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0.12.27 Sun

in #kr-diary4 years ago

얼마 전에 쓴 글에서 밝혔듯이 코로나 핑계로 부모가 산타 할아버지 대역임을 공공연하게 말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원하는 선물을 직접 조사했었죠. 큰 아이는 아이용 카메라, 둘째 아이는 인형집, 그리고 셋째는.. 이게 참 쉽지 않은 거였는데, 게, 다리 10개 달린 게 모양의 로봇을 원한다고 했습니다. 게가 그 게 맞냐고 했더니 이 쪼꼬미가 쭈구려 앉아서 양 손을 머리 높이로 들고 옆으로 움직이면서 이 게라고 그러는데, 이 귀여운 모습을 찍지 못한게 너무 아쉬웠습니다.

게 로봇이 과연 있을까 싶었는데, 아마존을 살펴보니 두세가지 있긴 있더군요. 무조건 주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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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로봇은 사실 어린아이 용은 아니었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의 어린이가 직접 조립하면서 즐길(?)수 있는 제품인데요, 우리집 꼬맹이가 원한 것은 움직이는 게 로봇일 뿐이므로 조립은 아빠의 몫입니다. 그리 어려운 조립은 아닌데요, 다만 몇 개 안되는 톱니바퀴를 직접 꽂도록 해서 그 원리를 생각해보라는 의도가 묻어있는 교육용 장난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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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톱니바퀴가 문제였습니다. 분명 축에 쓰이는 막대기는 2개가 동일한데, 톱니 가운데 구멍 크기가 달라요. 그리고 문제는 저 작은 구멍에는 막대기가 들어가지 않는 다는 거에요. 5분도 안걸릴 것 같았던 소일거리가 갑자기 공작 미션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는데, 이 조그마한 걸 안부서지게 잡고 가운데에 드릴 구멍을 뚫는 건 너무 어려워 보였구요, 마침 제 앞에 향초가 있는 걸 보고 공구함에서 송곳을 가져왔습니다. 송곳을 촛불에 달궈서 플라스틱을 녹이면서 구멍을 넓히는 방법을 채택했습니다. 이게 말은 쉬운데... 한 10여분 걸린 것 같습니다. 마지막에는 결국 망치로 살짝 쳐서 집어넣었는데, 넣고 보니 톱니와 축이 수직, 90도가 아니고 약간 삐뚤어지게 들어간 걸 발견했죠. 어이쿠... 이거 참. 이걸 어쩌나 순간 당황했으나 그냥 힘으로(!) 조립을 했고, 다행히 별 문제없이 작동하더군요.

설마 이런 난관도 헤치고 조립을 완수하라는 교훈이 담긴, 고의의 부품 구성은 아니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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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모습입니다. 얼핏보면 거미 아닌가 싶기도 한데 다행히 옆으로 잘 움직이고, 움직이니 아이도 좋아해서 모두가 해피엔딩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저 AA건전지와 연결된 모터를 보니 중학생시절 한창 유행하던 모형 자동차 조립이 생각났어요. 당시에 문방구점 앞에는 트랙이 설치되어 있어서 다들 자기 차를 들고와서 경주를 시켰던 기억... ㅎㅎ
이렇게 2020년 크리스마스도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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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W 게로봇 ㅎㅎ

어떻게 작동할지 궁금하네요 ㅋㅋㅋㅋ 옆으로 걷는 것이 다일까요? 알아서 AI 로 장애물을 피하고 움직이고 그런 로봇은 아니겠지요? ㅎㅎ

기능이 있습니다!
AI는 아니고, 책상이나 테이블같은 곳에서 모서리에 도달하면 떨어지지 않고 회전해서 안으로 들어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