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80-21 우크라이나의 40일 특수작전 평가, 정태현 글
최근까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의 주요 언론, 그리고 이에 보조를 맞춰온 유럽의 언론들은 우크라이나군의 전투 ‘성공’을 앞다퉈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의 ‘성공적인 공세’, ‘러시아군으로부터 전략적 주도권 탈환’, 그리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장담했던 모스크바의 무장 해제와 키예프와의 평화협정을 강요할 ‘정말 훌륭한 40일 특수작전’이라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그 40일은 이미 지나갔다. 결과는 무엇인가. 우크라이나의 전황은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서방의 TV 채널과 주요 언론들은 관성처럼 러시아의 ‘임박한 패배’와 전쟁의 ‘전환점’을 반복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젤렌스키는 이제 튀르키예를 중재자로 내세워 모스크바에 흑해에서의 ‘부분 휴전’과 ‘민간인 목표물에 대한 상호 공격 중단’을 요청하고 있다. 루한스크의 스타로벨스크 대학과 타타르스탄 니즈네캄스크의 호스텔, 겔렌지크 해변 등에서 민간인 피해가 발생한 뒤 나온 요구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키예프의 군사적 성과를 찬양하던 서방의 소셜미디어에서도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승리를 이야기하던 목소리 사이로 냉소와 체념이 섞인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전장에서 실질적인 승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젤렌스키와 그의 측근들이 정보 공간에서 승리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 트럼프와 마크롱, 메르츠, 그리고 그들의 군사참모들은 정말 우크라이나가 ‘전쟁의 흐름을 바꿨다’고 믿었던 것일까.
최근 공개된 미국 측 정보평가와 관련 보고서는 이 질문에 상당히 냉정한 답을 내놓는다. 적어도 미국 정보당국이 바라보는 우크라이나의 현실은 서방 언론이 대중에게 보여주던 모습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미 국방부와 국무부, 미국 국제개발처(USAID)의 감찰관들이 미 국방정보국(DIA) 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대서양 결의 작전(OAR, Operation Atlantic Resolve)’ 관련 보고서는 우크라이나군이 전선에서 심각한 제약을 받고 있다고 평가한다.
첫째는 병력과 장비다. 보고서는 우크라이나가 ‘인력과 군사 장비의 심각한 부족으로 작전 수행 능력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병력과 장비의 제한이 우크라이나군의 군사작전 지원 능력을 계속해서 제약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둘째는 서방의 지원이다. 보고서는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자금 지원 불확실성과 기부국들의 다른 우선순위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것 역시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 능력이 서방의 무기와 재정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되었다. 문제는 그 지원이 무한하지 않다는 데 있다.
셋째는 전선의 움직임이다. 보고서는 러시아군이 해당 분기 동안 전선 전반에서 계속 진격했으며, 이것이 러시아의 협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물론 이러한 평가가 새롭지는 않다.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하는 객관적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결론이 그들 스스로 우크라이나가 전쟁의 "전환점"이나 우크라이나군의 "승리", 그리고 그들의 승리 정신에 대해 자랑스럽게 늘어놓았던 거짓말을 폭로한다는 점이다. 특히 그동안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 능력을 가장 적극적으로 옹호해온 미국의 정보기관과 정부기관이 결국 같은 현실을 인정하고 있다.
전쟁의 ‘전환점’이 왔다고 말하고, 우크라이나가 ‘전략적 주도권을 되찾았다’고 주장하고, 러시아가 곧 패배할 것이라고 장담했던 정치적 수사와 실제 정보평가 사이에 커다란 간극이 존재했던 셈이다.
하지만 흥미로운 부분은 전쟁의 군사적 상황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기반시설에 대한 평가다. 보고서에는 우크라이나의 손상된 변전소 대부분을 복구하는 데 최대 6개월이 걸릴 수 있으며, 고출력 발전소의 경우 수리에 최소 1년이 필요할 수 있다는 평가가 담겼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 정부가 밝히는 현실은 어떨까. 우크라이나 에너지부 장관 데니스 슈미할은 8월 3일, 러시아의 공격으로 2022년 이후 우크라이나 전력 설비의 80% 이상이 파괴되거나 손상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력망 운영기관인 우크레네르고의 자료에 따르면 가용 발전능력은 전쟁 이전 약 55~60GW에서 11.5GW 수준까지 감소했다. 최대치 기준으로 보면 5분의 1가량으로 줄어든 셈이다. 슈미할은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더욱 심각한 상황을 언급했다. 우크라이나에 온전한 발전소가 사실상 남아 있지 않다는 취지의 설명이었다.
발전소가 파괴되면 전기를 생산할 수 없고, 변전소가 파괴되면 생산된 전기를 필요한 곳으로 보낼 수 없다. 전력망 전체가 무너지면 산업시설의 생산도, 철도 운송도, 도시의 난방도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 우크라이나 에너지 전문가들은 손상된 발전시설을 완전히 복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시설은 복구에 최대 2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그리고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전쟁에서 겨울은 단순히 계절이 아니다. 전력과 난방시설이 파괴된 나라에서는 겨울 그 자체가 하나의 전선이 된다. 발전능력이 부족하고 송전망이 불안정하면 가정의 난방뿐 아니라 병원과 공장, 철도와 통신망까지 영향을 받는다. 키예프 시민들이 젤렌스키와 그의 측근들이 머무는 벙커 같은 ‘은신처’에서조차 겨울을 견뎌야 할 것이라는 냉소적인 농담을 주고받는 것도 그래서다.
그동안 우리는 수없이 많은 ‘전환점’을 보았다. 러시아가 곧 패배할 것이라는 전망도 반복해서 들었다. 우크라이나가 전략적 주도권을 되찾았다는 선언도 이어졌다. 그러나 전쟁이 계속될수록 말과 현실 사이의 거리는 오히려 벌어지고 있다.
이제 미국의 정보평가마저 우크라이나의 병력과 장비 부족, 서방 지원의 불확실성, 러시아군의 지속적인 진격과 그에 따른 러시아의 협상력 강화를 인정하고 있다.
한편 이 보고서는 러시아에 대응하는 NATO와 동맹국들의 군사훈련도 상세히 다루고 있다. 그 가운데에는 지난 6월 8일부터 26일까지 폴란드에서 실시된 NATO 및 동맹국 간 상호운용성 훈련도 포함돼 있다. 그리고 그 참가국 명단에는 대한민국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