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조선요괴대전 - 천상의 활

1화

‘1592년, 6월13일 선조는 세자 광해군에게 국사를 다스리게 하였고 6월14일 명나라로 피신할 계획을 세운다. 조선의 백성은 도탄에 빠졌고...’

소설을 쓰던 은성은 빗소리가 더욱 거칠어지자 활짝 열어 두었던 창문을 황급히 닫았다.

외할머니의 병세가 악화되어 휴학을 하고 시골마을에 있는 외할머니 집으로 내려온 은성은 하루, 하루가 지겨움의 연속이었다. 저녁9시, 지금 시간이면 서울에서는 한참 친구들과 시내에서 어울려 놀 시간이었다. 주변에 불빛 하나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놀이거리란 글을 쓰는 것뿐이었다.

평소에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은성은 임진왜란이 발발했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역사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서울에 있을 때는 그렇게 안 써지던 글이 일필휘지로 써내려져 갔다. 글이 잘 써지는 것만 생각하면 시골 촌구석에 내려앉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는데 너무 몰입한 탓인지, 고요함 속에서 땅에 젖어드는 빗소리 때문인지 깜빡 잠이 든 은성은 문밖에서 나는 인기척에 놀라 잠이 깼다.

처음에는 할머니가 들어온 소리라고 생각한 은성은 할머니냐고 불러보았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할머니! 할머니!”

두 번이나 불렀는데도 인기척이 없자 은성은 직접 할머니 방으로 가보았다.
희한하게도 할머니는 방에서 자고 있었다.

그럼, 아까 난 인기척은 뭐란 말인가, 은성은 찜찜한 기분이 들었지만 시골에서는 으레 나는 잡소리라 생각하고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다시 몰입해서 글을 쓰기 시작하는데 누군가 자신을 쏘아보는 기분이 들어 문밖을 쳐다보았더니 무언가 쏜살같이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순간, 섬뜩한 기분이 들었지만 도둑이라도 들 수 있으니 손전등을 찾아 손에 쥐고 의문의 물체가 지나갔을 법한 곳으로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