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2-5 묘한 기시감, 국공내전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의 중재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안을 들고 위트코프 특사가 푸틴을 찾아갔으나 협상에 실패했다. 트럼프의 전쟁 중재안은 성공하기가 어려웠다. 먼저 우크라이나와 영국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당연히 러시아를 협상에 끌어들일 수는 없었다. 러시아는 미국이 이렇게도 못하고 저렇게도 못하는 상황을 즐기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안은 과거 중국의 국공내전 당시 국민당과 공산당의 충돌을 중재하려던 트루먼 대통령의 노력과 여러모로 유사하다. 트루먼 대통령으로 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마셜 장군은 1946년 1월부터 장제스와 마오쩌뚱을 정치협상회의에 끌어 들여 상당한 합의에 도달했다. 장제스는 그해 10월 합의를 위반하고 파기했다. 미국은 장제스를 통제하는데 실패했던 것이다. 합의파기이후 마셜은 11월 중국을 떠났고 국공내전은 본격적으로 전개되었고 공산당이 승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45년부터 49년말까지 총 28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 원조를 제공했다.
어째 트럼프의 국공내전 중재노력과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시도가 뭔가 유사한 측면이 있는 듯하다. 다른 것이 있다면 트럼프의 중재안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쪽으로부터 동의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트루먼은 마셜에게 전권을 위임했으나, 트럼프의 특사로 간 위트코프는 단순하게 미국이 만든 28개항을 전달하는 권한밖에 없었던 것이다.
마셜이 실패했던 것은 장제스가 합의안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중재안은 아예 처음부터 우크라이나와 영국의 동의도 얻지 못했다는 점에서 마셜의 정치협상회의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미국이 중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대리전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대리전에서 협상의 당사자는 미국과 러시아다. 중국의 국공내전과 다른 차이다. 트럼프는 마치 미국이 이 전쟁과 별로 상관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전쟁의 직접 당사자인 미국이 마치 아닌것처럼 뒤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러시아와 협상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는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유럽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푸틴은 유럽과 전쟁을 할수도 있다고 협박했다. 독일을 위시한 유럽 국가들이 징병제를 도입하고 국방비를 증액하는 움직임에 대한 경고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러시아는 그동안 유럽으로 수출하던 천연가스의 수입선을 완전하게 대체했다. 유럽은 대만문제에 개입하려다가 중국으로부터 사실상 협박을 당하고 있다. 유럽은 진퇴양난이다. 프랑스는 조만간 IMF 구제금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도 있다. 독일은 3년간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은 국제정치무대에서 영향력을 상당부분 상실했다. 이제 더 이상 유럽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마치 미국은 전쟁의 당사가자 아닌 것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쟁이 계속되면 미국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크라이나에 각종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전쟁자금 상당수를 유럽이 지불하고 있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유럽의 경제가 붕괴하면 미국도 무사하기어렵다. 미국은 자신을 지키는 외곽의 성채를 무너뜨리고 있다.
미국이 직접 당사가가 되어 미국과 휴전협상을 하지 않으면 이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와 영국 그리고 유럽이 모두 미국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러시아는 이런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미국이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이 우스울 것이고, 바로 이런 상황을 기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차피 미국이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 서서히 군사작전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면 될일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대외정책에 있어서 고질적인 실책을 계속 저질러왔다. 결정적으로 패배해서 무너지지 않으면 절대로 물러서지 않는 것이다. 트루먼의 미국은 마셜의 중재실패가 장제스의 합의위반이라는 것을 잘알고 있었으면서도 계속해서 국민당을 지원했다. 그리고 중국에 대한 영향력을 완전하게 상실했다. 당시의 중국공산당은 소련과도 별로 우호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이 중립적인 태도만 지켰어도 모택동의 중국과 적대적인 관계가 되지 않을 수 있었다.
똑같이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만 일으키지 않았어도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중국의 도전에 대응할 수 있었다. 역사는 반복하지만, 실책도 반복한다.
현재 미국이 당하고 있는 중국의 도전, 그리고 그로인한 경제적 정치적 패권의 상실은 모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기인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게 끌면 끌수록 서유럽은 더욱 더 약화되고 붕괴할 것이고, 미국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영향력을 상실할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지금과 같은 상황을 즐기고 있을 것이다. 경쟁 상대가 스스로 자기눈을 찌르고 있는데 이보다 얼마나 더 좋을 수가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