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이 알몸으로 마을을 돌아다닌 이유

in #flowerday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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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공부를 하다가 새하얀 말과 화려한 장식의 안장 위에 나체로 앉아서 수줍은 듯한 표정의 그림을 보았다. 그런데 그림을 보면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가 나체로 말을 타는 상황도 그렇고 무엇보다도 그림의 배경이 된 마을에 사람들이 한 명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적막감마저 들고 있다.

이 그림에는 숨겨진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바로 권력자에 맞선 숭고한 여인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 권력자가 바로 자신의 남편인 11세기 영국의 코벤트리시의 영주 레오폴릭 백작이었다. 그는 막강한 권력을 기반으로 주민들에게 과도한 세금을 부과했다. 그래서 백성들의 원성이 자자해지자 남편에게 세금을 감해주는게 어떠냐고 제안을 했다.
하지만 남편인 영주는 일언지하에 거절하게 된다. 그러면서 역으로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알몸으로 동네를 한바퀴 돌면 부인의 제안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부인 고디바는 고민을 하지만 주민들을 위해서 보란 듯이 받아들인다. 고통받는 백성들을 위해 남편에게 맞서기로 결정한 것이다.

약속한 날이 다가오자 고디바 부인은 옷 하나 걸치지 않고 긴 머리카락으로 몸의 일부만 가린채 말을 타고 동네를 돌아다닌다. 당시의 사회분위기로 그러한 일을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하기 힘들었다. 중세에서 사회적 지위와 계급이 철저하게 유지되고 결혼 생활도 남편 위주로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고디바 부인은 백성을 위해서 남편에게 맞선 것이다. 그렇게해서 탄생한 숭고한 작품이 존 콜리어에 의해서 ‘레이디 고디바’라는 작품으로 탄생한 것이다.

그런데 감동적인 것은 부인이 동네를 도는 동안 그 누구도 밖을 내다보는 사람들이 없었다는 것이다. 자신들을 위해서 희생하는 고디바 부인의 뜻을 잘 알았기에 그들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무사히 끝날 수 있도록 기도했다.
부인의 용기와 노력 덕에 영주인 레오프릭 백작은 약속을 지켜서 세금을 감면해 주고 백성들에게 선정을 베풀었다고 한다. 고통받는 백성을 위해서 용기를 내 자신을 희생한 고디바 부인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제대로 이행한 것이다.

이 이야기는 후대에 많은 화가들과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19세기의 존 콜리어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심지어 가수 퀸은 “Don’t stop Me Now”라는 곡에 “나는 고디바 부인처럼 힘차게 지나간다”는 가사를 넣기도 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고디바 초콜릿’도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상표와 문장을 출발했다고 한다.

그리고 정치적 표현 중에서도 ‘고다이버즘’이 있다. 관행이나 기존의 힘에 불응하고 과감하게 논리를 뚫고 나가는 정치를 할 때 쓰는 표현으로 사용된다.
자신의 기득권을 누리지 않고 약자들을 위해서 변화하는 도전정신에서 시작된 ‘고다이버즘’은 세상의 변화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정신이 되고 말았다. 무엇보다도 그림을 감상하면서 자신을 기꺼이 희생한 고디바 부인에 대해서 진심어린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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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ㅡ ^^
감사합니다.

고디바 부인~ 숭고한 희생의 뜻이... 마음이 따뜻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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