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안쪽 가게 세 곳이 한 해에 다 바뀌었다

집에서 큰길까지 나가는 길에 골목 하나를 지납니다.

그 골목 안쪽에 가게가 세 곳 붙어 있었습니다. 작은 카페, 그 옆의 분식집, 그 옆의 옷가게. 작년 이맘때 산책을 하면서 세 곳을 다 지나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카페에는 한두 번 들어가서 커피를 마신 적이 있고, 분식집은 메뉴를 보고 지나간 정도이고, 옷가게는 안에 들어가 본 적이 없습니다.

오늘 같은 골목을 지나가다가 세 곳이 다 바뀐 걸 알았습니다.

카페 자리에는 다른 카페가 들어와 있었습니다. 간판이 다르고 인테리어가 다른데, 업종은 같습니다. 분식집 자리는 빈 채로 공사 가림막이 쳐져 있었습니다. 옷가게 자리에는 작은 편의점 비슷한 가게가 들어와 있었는데, 정확히 무엇을 파는지는 안에 들어가 보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

세 곳이 한 해에 다 바뀐 게 어색했습니다.

골목 자체는 한산한 골목이고, 큰길에서 한 블록 안쪽으로 들어와 있어서 유동인구가 많지 않습니다. 그런 자리에서 같은 시기에 세 곳이 다 들어왔다가 다 나간 흐름은 그 골목이 임차료 대비 매출의 균형점이 잘 안 맞는 자리라는 신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리 하나가 비면 비슷한 결의 다른 가게가 들어왔다가 비슷한 흐름으로 나가는 사이클이 도는 곳이 있습니다.

이 골목을 보고 portfolio 가 떠올랐습니다.

저의 119 개 사이트 중에서도 한 해에 트래픽이 들어왔다가 나간 사이트들이 있습니다. 어떤 사이트는 6 개월 동안 한 달에 수천 명이 들어오다가, 다음 6 개월 동안 다시 수십 명으로 떨어졌습니다. 이유를 정확히 모르는 경우도 있고, 검색 알고리즘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추정이 가장 가까운 경우도 있습니다. 들어왔다 나간 흐름은 그 사이트가 처음부터 그 트래픽의 자리에 안 맞았던 것일 가능성을 안고 있습니다.

이 비교가 정확하지는 않을 겁니다.

골목의 가게는 임차료라는 고정비를 매달 내야 합니다. 매출이 임차료 아래로 떨어지면 몇 달 안에 문을 닫아야 합니다. 저의 사이트는 호스팅 비용이 거의 0 에 가까워서, 트래픽이 떨어져도 사이트가 문을 닫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같은 자리에 같은 사이트가 한 해 더, 두 해 더 머무를 수 있습니다.

이 차이가 두 운영의 결을 다르게 만듭니다. 골목의 가게는 짧은 시간 안에 매출의 자리를 잡아야 살아남고, portfolio 의 사이트는 한참 살아남은 채로 응답이 안 오는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 있습니다. 살아남는 게 쉬워 보이지만, 살아남은 사이트가 다 응답을 받는 건 아닙니다. 응답 없이 살아 있는 사이트가 89 개입니다.

골목을 한 번 더 천천히 걸으면서 공사 가림막을 보았습니다. 다음 가게가 무엇이 들어올지 모르겠고, 그 가게가 한 해를 넘길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르는 게 더 많은 자리에 매번 새 가게가 들어와서, 알 만한 자리가 될 때까지 한참이 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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