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쪽] #3 동메달이 은메달보다 행복한 이유
동메달이 은메달보다 행복한 이유

미국 코넬 대학교 심리학과 연구팀은 1992년 하계 올림픽 중계권을 가졌던 NBC의 올림픽 중계 자료를 면밀히 분석했는데, 메달리스트들이 게임 종료 순간에 어떤 표정을 짓는지 감정을 분석하는 연구였다.
연구팀은 실험 관찰자들에게 분석이 가능했던 23명의 은메달리스트와 18명의 동메달리스트의 얼굴 표정을 보고 결정적인 순간에 이들의 감정이 '비통'에 가까운지 '환희'에 가까운지 10점 만점으로 평정하게 했다.
뿐만 아니라 게임이 끝나고 개최되는 시상식에서 선수들이 보이는 감정을 동일한 방법으로 평정하게 했다.
시상식에서의 감정을 평정하기 위해 은메달리스트 20명과 동메달리스트 15명의 시상식 장면을 분석하게 했다.
분석 결과, 게임이 종료되고 메달 색깔이 결정되는 순간 동메달리스트의 행복 점수는 10점 만점에 7.1로 나타났다.
비통보다는 환희에 더 가까운 점수였다.
그러나 은메달리스트의 행복 점수는 고작 4.8로 평정되었다.
환희와는 거리가 먼 감정 표현이었다.
객관적인 성취의 크기로 보자면 은메달리스트가 동메달리스트보다 더 큰 성취를 이룬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은메달리스트와 동메달리스트가 주관적으로 경험한 성취의 크기는 이와는 반대로 나왔다.
시상식에서도 이들의 감정 표현은 역전되지 않았다.
동메달리스트의 행복 점수는 5.7이었지만 은메달리스트는 4.3에 그쳤다.
이 연구팀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은메달리스트와 동메달리스트의 인터뷰 내용도 분석했다.
해당 선수들이 인터뷰를 하는 동안 "거의 ~할 뻔했는데."라는 아쉬움을 많이 드러냈는지 아니면 "적어도 이것만큼은 이루었다."는 만족감을 나타냈는지를 평정했다.
분석 결과를 보면 동메달리스트의 인터뷰에서는 만좀감이 더 많이 표출되었고, 은메달리스트의 경우 아쉽다는 표현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왜 은메달리스트가 3위인 동메달리스트보다 더 만족스럽게 느끼지 못한 것인가?
선수들이 자신이 거둔 객관적인 성취를 가상의 성취와 비교함으로써 객관적인 성취를 주관적으로 재해석했기 때문이다.
은메달리스트들에게 그 가상의 성취는 당연히 금메달이었다.
"2세트에 서브 실수만 하지 않았더라면 금메달을 딸 수 있었을텐데."
최고 도달점인 금메달과 비교한 은메달의 주관적 크기는 선수 입장에서는 실망스러운 것이다.
반면 동메달리스트들이 비교한 가상의 성취는 '노메달'이었다.
까딱 잘못했으면 4위에 그칠 뻔했기 때문에 동메달의 주관적 가치는 은메달의 행복 점수를 뛰어넘을 수밖에 없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더 낮은 성취를 거둔 동메달리스트가 더 높은 성취를 거둔 은메달리스트보다 더 행복해했다는 얘기다.
이는 C+를 피하고 간신히 B-를 받은 학생이, 아깝게 A-를 놓치고 B+를 받은 학생보다 더 만족스러워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물리적으로 동일한 시각 자극들이 주변의 자극에 의해 다르게 해석되듯, 성취의 크기도 다른 성취(단지 상상 속의 성취였다 할지라도)와의 비교를 통해 달리 해석된다.
-최인철 <프레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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