하는 노동으로 인한 소득은 그 로봇이라는 생산수단을 소유한 이들에게만 돌아가게 할 것이 아니라 공동체에도 어느 정도 그 비율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선순환 효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이상 간략하게 생각나는 대로 무한한 긍정마인드로 답안을 작성해 보았는데요. 논리적 허점이 많을 듯 합니다. 적절한 반박의 글이 올라오길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