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minism] ( )

in #kr-feminism6 years ago (edited)

지난 밤 글을 썼었다. [Feminism] 남녀임금차이

@snuff12님과 긴 댓글을 주고 받게 되었는데, 댓글보다는 글을 하나 더 쓰는게 좋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댓글로 길게 쓰면 가독성을 해친다는 느낌을 받았기에.

우선 지난 새벽 내가 쓴 댓글을 보니 -_- 뭔가 엉망이란 생각이 들면서도, 굉장히 감정적으로 격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화가 났을 때엔 답장하지 말라는 말을 어디선가 본 것 같다만, 그 말이 맞다고 현재 느끼고 있다. 감정적인 글은 나 스스로에게도, 그 글을 지켜보는 사람에게도 별 신뢰를 주지를 못한다. 이 지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획기적인 방법은 글을 하나 새로 쓰는 것이다.


우선 @snuff12 님께서 마지막으로 남겨 주신 댓글에 대한 내 답변은 다음과 같다.

#1. 캐나다는 성차별이 없다고 할 수 있다?


@snuff12님께서는 캐나다의 경우 성차별이 거의 없다고 하셨다.
나는 @snuff12님이 진정으로 저렇게 생각하시는건지, 아니면 맥락상 한국과 비교하였을 때 캐나다가 성차별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시는건지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이내 곧 후자가 아닌 전자임을 확신했다.
성차별은 전 세계적인 문제이며 여성 차별은 너무나 건재하다. 나는 @snuff12님이 이는 전 세계적으로 일치하고요. 이게 사회가 억압해서 그런걸까요? 아니면 선천적인 남녀의 '차이'일까요? 라고 하신 것을 보고 1차적으로 마음을 접었다. 저 발언은 사회가 여성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는 것이 아니란 생각을 함과 동시에 현재 성 불평등 문제를 여성 개인에게 지는 것이란 사고가 내재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발언을 할 수가 없다.

왜 이공계는 ‘여성의 무덤’이 됐나
“성평등이 과학 발전 밑거름” 이공계에 페미니즘 바람

여기에 추가로, 경제학 소믈리에 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다른 어떤 나라에 비해서도 한국의 여성은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다른 어떤 나라에 비해서도 노동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것이 한국 여성의 현실이다. 2000년대 들어서도 남녀 간 임금차별은 해소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여러 실증분석 결과들은 잘 보여준다. 육아와 가사를 여성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고 이로 인해 여성의 직장 경력이 단절될 수 밖에 없는 문화, 여성을 홀대하고 차별하는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 직장 내 관행,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는 남성 우월주의적 사고 등 시장이 해결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2. 여성의 이공계 참가율, 여성 탓?


나는 @snuff12님이 저 말을 하신 이유를 아직도 모르겠다.
수학까지 여학생 우세... 남학생 성적, 세계의 고민거리 라는 글을 드렸었는데, 이 글을 드린 이유는 간단하다. 더 이상 이공계 여성의 낮은 참여율을 성별 간의 선천적 차이라는 통념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덧붙여서 다른 글들도 올리자면 다음과 같다.
culture, gender, and math

남녀 간의 수학성적 차이는 해당 국가의 성불평등 지수와 똑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자가 수학을 못하는 이유? 알고보니...

두려움이 더 크기 때문일 뿐 능력 차이는 없어
영국의 옥스포드대학과 캠브리지 대학 공동 연구팀은 9일 ''행동과 뇌의 기능''이란 온라인 잡지에 기고한 글을 통해 자신들의 연구 결과 ''여자가 남자에 비해 수학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이러한 두려움이 수학 시험에도 영향을 미쳐 여자들의 수학 성적을 떨어트리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더 이상 우리는 여성의 낮은 이공계 참여율을 여성의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사회 전반적인 인식의 개선과 성불평등의 해소가 필요하다.

#3. 그러니까, 답은 페미니즘이다.


@snuff12님은 나와 핀트가 전혀 다르다. 나의 관점은 이렇다.

가부장제 > 남성은 바깥 일, 여성은 집안 일 > 경제 활동은 남성이 하고 가정일을 도맡은 여성이 남편이 벌어온 돈으로 살림을 꾸림 > 그러나 현 시대에 와서는 여성의 경제 참여율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여성에게 작용하는 유리천장이란 패널티가 두드러져 보이며 가부장제의 문제점을 꿰뚫어보는 여성들이 많아짐에 따라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해짐

그러나 @snuff12님의 관점은 어떠한가.
상당수의 남학생들은 가정주부를 꿈꾸며, 오히려 기혼 남성들이 배우자에게 용돈을 받는다며 남성은 경제권을 거머쥔 게 아니라고 하셨다.

