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의 득세와 J-POP 의 몰락
거의 10년 동안, 케이팝은 자국 소비시장의 괴멸 때문에
뼈를 깎는 고통을 수반하며, 해외시장을 계속해서 공략해왔다.
세계화다 빌보드다 뭐다 하는 소리가 결국은 자국 시장에서는 먹고 살 수가 없으니
등 떠밀려서 이뤄낸 쾌거인 것이고,
이 쾌거가 기존 한국경제를 이끌어오던 여타의 산업 시장처럼
정경유착을 통해서 이뤄낸 결과물이 아니기때문에 전례가 없을 정도로
정치권의 입김을 최대한으로 덜 받을 수 있었던 성장산업이었는데,
한국의 정치권이 그렇게 둘리도 없고, 연예계 쪽 인사들 또한,
권력욕과 명예욕에 욕심을 부리면서 서로간의 이해관계를 타진중인 요즘이 아닐까 한다.
이와 다르게, J-POP 은 일본의 80년대 경제 초호황기에 힘입어서
8090년대에 정말 '미쳤다' 소리가 나올 정도로 음악업계 전반에 걸쳐서 돈을 퍼부었고,
8090년대 음반들은 꽤나 의미 있는 음반들이 많이 있었다가
갑자기 21세기 초반부터 쉽게 말해서 맛이 가기 시작했는데
보통은 이것을 아티스트들의 매너리즘이라고 표현하기도 하겠지만
일본의 음악시장은 90년대까지 크게 2가지 부류였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B'z라던가 ZARD라던가, 미스터칠드런 등등의 아티스트 계열
그리고 아라시, 스마프를 위시한 쟈니즈 계열의 아이돌 계열
서로 연예. 방송계에서 첨예하게 대립을 하던 부류들이었는데,
어른들의 사정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 아이돌 계열이 승기를 잡게 되면서 게임은 끝나게 된다.
이후부터 아티스트 계열들은 신보를 내고도 방송 한번 못 나가고, 모든 시상식에서 다 배제되고
더욱이 전 세계적인 음반 판매량의 급감으로 음반 수익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상대적으로 아이돌 계열에 비해서 CF, 드라마, 영화 활동이 적으므로) 아티스트 계열들은
스스로 쪼그라들 수밖에 없어졌고, 아이돌 계열들은 그 세를 부풀리며 지금까지 오게 된다.
아이돌 계열에서는 아티스트 계열과의 정면승부를 하는 동안,
전방위에서 마구마구 찍어내는 통에 당연히 품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이 흐름 속에서 점차 점차 일본 대중들의 외면을 받게 되던 차에,
경제 불황이라는 최악의 단추까지 껴지면서 일본 대중들은 주머니를 닫게 되었다.
그렇기때문에 90년대까지는 변방의 소비세력이었던 오타쿠 중심으로 일본의 음반시장의 판도가 바뀌게 된다.
여기에 크게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음악.안무.노래 같은 요소보다는
오타쿠들이 좋아하는 멤버 개개인의 캐릭터성에 바탕을 두는 아이돌들이 득세를 하고,
그 정점에 선 것이 AKB48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해당 글은 아이돌이 어떻다 어떻다 아이 돌 때문에 망했다 어쨌다의 이야기는 아니고,
한국은 아이돌 위주로 어떻게 전 세계에 임팩트를 줄 수가 있었고,
일본은 한국과 같은 아이돌 위주인데다가 아이돌 문화의 종주국이자 음반 판매량 세계 2위의 국가이며,
경제 대국이었는데 어떻게 지금은 문화의 잘라파고스 (Japan+Galapagos=Jalapagos) 화가 되어서
자기들끼리만 시시덕거리는 문화가 되었을까를 알려주고자 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임을 밝혀둔다.
먼저, 가수가 탄생되는 과정을 비교해보자.
한국 같은 경우에는 오디션에 합격한 이후부터 길고 긴 연습생 시절을 겪게 되는데,
회사에서 기획.제작하는 그룹의 데뷰조에 들어가기 위해서 피 튀기는 경쟁을 하게 된다.
더욱이, 연습생 시절부터 여차여차해서 데뷔를 했다고 해도
손익분기점을 넘길 때까지의 거주비 + 활동비 + 식사비 + 용돈은 당연히 멤버 개개인이 충당해야 한다.
즉, 잘할 수밖에 없다.
철저한 경쟁 시스템에 어릴 때부터 내던져지어,
인간의 삶에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가장 많은 성장을 이뤄내는 사춘기 시절에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서 시간과 정성을 들였으니 본인이 한눈만 팔지않는다면, 뛰어날 수 밖에 없다.
