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의 자정 일기

안개비는 비로 바뀌어 밤새 땅에 내렸다. 분명 이상한 날씨다. 예전 같으면 인디언 썸머로 더워야 할 시즌인데 덥기는커녕 춥기만 하다.
나무에 꽃봉오리는 보이는데 전혀 꽃이 피지를 못했으니 벌들이 꿀을 모으기 힘들었을까? 벌새도 매일 날아왔었는데 올해는 벌새도 본 기억이 없다. 매일 아침이면 새소리에 잠이 깨었었는데 올해는 새소리를 듣고 일어난 기억이 없다. 새소리가 아닌 이명 소리로 일어나게 되는 아침. ( 누웠을 때는 몸의 움직임에 따라 이명이 크게 들리기도 하고 작게 들리기도 하기에) 어떻든 올해는 참으로 희한한 날씨다. 이런 변화가 매 년 다르게 일어날 것을 생각하면 앞으로는 어떻게 변할지 상상을 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밤새 내린 비 덕분인지 오늘은 청명했다.

어제보다 더 기가 쭉쭉 빠져나간 하루. 오늘도 역시 진이 빠져 움직이기도 버거운 몸을 끌고 저녁 산책으로 바꿨으나 너무 진이 빠진 상태였기에 조금만 걷고 그냥 앉아 멍 때리다가 돌아왔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도 싫은 그런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