뭔가 크게 착각하고 계시단 생각을 한다. 그러니까, 페미니즘은 가부장제를 없애기 위한 운동이다. 가부장제가 없어지면, 당연히 용돈을 받는 기혼 남성들의 속사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고 '경제활동 = 남성 / 집안 일 = 여성'이라는 틀도 깨질 것이다.
또한 남학생들 중 상당수가 가정주부를 꿈꾸는 이유를 잘 생각해보길 바란다. 저들이 정말로 가사일을 하고 싶어서, 가사일이 경제 활동보다 가치 있어 보여서 가정주부를 꿈꾸는 것인지 혹은 그저 '여성들은 경제 활동도 안하고 집에서 편하게 사는데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라는 가사일을 만만하게 보는 편협한 시각에서 비롯된 것인지 말이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나는 @snuff12님께 "독박부양이라는 표현은 굉장히 남성 기득권적이며 여성 혐오적인 단어입니다. 간단하게 생각해 보세요. 임금 노동으로 인정이 안 되는 독박육아와 경제권을 거머쥘 수 있고 사회적으로 '유의미하다'고 인정 받아 온 경제적 활동. 독박 부양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독박부양이라는 워딩은 가부장제의 이점을 이용함과 동시에 피해자라는 어필을 하는, 아주 비열한 짓입니다." 라는 답글을 했었다.
여기서의 '경제권을 거머쥔다'는 표현은 아주 간단하다. 본인이 직접적으로 경제 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그 돈을 배우자가 관리하여 기혼 남성들이 오히려 용돈을 받고 있는 추세다- 라고 말하는 것은 핀트가 매우 엇나간 것이다.

#4. 맞벌이 부부의 가사 분담


맞벌이 부부의 비율을 약 50%라고 했을 때, 남성의 노동 시간이 더 길기 때문에 가사일을 여성이 더 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다르다.

남성 “가사 공평분담 해야” 43%…실천은 16%

가사 노동을 공평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은 43%였지만, 실상은 16%에 그쳐 있다는 기사이다.

맞벌이 부부의 가사 노동 시간 비교

전체 부부 가사 노동 시간 비교

남성이 여성보다 노동 시간이 더 길다고 한들, 부부 간 가사노동 시간의 차이가 152분(맞벌이) / 134.18분(전체 부부) 이나 난다는 것은 분명한 성차별이 아닌가.

#5. 시대가 변함에 따라 당연한 것.


과거 가부장제가 지금보다 팽배했던 시절, "남자는 바깥 일, 여자는 집안 일"이란 것은 말 그대로 통념이었다. 이 낡은 사상은 현재 젊은이들이 "꼰대"라고 부르는 그것이다.

독박부양을 하고 싶어하는 남성이 없다는 것, 당연한 것이다. 시대가 변했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증가함에 따라 남성과 파이를 나눠 갖기 시작했으니 당연한 결과이다. 페미니즘을 하면 독박부양(대체 왜 독박부양이란 표현을 써야하는지 아직도 의문이다.)도 없어진다. 페미니즘의 목적은 너무나 당연하고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6. 여성 저임금은 차별적 요소가 분명히 가미된 것이다.


이 부분은 나도 반성한다.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
(_ _) 정정의 의미로, 나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제시한다.

남녀 임금차별 어떻게 할 것인가? (국가인권위 주최)
특히 '남녀임금격차 실태조사 보고서 요약'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남녀 임금격차는 시간이 지나거나 경력이 쌓이거나 승진을 통해서도 해소되지 않으며 더 나아가 차이가 아닌 차별 역시 줄어들지 않고 입사시점인 사원급으로 즉, 원래대로 환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성 직장인 “승진 한계”…공고한 유리천장
여성 공무원 10명 중 8명 “유리천장이 승진 막아”

여성의 유리천장에 관한 기사이다.

결론적으로, 승진에 따른 성차별과 승진 후에도 임금이 다른 점을 지적한다.

또한 하나 더 덧붙이자면, 20대 초반 여성임금이 높은 이유는 여성의 빠른 사회 진출도 이유중 하나이다.

#7. 경력 단절은 여성 혐오가 맞다.


내가 결론적으로 @snuff12님에게 마음을 닫은 이유이다.
명백한 성차별을, 여성혐오를 두고 차별이 아니라고 한다.
(심지어 육아휴직 의무화를 두고 본인 입으로 '기업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생산성에 직격타를 맞기 때문이다'라는 표현을 했다. 이는 여성이 받는 패널티를 어쩔 수 없는 것, 당연한 것으로 치부하는 모습이다.)

여성 경력 단절이 차별인 이유는 다른 선진국에서의 차이점을 생각해 보길 바란다.


글을 쓰고 나서

내가 왜 그렇게 흥분했는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봤다.
사실 나는 이전에도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여성분과 긴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그 때의 느낌과 지금의 느낌은 전혀 다르다. 다른 이유를 알겠다.