일본의 경우에는 한국의 연습생 트레이닝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고,
존재할 수조차 없는데, 그 이유가 일본 법무성의 근로법과 아동근로기준법에 준거하여
만약 회사의 목적과 필요성에 의하여 사람을 불러서 무언가를 요구할때에는
그에 법으로 규정한 알맞은 급여를 줘야하기때문이다.
즉, 내가 일본에서 아이돌 키우는 사장인데
아이돌들 연습 한번 시키려고 하는 것은 회사의 목적과 필요성에 부합하는 행위이기때문에
이에 대한 부분까지 급여를 줘야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일본에서는 대체 아이돌들이 어떻게 연습을 하지?
회사에서는 안무를 짜주는 안무가에게 외주를 맡기고나서 카메라로 녹화를 하고 최종본 DVD 를 납품 받는다.
그리고 각 멤버들에게 DVD 를 복사하여 나눠준다.
그리고 각 멤버들은 집에 가서 연습을 하던지 혹은 자발적으로 다른 공간에 모여서 하든지 알아서 연습을 한다.
여기서 급여를 줘야하는 의무를 피해나가는 중요한 포인트는 "멤버들의 자발성" 이 있어야 한다.
본인의 자유의지로 자발적으로 할 경우에는 사측에서 시급을 줘야할 의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당연히 하나의 목적성을 위해서 모인 경쟁관계인데다가,
한국의 연습생 시스템처럼 24시간 365일 매일 부딪히며
연습공간에서 서로를 이해할 시간이 없으니 더욱 더 친해질리도 없고
케이팝 아이돌처럼 군무를 칼같이 맞추는 것은 꿈도 못꿀 일이고,
노래실력은 당연히 뒷전이 되는 현재의 일본 아이돌들과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예전부터 밴드문화가 발전되고, 밴드들의 실력이 뛰어나면서
메이킹된 밴드가 많고, 회사의 A&R 팀에서는 메이킹된 밴드만 골라서
계약만 진행해도 되는 이유가 밴드의 특성상, 서로 동일한 목적을 위해 모인 '자발적인' 모임이기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급여지급의 법적인 의무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고,
일본은 연습실 렌탈비도 비싸고, 공연장 렌탈비도 비싸고
폐를 끼치기 싫어하는 일본인들 습성도 한몫하여
만약에 나 한명이 못해서 다른 멤버들에게 민폐를 끼치면 바로 탈퇴해야되는 눈치밥을 먹기때문에
진짜 죽기 살기로 연습을 하게된다.
무엇보다도 기타나 베이스의 연습은 춤 연습보다도 1K 의 방안에서 하기가 수월하기도 하다.
보컬들 노래실력이 안좋은 것은 일본 거주지역의 한계로 생각하자
여기까지는 일본의 근로법과 아동근로기준법때문에
한국과 같은 트레이닝 시스템이 불가능한 현실적인 이유였고,
이제는 음악 이야기로 넘어가서,
데모곡이 바로 발매해도 될 정도의 퀄러티라는 것을 조건으로 할때에,
일본에서는 작.편곡가에 대한 대우가 야쿠자 계열의 회사말고 "계.약.만 제대로 한다면" 괜찮은 편이지만,
한국에서는 시장은 좁아터지는데 취업은 안되는 실용음악과 출신자들의 폭발로
수준높은 데모곡이 그 어느 시대보다 넘쳐흐르는 시대가 되어버린데다가,
음반도 안팔리고, 음원수익은 스트리밍 건당 1.6 원, 다운로드 건당 160 원 시대에서
원가보존이라도 하면 다행인 시대에
결제일 차일피일 미루다보면 그냥 자기가 지쳐서 떨어져나가겠지라는 마인드의 싸가지없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권에서 활동중인 해외 작곡가들의 곡까지 유입되는 상황.
이상,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보자면,
세상 어떤 일이든지 어떤 결과에 대한 일련의 과정을 복기하다보면,
그 과정이 결코 유쾌하지 않은 이유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 같다.
단순히 케이팝 아이돌 / 제이팝 아이돌의 대결 양상구도로 바라보기에 세상이 간단하지도 않고 . . .
아무튼, 정치권의 무관심과 개개인의 희생을 바탕으로 문화를 발전시킨 한국.
장기 경제불황과 개인의 행복을 중요시하는 법규가 합쳐지면서 문화의 갈라파고스화가 되어버린 일본.
무엇이 옳다 그르다라고 동시대를 살고있는 내가 판단을 내릴 수는 없겠지만,
역시 세상은 하나의 결과가 나오기까지 수많은 과정이 수반되는 것이구나라는 것을 느끼게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