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달은 보름달인가 열나흘 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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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달은 보름달인가 열나흘 달인가/cjsdns

어두운 골목을 지나니 가로등이 반긴다.
밤새 기다렸다는 듯이 반긴다.
때를 맞춰서 닭이 길게 반갑다고 인사를 한다.
마치 첫 닭이요, 하는 듯한 요란함으로 길게 다시 한번 울어 젖힌다.

가로등 불이 환하니 보도블록 위에 뿌려놓은 제설제가 밟히면서 내는 소리가 나도 꽃이요, 라며 이야기하는 거 같다.
그래 그런지 문득 그래 꽃이지 어쩌면 보름달 아래서 장돌뱅이 그가 본 메밀꽃이 이랬지 봉평에 메밀꽃이나 한겨울 청평 공원 보도블록에 뿌려놓은 염화칼슘이나 소금이 뿌려진 듯 보이는 메밀꽃이나 마찬가지란 생각이 들었다.

첫 닭이 울어 젖히니 잠시 후에 춘천행 첫차가 들고 난다.
그리고 다시 닭이 한번 울고 나니 서울행 첫차도 빰빠라 환영을 받으며 들어와 잠시 멈추더니 갈길 향해 갔다.
나는 그사이에도 시계탑을 연신 돌며 양손의 엄지로 생각을 남겨간다.

어제 초 저녁에 본 크고 환한 달이 보름달인지 알았다.
마치 소원이라도 빌라는 듯 정월 대보름달처럼 크고 환했다.
그래서 오늘이 며칠이지 하는 생각에 확인하니 동짓달 열 나흘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새벽에 서쪽하늘에서 달이 아직 서성거리고 있다
밤새 밝히며 누군가를 기다렸는데 만나야 할 사람을 못 만났는지 쓸쓸해 보이는 게 누군가를 잔뜩 기다린 모양새다

혹시, 나를 기다렸나 하는 생각을 하며 다시 달을 보니 환희 웃는다.
그랬구나 그랬어, 나를 기다렸구나 하는 생각에 달을 한없이 바라본다.

그녀의 그때 동짓달 보름이면 엄청 추웠을 것이다.
가뜩이나 눈이 많이 오는 동네이고 춥기로 소문난 곳인데 전기불이 있던 시대도 아니었다.
지금처럼 난방이 잘되는 세월도 아니었다.
거기에 먹을 거 입을 거가 지금처럼 풍족한 시대는 더욱 아니었다.

어쩌면 엄동설한 섣달이 산달이라는데 그것도 첫 아이였으니 두려움도 컸을지 모른다.
그런 여인이 배부른 몸으로 동짓달을 지내는 건 너무나 힘들었을 것이다.
그해 겨울은 유독 추웠다는 이야기는 수없이 들어왔기에 잘 알고 있다.
그 당시 모습을 봤던 것으로 착각을 할 정도로 눈앞에 추위가 어른거리고 있다.

생각만 해도 눈가에 이슬이 맺히게 하는 여인 그 여인이 그립다.
동짓달 열나흘 달인 지 보름달인지 모를 저 달을 보고 있으니 너무 그립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더니 내 어머니가 늘 그립다.
알마나 힘드셨을까 생각하니 더욱 그렇다.

2022/12/08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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