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미루기의 미학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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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임상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는 빔바입니다. :) 주말의 마지막이 지나가는 지금 너무 많은 일들을 미뤄놓아서 월요일이 막막해지는데요... 그런김에 미루기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해볼까 합니다.

일이란 것이 참 신기한게, 아무리 막막해 보이던 것들도 일단 시작하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손쉽고 빠르게 해결됩니다. 미루기, 학술적 용어로 지연 행동(procrastination)이라고도 부르는 이것. 우리는 그토록 쉽게 해결될 일들을 왜 그렇게까지 미루는 것일까요?

학술적인 용어로 정리해보면 좋겠지만, 관련된 글이나 논문을 읽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주관적인 생각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저는 미루기의 원인으로 두 가지 정도의 가설을 생각해보았습니다.

1. 미루기의 악순환 가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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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우리가 워낙 미루고 미루다 괴롭게 일처리를 하다보니 부정적인 정서와 내가 처리해야할 일이 연합됨으로써 일 자체를 혐오하게 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이를 "고전적 조건형성"이라고 하는데요, 파블로프의 개가 음식을 가져올 때마다 종을 울려주니 나중에 음식없이 종만 쳐도 침을 흘렸다는 이야기를 생각하시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사실 고통스러운 정서가 미루는 행동으로부터 시작한 것이긴 하지만, 그 중간에 존재하는 "일이 쌓여있는 것"에서 부터 부정적인 정서가 발생하기 때문에 초반에 미루는 행동이 원인이었다는 것을 잊게 되는 것이죠. 결국 쌓여있는 일만을 원망하게 되고, 일을 멀리하게 되면서 다시 일들을 미루게 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2. 어떤 일을 하든 배양기(incubation)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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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사실 일을 시작하려면 그 전에 일 할 마음의 준비를 시켜주는 잠시간의 여유 시간, 즉 일종의 "배양기"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저는 한때 매우 걱정이 많아서(지금도 걱정은 많긴 합니다만...) 대부분 처리해야 할 일들을 매우 이른 시기부터 시작했었는데, 그것이 내가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위안감을 줘 오히려 일을 비효율적이고 나태하게 진행하게 만들었습니다. 오히려 최근 벼락치기를 해 나온 결과들이 더 결과물이 좋을 정도로 말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요즘 빨리 흘러가고 많은 것을 요구하는 시대에 모든 일들에 대해 너무 초조하고 급하게 시작하려고 하는지도 모릅니다. 어느 정도의 마음의 여유가 이후의 일들을 더 부드럽게 진행되도록 도와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링컨이 나무를 베는데 1시간을 준다면 도끼를 가는데 45분의 시간을 쓰겠다고 한 것 처럼 말이죠.

별다른 이론적 근거를 갖고 말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제가 일을 잘 미루는 현상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설명 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말도안되는 변명일 수도 있구요; 저처럼 미루기를 잘 하는 사람들도 오늘 밤 잠들기 전 '내가 왜 일을 잘 미룰까' 한번 쯤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그럼 이만 글을 마치도록하겠습니다. 빔바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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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심리학이다보니 바로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천천히 프린터 해가면서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의문점이나 궁금한 점이 생기면 다시 한 번 댓글로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 ;;

저도 쓰면서 너무 개념어를 남발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런 부분에서 이해가 좀 어려우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ㅠ 다음 포스팅 땐 보편적인 의미를 자세히 풀어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나중에 심리학의 개념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포스팅도 해봐야겠어요. :)

질문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질문은 언제나 대답을 낳으니까요. 짧은 지식이지만 제가 아는 것을 총동원해 대답해드리겠습니다^^

테드 강연에서 비슷한 내용을 강의하던 조직심리학자가 생각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아 그 영상 저도 본 것 같네요! 머릿속의 원숭이였나... 사실 이 글은 너무 제 뇌속 이야기를 토대로 쓴거라, 언제 그 테드강연을 참조해서 제대로 한번 써봐야겠습니다 :) 좋은 평가 감사해요 ^^

감사합니다 :)

정말 좋은 내용인거 같습니다!!
저도 굉장히 미루기를 많이하다보니
2가지 내용 모두 너무 공감갑니다.
뭔가 새로운 고전적 조건형성을 도전해야 이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ㅎ

사실 원인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해결책을 만드느냐도 중요한 것 같아요. 앞으로 노력해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ㅠ

정보가 넘쳐나면서 뭐든 마음만 먹으면 이룰 수 있을 것 같지만,
한편으론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현대인이 가지고 있는 무언가의 '압박감'같은 게 있지 않나 싶네요.
미루기의 악순환, 그리고 배양기.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

좋은평 감사합니다 :) 때로는 내가 할필요 없는 일들을 걸러내는 것도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스스로가 할 일을 너무 많이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가끔씩 일상의 심리학 글을 올릴 예정이니 자주 방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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