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루나

in #stimcity2 years ago (edited)

1 오버워치 리그가 시작했다! 벌써 2주 차가 끝나간다. 리그 운영, 송출 여전히 열받는 부분도 많지만 오버워치2가 되고는 경기 템포도 빨라지고 게임 극 초반이라(아직 베타 버전이라 해보지도 못함) 계속 새로운 조합이 나와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보통 서부 리그는 미국 시간 기준이라 새벽 4시에 첫 경기가 시작해 5시 30분, 7시에 차례로 경기가 진행된다. 나는 주로 아침 루틴을 마치고 7시에 하는 마지막 경기를 본다.

2 (솔직히 말하자면) 루나 때문에 반은 정신이 나가 있다. 조급하게 굴다 돈을 꽤 잃었다. 그래서 자주 멍하고 괴롭고 악몽도 평소보다 더 자주 꾼다. 애써 뭔갈 하려 하지 않고 좋게 생각하는 데에 최대한 집중하고 있다.

새벽에 못 본 경기는 자기 전이나 점심에 틈틈이 본다. 경기에 집중하다 보면 벌떡 일어서기도 하고 박수를 치거나 알 수 없는 감탄사를 내뱉기도 하는데, 그렇게까지 집중하는 내 모습을 보면 바깥의 일들이 모두 별일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이 시기에 오버워치 리그가 열린다는 사실이 정말 위로가 된다.


3 달리기 시작한 후로 오른쪽 골반이 자주 아팠는데, 참았더니 만성으로 변했다. 아직은 무시할 수 있는 정도의 통증이지만 나중에 고생할 것 같아 하체 운동을 모두 멈췄다. 운동을 줄였더니 밤에 잠이 안 와 틀어진 골반을 교정할 겸 활동량을 늘릴 겸 느리게 걷기를 어제부터 시작했다. 사람으로 가득 찬 주말 경복궁 둘레길을 혼자 운동복 차림으로 걸었다. 기묘한 경험이었다.

4 멘탈은 나갔지만, 덕분에 주위 사람들의 사랑과 소중함을 더 크게 느꼈다. 아빠는 내 상황을 아는 것도 아닌데 대뜸 용돈을 보내주었고(처음 있는 일), 내 상황을 잘 아는 동생도 용돈을 주었다. 거기에 친구가 보내준 아메리카노 기프티콘으로 쓰린 속을 며칠 달래는 중이다. 친구에게 커피 고맙다고 말하다 갑자기 울컥해 코인 망해서 돈 잃었다고 ㅋㅋ 털어놓기도 했다. 엉엉

5 한편으론 따지고 보면 그게 정말 내 돈이었던가 싶다. 아직 성찰과 회복 중이니 거기에 대해 길게 쓰고 싶진 않다.


6 작업하지 않는 생활이 나를 괴롭게 한다. 왜 창작하지 않니? 왜 느끼기만 하고 뭔가를 만들어내지 않는 거야! 답답해 죽을 것 같다.

7 내가 내린 결론은, 아직도 체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건강해졌다고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예전에 비해서다. 예전의 나는 다른 사람의 1/2, 1/4 정도의 체력으로 살아왔으니 이제 겨우 보통을 향해가고 있을 뿐임을 깨닫는다. 매일 10km씩 달렸던 하루키를 생각한다. 나는 기껏해야 격일로 2km를 달릴 뿐이고, 그마저도 지금은 멈춰있다.

8 달리지 못하는 요즘, 매일 아령을 들고, 매일 침대에 걸터앉아 시티드 니업을 한다.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나는 하루키를 닮고 싶고 그가 되고 싶으니 매일 10km를 달리는 수밖에 없다. 아직은 택도 없다. 더 열심히 체력을 기를 수밖에.


9 예전 집 근처에 정말 맛있는 카페가 있었다. 매일 아침 그 진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것이 낙이었는데, 그 커피를 마실 때마다 담배 생각을 했다. 루나 사태가 터진 후로 매일 아침 강렬한 흡연 욕구가 인다. 제대로 펴보지도 않았으면서 담배 연기를 폐 속 깊게 빨아들이고 싶다. 그냥 참는다. 분노를 자기 파괴적으로는 쓰고 싶지 않다. 줄였던 아메리카노를 다시 마시기 시작한다. 아메리카노로는 달래지지 않아 에스프레소를 마실까 고민한다. 내가 용인할 수 있는 범주는 커피뿐... 오늘도 샷을 추가해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10 다시 말하지만, 이런 때엔 나를 아껴주는 이들이 있다는 것에 끝없이 감사하게 된다. 그동안 받기만 하고 고마운 줄도 몰랐던 사람들의 사랑의 세세한 부분을 살펴 가며 고마움을 느낀다. 조급함에 돈을 잃고 다시 또 조급해지려고 한다. 일을 시작할까 생각하다 아직은 안 된다고 나를 타이른다. 어떻게든 되겠지. 금요일엔 그토록 기다리던, 상하이 봉쇄로 개막이 2주 미뤄진 동부 리그가 시작된다. 고대하던 첫 경기는 필라델피아 퓨전과 상하이 드래곤즈! 가장 좋아하는 팀과 두 번째로 좋아하는, 리그에서 가장 강한 팀의 대결이다. 나를 확실하게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 아직 많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Sort:  

작업하지 않는 생활이 나를 괴롭게 한다..

비슷하시군요.. 저도 딴짓거리하고 있는 중이라.. 빨리 끝내야 하는 숙제를 못하고 있어요. 이번 달에는 꼭 끝내고 싶었는데, 어느덧 5월도 중순이군요.

난 농담으로..헬스를 하면 모두 낫는다고 한 게 아니야.

지금 봤네. 직접 보니 좀 나아진 것 같아?

그리고 농담인 줄 알았어 ㅋㅋ

Coin Marketplace

STEEM 0.26
TRX 0.11
JST 0.033
BTC 64498.18
ETH 3079.08
USDT 1.00
SBD 3.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