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4 days ago

억새꽃이 풀이 죽었다
끝까지 억세게 살 거라던 억새꽃이
흔들리던 허리가 꺾인다

여름이 짙어갈 무렵
흔들리는 물그림자를 내려다보며
날이 선 잎을 고추세웠다
그 잎들사이에 꽃대 하나 올리면서
세상은 그 서슬 아래 떨었다

꽃씨를 다 날려보낸 빈 손으로도
떠도는 구름을 가리키던 손가락

허리가 꺾인다음부터였다
못처럼 고개가 물속에 박히면
얼음장 밑에서 머리를 맞대고
뿌리가 간직해온
영생의 일지를 살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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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는 아무 것도 숨기지 않는다/ 이규리

몸이 가느다란 것은 어디에 마음을 숨기나
실핏줄 같은 이파리로
아무리 작게 웃어도 다 들키고 만다
오장육부가 꽃이라,
기척만 내도 온 체중이 흔들리는
저 가문의 내력은 허약하지만
잘 보라
흔들리면서 흔들리면서도
똑같은 동작은 한 번도 되풀이 않는다
코스모스의 중심은 흔들림이다
흔들리지 않았다면 결코 몰랐을 중심,
중심이 없었으면 그 역시 몰랐을 흔들림,
아무 것도 숨길 수 없는 마른 체형이
저보다 더 무거운 걸 숨기고 있다

제3회 zzan문학상공모 (zzan Prize for Literature) 연기

(https://steemit.com/steemzzang/@zzan.admin/6nsjyh-3-zzan-zzan-prize-for-liter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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