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angyou (77)in #steemzzang • 9 hours ago가을의 맛---한 상 유--- 떠난 것도 보낸 것도 아닌, 다만 속에서 삭힌 눈물이 누룩이고 눈물이 술밑이고 달포에 거르지 못해 오히려 맑고 쓸쓸한 잔은 별빛, 잔울음 스민 깊고 짙은 밤그늘이 그러하듯 써.hansangyou (77)in #steemzzang • yesterday가을 엽서---안 도 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hansangyou (77)in #steemzzang • 2 days ago가을에 아름다운 것들---정 유 찬--- 가을엔 너른 들판을 가로질러 노을지는 곳으로 어둠이 오기 전까지 천천히 걸어 보리라 아무도 오지 않는 그늘진 구석 벤치에 어둠이 오고 가로등이 켜지면 그리움과 서러움이…hansangyou (77)in #steemzzang • 3 days ago배추---한 상 유--- 속고갱이 한 잎만 남아라 징한 가물 그루터기 가을 하늘 스미거든, 그럴려고 저니도 내도 허리가 휘도록 산달밭 일궈, 맴 조리고hansangyou (77)in #steemzzang • 4 days ago들국화---목 필 균--- 발끝에는 네가 두고 간 기억들이 그림자 밟기를 하고 있어. 너를 보내고 아픔을 먹고 자란 그리움이 찬이슬에 목을 축이며 보라색 꽃잎으로 떠올랐지. 아마, 너는 지금쯤 내 눈물을 보고 있을 거야.hansangyou (77)in #steemzzang • 5 days ago노을---김 재 천--- 오늘 지상에 뿌렸던 날선 것들을 가만가만 불러들이는 해를 봅니다 나도 기울 때 나에게서 떠난 것들을 거둘 수 있을까요? 누구에게인가 아프게 박혀 있을…hansangyou (77)in #steemzzang • 6 days ago저녁 무렵---최 윤 경--- 성난 바다색을 담은 하늘 지상의 경계와 경계 사이 쏜살같이 지나온 시간들을 비웃으며 조금씩 번져가는 먹구름이 가는 걸음 막는다 어두운 도시의 빌딩 숲에 내려앉은 노을 그…hansangyou (77)in #steemzzang • 7 days ago강가에서---이 형 기--- 물을 따라 자꾸 흐를라 치면 네가 사는 바다 밑에 이르리라고 풀잎 따서 작은 그리움 하나 편지하듯 이렇게 띄워 보낸다.hansangyou (77)in #steemzzang • 8 days ago고요를 얻기까지 물살은---최 윤 경--- 마음이 흔들릴 때는 심연 끝 바닥까지 흔들려보라 스스로 멈춰 바로 설 때까지 아득하여 아릿한 현기증 느낄 때까지 맘껏 흔들리고 나면 고요의 중심이 얼마나 평화로운지 얼마나…hansangyou (77)in #steemzzang • 9 days ago감나무---문 인 수--- 올해도 고향집 감을 땄다. 복잡하게 우거진 가지들 중에 매년 내가 골라 딛는 순서가 있다. 지금은 진토가 되었을 아버지의 등뼈, 허리 휜 그 몸 냄새를 군데군데 묻혀둔 바이지만…hansangyou (77)in #steemzzang • 10 days ago가을에는---최 영 미--- 내가 그를 사랑한 것도 아닌데 미칠 듯 그리워질 때가 있다 바람의 손으로 가지런히 풀어놓은, 뭉게구름도 아니다 양떼구름도 새털구름도 아니다 아무 모양도 만들지 못하고 이리저리…hansangyou (77)in #steemzzang • 11 days ago경춘선---정 진 윤--- 드리워진 어둠보다 깊게 침몰하는 시간들 하룻밤을 꼬박 갇혀 지낸 해가 거뭇한 강에 눌러 앉으려는 안개를 몰아내고 있었다 혼자 남아야 하는 사람에게 혼자 떠나는 사람이 차창…hansangyou (77)in #steemzzang • 12 days ago어머니와 어머니---정 태 욱--- 히말라야에서 짐 지고 가는 노새를 보고 작가 박범신이 울었다고 평생 짐을 지고 고달프게 살았던 어머니 생각이 나서 울었다고 어머니를 불러보다 잠든 아내를 보고 나도…hansangyou (77)in #steemzzang • 13 days ago손---백 무 산--- 예전엔 얼굴을 보아 알겠더니 요즘엔 뒤를 보아 알겠네 예전엔 말을 들어 알겠더니 요즘엔 침묵을 보아 알겠네 예전엔 눈을 보아 알겠더니 요즘엔 손을 보아 알겠네hansangyou (77)in #steemzzang • 14 days ago가을의 기도---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hansangyou (77)in #steemzzang • 15 days ago빨간 담쟁이덩굴---정 현 종--- 어느새 담쟁이덩굴이 붉게 물들었다! 살 만하지 않은가, 내 심장은 빨간 담쟁이덩굴과 함께 두근거리니! 석류, 사과 그리고 모든 불꽃들의 빨간 정령들이 몰려와 저렇게 물을…hansangyou (77)in #steemzzang • 16 days ago내가 사랑하는 사람---정 호 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hansangyou (77)in #steemzzang • 17 days ago씨도리 배추---이 문 구--- 나를 모르시겠지요 갈대나 속대나 싸잡아서 배추통만 싹둑 도려내어 겨우 밑동만 남은 씨도리 배추 두었다가 씨앗 받으려고 내버려 둔 배추꼬랑이예요 내가 겨우내…hansangyou (77)in #steemzzang • 18 days ago다시 가을---김 남 조--- 다시 가을입니다 긴 꼬리연이 공중에 연필그림을 그립니다 아름다워서 고맙습니다 우리의 복입니다 가을엔 이별도 눈부십니다 연인들의 절통한 가슴앓이도 지금 세상에선 수려한…hansangyou (77)in #steemzzang • 19 days ago국화 옆에서---서 정 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