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 다시 일어서며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3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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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choonza

안녕하세요. 최광희입니다. 저는 익명을 쓰지 않습니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이름을 필명으로 씁니다. 위 사진에 나와 있는 사람이 접니다. 드러내는 게 취미는 아니지만 생긴 걸 굳이 숨기지도 않습니다. 아마도 글 쓰는 데 익명성이 더 편해지면 필명을 따로 하나 만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익명은 제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제가 알고 저를 아는 이들이 혹시라도 상처를 받을 수 있을 경우에만 국한합니다.

위즈덤 러너가 된 것은 소수점(@sanscrist) 님의 추천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스팀시티의 첫번째 포탈, 팀 춘자와 제가 함께 일구고 있는 장충동의 ‘20세기 소년’에서 만났습니다. 그와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지만, 그가 직관과 통찰을 지닌 인물이라는 걸 아는 데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어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결실을 만들어 냅니다.

척박한 사막을 걷고 있는 것만 같던 제 삶에 올해 들어 그런 인연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첫 단추는 마법사(@mmerlin) 님과 라라(@roundyround) 님이었습니다. 그들은 제가 혼자 20세기 소년이라는 공간을 끙끙대며 지고 가느라 완전히 탈진했을 무렵 저를 찾아왔습니다. 나는 그들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 내 삶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문득, 나는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발상, 새로운 관계와 새로운 실천, 그 모든 것이 시작되는 순간에 서 있었습니다. 순식간에 의기투합한 우리는 ‘20세기의 여름’을 함께 준비하며 단순한 펍이었던 공간을 소통과 교류의 에너지로 가득찬 커뮤니티 시공간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그 후 저는 차근차근 스팀잇과 스팀시티를 알게 되었고 위즈덤 레이스를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기획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감히 도전할 용기를 내지 못하던 차에 20세기 소년을 자주 찾아오는 소수점 님이 들고오신 와인 세 병을 연거푸 마시던 차에 위즈덤 러너로 추천을 받게 된 것입니다.

저는 평생 글과 말을 팔아 먹고 살았습니다. 사람들은 저를 영화평론가라고 부릅니다. 책도 네 권 정도 냈으니 어떤 이들은 제게 작가라는 호칭을 붙여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글과 보상의 상호작용 속에서 제 글은 자주 길을 잃었습니다. 동어반복의 글은 쳇바퀴 일상 속에서 좀처럼 전진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스스로 글쟁이, 말쟁이로서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당분간 삶의 방향성을 바꾸는 데 매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한 해 계속 좌절을 맛봤습니다. 남태평양의 낙원 같은 섬나라 바누아투에서 리조트 겸 아티스트 빌리지를 만들어보겠다는 제 꿈은 코로나에 가로막혀 처절하게 실패했습니다. 그 무렵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다시 혼자가 되었습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무작정 54일간의 유럽 여행을 다녀와보니 갈 데가 없는 처지가 되어 있었죠.

이런 와중에도 꿈을 꾸는 것만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2021년 봄, 기적적으로 기회가 찾아와 20세기 소년을 일구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이 공간을 저 혼자 힘으로 꾸려나가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느새 잠 자는 시간 말고는 술을 마시는 폐인 모드로 접어들어 살고 있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마법사 님과 라라 님과의 조우는 제게 정신을 차리고 계속 움직이라고 명령하고 있었습니다. 척박한 환경을 견뎌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가 꿈꾸는 삶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상상하는 것을 멈추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무엇보다 상상이 모여 결실을 맺는, 가장 아름다운 공동체적 삶을 설계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그게 저에게 주어진 운명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혼자였던 제게 20세기 소년은 다시 공동체를 건설할 수 있는 절호의 발판입니다. 저의 모든 상상이 출발하는 시공간이자 공동체입니다. 나는 이곳에서 더 많은 위즈덤 러너들과 소통하며 황홀한 공동체를 실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제부터 위즈덤 러너로서 쓰는 저의 글은 '기록하는 인문적 존재'로 다시 일어서기 위함이며, 무엇보다 소통의 매개를 차근차근 창안하는 작업이 될 것입니다. 글이 있어 우리는 인간으로서 대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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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years ago 

환영합니다!

 3 years ago 

뜬금 없는 댓글이지만 @happycoachmate 님을 위즈덤 러너로 추천합니다!

 3 years ago 

나루님 추천 고맙습니다~
이제 저도 멤버가 되는 건가욤?? ^^

 3 years ago 

그러게요! 같이 답변 기다려 봐요! @stimcity

 3 years ago 

고맙습니다. ^^

 3 years ago 

축하드립니다. @ab7b13님께서 @happycoachmate님을 <위즈덤 러너>로 추천하셨습니다. 337sp를 @stimcity 계정으로 Delegation 해 주시면 <위즈덤 러너>로 등재됩니다.

 3 years ago 

안녕하세요~ 오래 기다렸어요. 고맙습니다. 델리게이션 했습니다~~ ^^

 3 years ago 

<위즈덤 러너>가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꼭 완주하셔서 [스팀시티]의 시민이 되시길 바랍니다.

 3 years ago 

고맙습니다.

 3 years ago 

ㅎㅎ 저에겐 교수라는 직함으로 기억되고 있어요. 다행인지 수업을 듣진 못해 같이 달리는 동지로 만나게 됐네요! 반갑습니다.

 3 years ago 

어흑. .이런 인연이?! 언젠가 만나 뵙기를 바랍니다.

 3 years ago 

환영합니다~! 동기가 늘었네요

 3 years ago 

앗! 택슨 님과 동기였군요. 내년에는 유라시아 대륙을 달려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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