이전에 나와 언쟁을 했던 사람은 여성이었다.
그가 아무리 페미니즘에 거부감을 보인다 한들, 나를 조롱한다고 한들 그 또한 나와 같은 여성이다.
그가 나를 다시 찾아와서 조롱의 어조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반갑게 맞았던 이유는 그가 여성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가 여성이라서 힘들다고 손을 뻗어 올 때, 그의 손을 잡을 것이다. 그와 연대할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여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엔 어땠나.
단순히 남성과의 싸움이라서 흥분했던 것이 아니다.
그의 태도가 철저하게 안티-페미적이며 사회적 문제를 여성들의 문제로 치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부족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그는 여성인 나의 기분을 단 한 번도 느끼지 못하고 굉장히 이성적인 것처럼 보이는 답을 했다.
여기서 말하는 여성인 나의 기분이란, 한국 남성들이 흔히 말하는 "기분이 상했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한국 여성들이 생존권을 이야기 할 때 한국 남성들은 기분권을 이야기 한다.
여성에게는 당장 자신의 삶의 문제인 것을 남성에게는 기분이 상하는 일 정도가 되는 것이다.

내가 언급한 나의 '기분'은 단순히 '나쁘다'는 말로 형용할 수 없다.
내 삶 자체를 부정당했으며 피해의식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명백한 사회적 문제를 그저 어쩔 수 없는 것이란 대답을 들었다.
차별이 아닌 차이란 오답을 들었다.
나는 그렇게 '남성이 이 사회의 권력자다'라는 근거 그 자체를 지난 글에서 경험했다.
당신은 가부장제의 증거 그 자체이다.

진심으로 화가 난다는 마음 조차 들지 않는다.
기대가 없으니 실망도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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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의 차이가 있는 만큼 여성이 가사일을 더 해야한다는 무논리에, 이미 노동시간의 차이가 있는 시점에서 성차별이다.라고 확실하게 설명해주셔서 감탄했습니다. (솔직히 저 사람 궤변이 너무 많아요)

한번도 생명을 위협받지 못하고, 생존을 위협받지 못한 사람이 이성적인 척, 자신이 옳다는 냥 말을 쏟아낸다면 저라도 화가날 것 같아요. 글 한 자 한 자 꼼꼼히 잘 읽고 갑니다. 항상 좋은 글 감사해요!

감사합니다 @rosie2님 (_ _) 앞으로도 힘내겠습니다!

무급노동시간의 차이가 왜 생기는지에 대한 근거중 하나로 유급노동시간을 들었을 뿐입니다.
노동시간의 차이만큼 여성이 가사일을 더 해야한다고 주장하지 않았죠.
실질적 문맹이 아닌가 의심스럽습니다.

살인 미수.기수범죄 피해자 성비가 남성이 높은 현 상황에서 '한번도 생명을 위협받지 못하고' 라는 워딩은 명백한 사실관계 왜곡입니다.

댓글을 이제야 봤네요. 답장이 늦었습니다. '한번도 생명을 위협받지 못하고'라는 워딩은 일종의 비유로 쓴 겁니다. 남성도 화장실에 갈 때 몰카를 걱정하고, 택시를 타면 가족에게 일일이 문자를 보내며, 아이를 가지면 커리어가 끊길 걱정부터하나요?

말씀이 그냥 꼬투리를 잡는 걸로 밖에 느껴지지 않아서 답글 다셔도 답장은 하지 않겠습니다.

'노동시간의 차이만큼 여성이 가사일을 더 해야한다고 주장하지 않았죠.'
이것 때문에 댓글을 달았는데 꼬투리 잡는거라뇨 ㅎㅎ

뒤에 첨언한 말에 대해 꼬투리잡고 있는게 누구인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덧. 다른 분들께도 답글을 써야 하는데, 해야 할 과제도 있고 체력 소모가 심한 상태라서 미루도록 하겠습니다.

제 지인이 종사하는 직장은 여성의 성비가 압도적으로 높음에도 관리직은 남자가 꿰차더군요. winnie98님은 자기 검열 (거의) 없이 글쓰기를 하는 분으로 보입니다. 계속해서 좋은 글 써 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약자와 소수자와 관련된 문제에 관해서만 검열과 반성을 하는 편입니다.
나의 헤테로성, 시스젠더성, 비장애인인 점 등등.
권력자는 자신의 권력을 알았을 때에 그저 약자들에게 고개를 숙여 사죄를 해야 할 뿐입니다.

젠더 퀴어들의 절규에 '헤테로인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혹은 '헤테로가 다수니까 어쩔 수 없어'와 같은 말은 해서는 안됩니다.
비장애인인 저는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듣고는 '장애인을 우대하는 것은 역차별이다'라는 말을 해서는 안됩니다. 역차별은 차별 비용을 빛 좋은 개살구로 탈바꿈 한 것일 뿐.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해서는 안됩니다.
저는 약자들 앞에서 스스로를 검열합니다.

네, 답글 주신 것에 동의합니다. 자기 검열 없는 글쓰기를 하신다고 말한 것은, 사람들이 평소 생각은 하지만 사회 분위기 탓에 침묵하기도 하는 주제에 관해 지속적으로 발언해 주신 일을 가리킨 것입니다. 답글 고맙습니다.

오늘도 조용히 응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이 새벽의 스팀잇 방문은 이 댓글을 마지막으로 하겠습니다. 토요일 밤에 시험도 봐야 하기에...(TT)

글이 길어서 다 안 읽고 내리실 수 있어요.
그렇다면 다른 건 몰라도

글을 쓰고 나서

부분은 꼭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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