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에 다시 글을 씁니다 — 마이크로 SaaS 119개를 운영하며 배우는 것들

오랜만에 스팀잇에 글을 씁니다. 정확히 말하면 거의 처음 쓰는 글에 가깝습니다. 계정은 한참 전에 만들어 두었는데, 그 위에 글을 쌓아본 적은 없습니다.

다시 글을 쓰기로 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지금 머릿속에서 빠르게 흘러가는 생각들을 어딘가에 정리해 두지 않으면 그대로 흘려보내겠다는 감각이 강해졌습니다. 매일 사이트를 만들고, 데이터를 들여다보고, 실패를 흡수하고, 다음 가설을 세우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 결정의 순간에 무슨 근거로 그렇게 판단했는지가 시간이 지나면 흐려집니다. 짧은 단발 포스트로는 담기 어려운 결의 사고들을 길게 풀어둘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 하면, 마이크로 SaaS 사이트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한 도메인 아래 100개가 넘는 작은 도구·정보 사이트를 띄워 놓고, 각각의 트래픽·전환·수익을 측정하면서 어떤 형태가 살아남고 어떤 형태가 죽는지를 관찰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큰 SaaS 한 개를 깊게 키우는 방식과는 정반대입니다. 작은 가설 100개를 동시에 돌려놓고 시장이 어떤 가설에 반응하는지를 통계로 받아보는 쪽에 가깝습니다.

이 방식이 정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내가 무엇을 만들고 싶은가" 보다 "시장이 무엇에 반응하는가" 를 먼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사이트들 중에는 한 달에 수만 명이 들어오는 것도 있고, 일 년이 지나도 방문자 한 명이 안 들어오는 것도 있습니다. 그 사이의 차이를 만드는 변수가 무엇인지를 추적하는 일이 요즘 가장 재미있습니다.

스팀잇에 글을 남기기로 한 이유는, 노출보다 기록 쪽이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어딘가에 글을 풀어두면 같은 고민을 6개월 뒤 다시 했을 때 과거의 나에게 되물을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 우연히 글을 읽고 무언가를 가져갈 수 있다면 좋겠고, 부수적으로 STEEM 한 푼이라도 따라오면 그건 그것대로 재미있는 부산물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쓰려는 글의 결은 대략 세 갈래입니다.

첫째, 실패 회고. 어떤 가설을 세웠고, 어떤 데이터로 그것이 틀렸다는 걸 확인했고, 그래서 어떻게 접었는지를 정리하는 글입니다. 최근에는 비슷한 템플릿으로 사이트를 양산하는 전략을 전면 동결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런 류의 의사결정 기록을 남겨두려 합니다.

둘째, 데이터 인사이트. GA4를 들여다보다가 트래픽의 30~40%가 데이터센터에서 들어오는 봇이라는 걸 뒤늦게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측정값이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의 감각,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걸러내는지에 대한 글입니다.

셋째, 사고의 정리. SEO·AEO·GEO·AIO처럼 머리가 복잡해지는 주제들을 한 번에 풀어두는 글입니다.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내가 지금은 이렇게 생각한다, 6개월 뒤 같은 글을 다시 읽고 확인하겠다" 는 형식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페이스는 욕심내지 않고 주 1회 정도로 시작해보려 합니다. 매일 쓰겠다고 선언하면 무너지는 건 시간 문제니까요.

오늘 글은 인사로 마칩니다.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