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안의 일기 #571 - 다시 찾은 교대역 13번 출구

교대역에서 지하철을 바꿔타려는데, 급소변으로 화장실에 들러야 했습니다. 게이트를 지나 가까운 화장실로 가다 보니 13번 출구 방향으로 자연스레 가게 되었죠. 13번 출구는... 2014년 여름 한 때 제가 자주 드나들던 출입구였습니다. 그 때는 제가 첫 직장에서 퇴직한 후 친구가 일하던 소호 사무실에 자주 방문했을 때였죠. 때마침 그 친구도 이직을 준비하고 있었고 말동무도 필요했었습니다. 서로 뜻이 맞아 그 곳에서 자주 만나곤 했었지요. 13번 출구를 보니 그 때 생각이 났습니다. 이왕 온 김에 소호 사무실 앞에 가보기로 했어요. 옛날 생각 잠시 할 겸...

교대역 13번 출구를 나와 남부터미널 방향으로 걸어갔습니다. 왼편에는 서울교대가 있지요. 그 해 여름 어느 날... 친구와 점심 먹고 학교 안으로 산책 가기도 했었어요.

이 골목이 맞는지... 지도를 찾아보니 잘못된 길로 들어왔네요.

돌아서니 편의점이 보이네요. 그 때 저 곳에도 몇번 들렀던 기억이 납니다. 목이 말라서 음료수를 사기도 했었구요. 친구와 점심 먹고 나서 제가 또는 그 친구가 음료수를 사기도 했었지요.

그 때 그 소호 사무실 앞까지 찾아갔으나... 제가 알던 그 곳은 떠나고 없네요. 이제는 당구장이 대신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전 했는지 닫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2020년... 벌써 6년이 다 되었으니 없어져도 이상할 게 전혀 없지요. 다만, 세월이 많이 흘렀음을...

제가 소호 사무실도 찾았지만, 그 앞에 있던 분식집도 찾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분식집도 사라지고 없네요. 그 자리에는 마음약방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마음약방... 멘탈 치료에 도움이 되는 곳일까요?

돌아서서 지하철역으로 다시 가는 길... 고향식당 간판이 눈에 띄었어요. 저 식당에도 몇번 갔었습니다. 그건 뒤늦게 생각이 났어요. 그 때를 추억하며 저녁을 저기서 먹을까... 문 앞까지 갔지만 멈칫 했습니다. 이상하게 들어가고 싶지가 않았어요. 포기하고 전철역으로 향했습니다.

그 때 그 소호사무실은 교대역보다 남부터미널역이 더 가까웠습니다. 친구네 집이 그쪽 방향이어서 저녁에 그리로 같이 걸어가곤 했었지요. 위 사진은 역 앞 우리은행과 쌀국수집 에머이입니다. 이들은 그 때에도 있었는데, 지금도 있네요.

우리은행 간판을 잠시 보고 남부터미널 역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때는 그 친구와 많이 친했지만... 아쉽게도 이제는 만나지 않는 친구입니다. 좋은 인연일 줄 알았는데... 살다보니 인생이 제 뜻과는 다르게 흘러가기도 하더라구요. 흘러간 인연에 미련을 두지 않지만, 가끔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그렇지만 그 곳에 들러 그 시간과 그 친구를 추억하니...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생깁니다. 이 생각이 옳은지는 모르겠지만, 그 친구보다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