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인구의 직사각형화
quote: 의학의 발전으로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이른바 인구의 ‘직사각형화’가 일어나고 있다. 인류 역사 대부분의 기간 동안 한 공동체의 연령별 인구 비율은 피라미드 형태를 띠었다. 토대가 되는 어린아이들이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점차 연령대가 높은 집단으로 갈수록 비율이 줄어드는 모양새다. 1950년 미국 인구 중 5세 이하 어린이의 비율은 11%였고, 45세에서 49세 사이의 성인은 6%, 80세 이상은 1%였다. 현재는 50세 성인과 5세 아동의 숫자가 같다. 30년 후에는 80세 이상 인구와 5세 이하 인구가 맞먹을 전망이다. 모든 선진국에서 이와 비슷한 패턴이 나타난다.
이 새로운 인구 구조에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 사회는 거의 없다. 우리는 여전히 65세에 은퇴하는 개념을 고수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가 아주 적은 비율이었을 때나 말이 됐지, 그 비율이 20%를 육박해 감에 따라 점점 유지하기 어려운 개념이 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사람들이 노후를 위해 저축해 두는 액수는 대공황 이후 최저 수준이다. 최고령층의 절반 이상이 배우자 없이 살고 있으며, 우리 대부분은 전례 없이 적은 수의 자녀를 두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우리는 노후에 혼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거의 생각을 하지 않는다.
걱정스럽기는 매한가지지만 훨씬 주목을 받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의료계가 상당 부분 자신들에게 책임이 있는 이 변화를 맞닥뜨리는 데 있어서도, 노년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 우리가 이미 갖고 있는 지식을 적용하는 데 있어서도 너무 더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노령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격을 갖춘 노인병 전문의의 숫자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1996년과 2010년 사이에 노인병 전문의 수가 25%나 감소했다. 또한 성인 1차 진료 훈련 과정 지원자 수는 곤두박질친 반면 성형외과나 방사선과 지원자 수는 기록적으로 많았다. 이는 부분적으로 돈 때문이다. 노인병과 성인 1차 진료 분야의 수입은 의학계에서 가장 낮다. 또 다른 이유는 인정을 하든 안 하든 간에 상당수 의사들이 노인을 돌보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병 전문의 펠릭스 실버스톤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주류 의사들이 노인병학에 대해 관심을 꺼 버립니다. 속된 말로 늙은이들, 그러니까 이 삐걱거리는 고물 차를 다룰 능력이 없기 때문이에요. 고물 차 같은 이 노인들은 귀가 잘 안 들려요. 눈도 어둡고요. 기억력이 좀 안 좋은 경우도 있지요. 이들을 상대할 때는 좀 느긋해져야 돼요. 의사가 방금 물어보거나 얘기해 준 것을 반복해서 다시 말해 달라고 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들은 주된 증상 하나만 갖고 오는 게 아니에요. 한 열다섯 가지쯤은 됩니다. 그 많은 증상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의사가 어디 있겠어요. 완전히 압도되고 말지요. 게다가 그 증상들이 한 50년 이상 계속된 거라고 해 보죠. 50년 동안 앓아 온 증상을 고치겠다는 의사는 없을 겁니다. 고혈압에, 당뇨에, 관절염에…. 이런 갖가지 증상을 가진 환자를 돌보는 건 전혀 매력적인 일이 아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