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읽고 싶어지는 문장들 #5] 내 고통은 자막이 없다 읽히지 않는다
안녕하세요 도러블이에요
책이 읽고 싶어지는 문장들 5번째.
오늘은 시집을 가져와봤어요 ^^
#5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김경주
몇번이나 다시 읽는, 제일 좋아하는 시집이라 밑줄 쳐진 문장들이 많네요. 시는 짧고 시집은 얇지만 시 한장에 머무는 시간은 어떤 장편의 소설보다도 긴 것 같아요 . '나는 이세상에 없는 계절이다'는 초판이 절판되었는데, 당시에 그걸 구하고 싶어서 헌책방을 헤맸던 기억이 나요. 결국은 재판된 시집을 구매했지만요^^ 얼마전 친구가 시집 하나를 추천해달라고 했을 때, 망설이지 않고 "이거!'하며 빌려줬던 시집이기도 합니다.
<1> 바람은 살아있는 화석이다
바람은 살아있는 화석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사라진 뒤에도 스스로 살아남아서 떠돈다 사람들은 자신의 세계 속에서 운다 그러나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바람의 세계 속에서 울다 간다
/바람의 연대기는 누가 다 기록하나
<2>
수년이 흐른 뒤에도 저 풀들은 불보다 더 짙은 바람의 수분을 태우며 마음을 유산해버리곤 했을 것이다 그때 가만히 타버린 몇 장의 바람과 그늘들을 주워 올리며 나는 풀에게 흉터를 남기는 것은 바람이 아니라 제 속의 열이라는 것을 알게 되리라
/백야
<3> 얘야 네가 다 자라면 나는 네 곁에서 길을 잃고 싶구나
얘야 네가 다 자라면 나는 네 곁에서 길을 잃고 싶구나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
<4>
죽기 전 내 심장을 한 번이라도 볼 수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심장을 상상만 하다가 죽는다는 사실을 나는 아네
─ 1842년 11월 횔덜린에게
/정신현상학에 부쳐 횔덜린이 헤겔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5>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만큼 사라져가는 것이에요
아버지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만큼 사라져가는 것이에요 그런 말 하지 마라 내 양(羊)들이 눈물을 흘리잖니 그렇지만 아버지 그건 아버지의 양이에요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만큼 사라져가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봄이면 제 영혼을 조금씩 조금씩 털다가 사라져버리는 나비처럼.
/우주로 날아가는 방2
<6> 그러나 사람에게 유배되면 쉽게 병든다 그리고 참 아프게 죽는다는 것을 안다 나는 여기서 참으로 아프게 죽을 것이다
나는 유배되어 있다 기억으로부터 혹은 먼 미래로부터.
그러나 사람에게 유배되면 쉽게 병든다 그리고 참 아프게 죽는다는 것을 안다 나는 여기서 참으로 아프게 죽을 것이다
<7> 나를 견딜 수 있게 하는 것들이 나를 견딜 수 없게 한다
나를 견딜 수 있게 하는 것들이 나를 견딜 수 없게 한다 그것들을 이해하지 않기 위해 나에게 살고 있는 시간은 무간(無間)이다라고 불러본다
내가 살았던 시간은 아무도 맛본 적 없는 밀주(密週) 였다
나는 그 시간의 이름으로 쉽게 취했다
<8>시차(時差) 때문이다
사진 속으로 들어가 사진 밖의 나를 보면 어지럽다.
시차(時差) 때문이다
<9> 내 고통은 자막이 없다 읽히지 않는다
내 고통은 자막이 없다 읽히지 않는다
/비정성시
마지막 <6>~<9>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인「비정성시」랍니다.
좋아하는 시를 포스팅하다보니 다시 한번 읽고 싶어지네요.
오늘 밤은 이 시들을 읽다가 자야겠어요 :D
오늘도 좋은글 잘읽고갑니다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밤 보내세요
안녕하세요 도러블님
가입한지 별로 안된 뉴비입니다.
시를 대하는 자세가 너무 멋있으세요!
팔로우하고 가겠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책, 시집 추천 많이 해주세요~
앗 칭찬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어요 :) 즐겁게 읽어주셨다니 기뻐요! 저도 팔로우할게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