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불명... 국적불명의 아파트 이름들 ;;;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좋은이웃 @chipochipo 입니다.

저 어릴쩍만해도 대단지 아파트 하면 주공아파트, 현대아파트
2개 정도만 떠올랐는데 지금은 아주 영어와 섞어 명칭이 다양해졌죠.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아파트 이름은 단순히 편안한 주거공간을 넘어
'명품주거공간' 이라는 값어치를 부각시키려는것 같습니다.

예를들어 래미안은 來美安 이라는 한자를 함께 표기하지 않으면
그 뜻을 짐작하기가 어렵습니다.
작명을 의뢰받은 홍보전문가들은 작가 헤르만 헤세가 쓴 데미안을
연상토록 함으로써 아파트의 명품이미지를 노렸을 것입니다.

대기업 건설사가 짓는 아파트이름은 거의 비슷비슷합니다.
그래봐야 스물몇평짜리, 서른몇평짜리 아파트에 붙은 롯데캐슬의
캐슬은 좀 억지스러원 과장느낌이 나네요.

자이는 엑스트라 인텔리전트 (extra intelligent )
즉 특별한 지성을 담았다는 뜻 같은데 도서관이나 학문적 공간도 아니고
일반주거공간에 왜 저런 명칭을 붙이는지 다소 이해하기가 힘드네요.

심지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아파트명이 운정신도시의
가람마을 동양엔파크월드메르디앙 이라고 합니다.
맨 앞 순우리말 지명인 가람마을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국내거주 외국인들조차 한국의 억지스러운
외래어결합의 아파트 이름을 보고 웃는다고 하네요.

매일신문에서 분양 전문가들 의견을 참고하여 얻은 결과에 따르면
아파트 브랜드가 좋을수록 가격이 잘 떨어지지 않고 많게는 10%선까지
시세에 반영될수 있다고 합니다.
동일한 입지라도 브랜드에 따라 아파트 가격이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1억가까이까지 차이가 날수 있는 만큼 아파트에서도
우리나라의 명품브랜드 선호현상이 나타나는 셈입니다.
(당장 저희집 아파트명도 에코메트로 입니다.)

더 씁쓸한 것은 아파트 이름을 두고 인근 주민들끼리 다투는 일이죠.
특히나 대기업 건설사들은 자신들이 과거 시공한 아파트 주민들에게
아파트명을 바꿔달라는 집단민원을 받는일이 허다하다고 합니다.

예를들어 래미안의 옛 이름인 삼성아파트 주민들이 자신들 아파트조차
래미안으로 바꺼달라고 요구하는거죠.
같은 이유로 롯데아파트 주민들은 롯데캐슬로 , 럭키나 LG아파트는 자이,
선경아파트는 SK뷰 , 현대아파트는 아이파크로 개명을 원하죠.

더 웃긴건 그 민원이 실현될라고 하면 원조 명품아파트들 입주민들이
들고 일어나 반대를 하는것이죠.
좀 오래되고 약간 집값이 떨어지는 동네아파트가 자신들 아파트와
같은 이름으로 바뀌는 순간 차별성 (우월성) 이 떨어져
덩달아 집값이 떨어질꺼라는 이유입니다.

아파트마저 과도하게 명품으로 여기고 마치 신분이나
계급상징으로까지 여기는건 나와 이웃의 공동체 문화를
파괴하는 천박한 인식에서 비롯되는것이 아닐까요 ?

이제는 초등학생들조차 아파트 평수를 이야기하는것도 모질라
이름까지 비교질한다고 하니 참 씁쓸한 현실입니다.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인 제 큰 조카조차 ;;;
"삼촌 ^^우리아파트 (에코메트로) 가 짱이지 ?"
...하면서 인근의 휴먼시아 , 힐스테이트 , 꿈에그린, 지엘아파트는
은근 내려다보는 말을 이어나갔죠.
도대체 앞으로 어떻게 가르쳐야할지 난감하네요. ;;;

과도한 영어사용을 완전히 배제할수는 없겠지만 앞으로는
전주나 송도 한옥마을의 집이나 문화재 이름을 본따서
단지이름을 정하는게 우리의 주거문화를 아름답게 가꾸는일이 아닐까요?
이제 더이상 아파트 명칭끼리의 비교는 더이상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영어이름이 난무한 아파트로고의 홍수속에서 이런생각을 한번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