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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choonza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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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nzen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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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의 짜릿했던 순간을 기억하고 있는 여행자는 자신이 속한 생활의 자리로 돌아온 후에도 계속 여행 중이다. 하루의 끼니를 챙기듯 낯선 여행지에서 가졌던 생각과 느낌을 끄집어내고, 곱씹고, 다시 고이 접어 집어넣는 일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이다. 그러니 여행이란 본래 끝이라는 시점을 맞이할 수 없는 경험이 아닐까.


나의 여행은 그냥 여기서도 살고, 저기서도 사는 거예요, 라고 말하고 싶었다. 세상 어디든 내가 살면 집이고, 함께 지내면 가족이에요, 라고 말하고 싶었다. 일탈이 아닌 일상이니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다. 당장 떠나라는 말도,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말도 이상했다. 여행을 통해 삶에 극적인 변화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은 우습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몇몇 출판사에 출간기획서를 보냈는데 나의 이야기가 여행자에게 설렘과 떨림을 주지 않아 여행책으로는 출간이 어렵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흠. 설렘과 떨림이라.


매거진 브릭스를 처음 알게 된 때가 아마 2015년인가 2016년일 것이다. 내 안에 계속 쌓이는 이상한 이야기를 풀어놓을 공간이 필요해서 브런치를 시작했는데, 그곳에서 매거진 브릭스를 만났다. 여행 매거진이라니. 그것도 웹진이라니. 나는 그것이 굉장히 용기 있는 시작, 어떤 선전포고처럼 느껴졌다. ‘설렘과 떨림'을 장착한 비슷비슷한 여행 이야기들이 이곳저곳에서 쏟아져 나와 내 이야기 좀 들어달라고 졸라대는 통에 숨이 찰 지경이었는데, 유난 떨지 않고, 고상한 척하지 않고, 그저 이게 나의 어제와 오늘이라고 조곤조곤 들려주는 여행자들의 이야기가 어찌나 반가웠는지.


매거진 브릭스에 나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서 무척 기뻤다.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그 ‘낯선’ 이야기들을 사랑하고, 그 이야기들을 모아 엮는 일을 멈추지 않는 매거진 브릭스에게 존경의 마음을 담아 보낸다. ‘계속하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 제일 위대하다.



매거진 브릭스와 나눈 이야기는 매거진 브릭스 인스타 계정(@bricksmagazine) 혹은 매거진 브릭스 웹사이트에서 읽어볼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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