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문제가 있어서 일탈

in #kr-diary2 years ago

 수면을 돕는 방법 중 정적인 이미지로 머리를 가득 채우는 방법이 있다. 그 중 가장 먼저 나온 예시는 허수에 떠 있는 카누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는 이미지인데, 나는 물살과 흘러가는 구름을 정확하게 묘사하려고 노력하는 것에 너무 집중해서 효과적이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에 또 며칠 잠을 설쳐서 검은 해먹에 폭 잠겨서 어둠 외에 아무 것도 없는 이미지를 차용했는데, 그건 아주 효과가 좋았다. 점점 능숙해지며 잠에 드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분명 그렇게 잘 자고 있는데 내 일상에는 문제가 있다. 계속해서 졸린다. 긴장감이 심한 꿈을 꾸고, 일어나도 계속해서 피곤할 때가 많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짐작이 가는 부분은 있다. 우선 집이 너무 건조하고, 그래서 호흡기의 점막이 바싹 말라버리니 알러지 증상도 잦다.
 집이 너무 건조하다는 건 아주 이상한 일이다. 비가 이렇게나 내리는데 집이 건조할 수 있나? 심지어 나는 대체로 비가 오는 날에 창문도 열어놓고 자는데 말이다. 그렇지만 분명히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수건을 건조대에 널어놓았는데 보송하게 마른 수준이 아니라 바삭한 수준이 되어버렸다. 널린 게 아니라 마치 조립된 듯 건조대의 모양 대로 굳어있는 수건을 개는 감각은 되게 이상했다. 빨래를 널고 제습기를 켜놓았을 때도 이렇게는 되지 않았는 거 같은데 참 알 수 없다.
 마땅히 해소할 방법은 모르겠고 원인도 모르겠으니 환기를 더 열심히 하고 물걸레로 집을 열심히 닦았지만 증상은 가라앉지 않았다. 아무리 자도 피곤하고 기운 없는 상태가 하루종일 지속되었다.

 분명 마음의 문제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피곤해서 하루종일 기운이 없다고 마음이 무기력하지도 않았고, 도저히 뭘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해서 초조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는 수면장애의 심리적 요인에는 아무 것도 해당되지 않는 상태라 생각한다.
 그러니 아무 것도 모르겠지만, 일상이 잘 흘러가지 않으니 오늘은 일탈을 했다. 어제는 가볍게 산책을 다녀왔지만 별 차이는 없었고, 오늘은 아예 랩탑을 갖고 카페를 갔다.
 뭐라도 쓰겠다는 생각으로 백지를 쳐다보며 이것저것 끄적거렸지만 좀처럼 마음에 드는 건 없었다. 그렇지만 뭐라도 쓰려고 끄적거리며 생각하다보니 졸음이 달아났다. 어쩌면 이번에도 또 인과는 반대인가. 졸려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아무 것도 하지 않아서 졸렸나. 분명 뭘 하려고 할 때도 계속 졸렸던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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